심학산돌곶이꽃마을, 안곡습지공원과 소개울 마을, 풍동 브런치카페 골목
차로 씽씽 지날 때는 모른다. 들풀 한 송이가 얼마나 고운지 바람이 불 때는 어떻게 흔들리는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에야 느낄 수 있다. 골목여행 두 번째 이야기로 심학산돌곶이꽃마을과 풍동 브런치카페 골목, 안곡 소개울 마을에 다녀왔다. 꽃, 사람, 이야기가 있어 행복한 가을 여행이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심학산 돌곶이 꽃마을
골목에서 정원까지 아름다운 꽃마을
검은 돌이 있는 마을, 돌곶이에 꽃이 더해지니 돌과 꽃의 마을이 됐다.
심학산 돌곶이 꽃마을 여행은 운정역과 출판도시를 오가는 083번 버스 서패동 입구 정류장에서 시작했다. 마을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곳은 코스모스 꽃밭이다. 꽃들은 다 지고 지금은 씨앗만 달고 있지만 너른 꽃밭을 가꾼 누군가의 정성을 생각하니 보는 마음마저 고와지는 듯 했다.
마을 정원사들의 손으로 다시 피운 꽃마을
지난 6년 동안 멈춰있던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는 올해 다시 피어났다. 파주시의 ‘돌곶이꽃마을 되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이었다. 마을 주민들과 상가회는 마을길을 골라내고 터를 닦아 1.6km의 꽃길을 만들었다. 집마다 정원을 가꾸고 마을에 14개 종류의 야생화를 심었다. 9천470㎡의 양귀비 꽃밭, 11개의 시민 꽃밭, 2개의 소공원도 조성됐다. 상가와 개인 정원 부문으로 정원 콘테스트를 열고 정원투어링 행사도 열었다.
남의 집을 함부로 들여다보는 것이 예의가 아닌 줄은 알지만 돌곶이 꽃마을 골목을 지날 때는 도저히 기웃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원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고 있어 걸음이 절로 멈춰졌기 때문이다.
바위를 품은 정원 락가든 앞에는 억새가 한창이었다. 밤나무를 지나 언덕에 올라가니 억새가 가을볕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홍접초, 보랏빛 사계국화, 알싸한 향을 풍기는 메리골드는 깊고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더 아름다웠다.
마을길 끝에 다다르면 메타세콰이어 길과 모자이크 정원이 나온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다. 포도 넝쿨이 자라는 대문이 있는 그 집은 꼭 어릴 적 살던 집 같았다. 지금은 아파트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심학산 돌곶이 꽃마을은 박제된 기억 속 장면에 숨결을 불어넣어줬다. 그저 길을 걸었을 뿐인데 추억으로 마음이 뻐근해졌다. 언덕 끝에 다다라 갤러리 카페 아이노스에서 노을을 바라보았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부럽지 않았다.
>>>심학산 돌곶이 꽃마을에서 만난 사람
주민 이금석씨
부녀회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마을 길에 매점을 열어요. 쑥 캐고 쌀 빻아다 떡 만들고 옥수수, 만두도 팔지. 이거 판 돈으로 내년에는 더 예쁘게 꽃 심을 거예요.
주민 황상민씨
직장 다니는 며느리가 꽃을 사다 직접 정원을 가꿨어요. 쉽지 않았어요. 물주고 풀매는 게 일이야. 그래도 고생 끝에 낙 있다고 사람들도 많이 보러 오고 마을도 좋아졌어요.
>>>안곡습지공원과 소개울마을
고봉산 아래 걷기 좋은 길
고봉산에 깃들어 사는 마을. 중산동 소개울 1길 마을을 지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건 개성 있는 집 구경이 재밌기 때문이다. 산 아래라 조용하고 한적해 커피 한 잔 들고 걷기도 좋다.
작은 마을인 것에 비하면 카페, 옷, 공방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모여 있어 구경삼아 한 바퀴 돌아보기 좋은 마을이다. 식사동 쪽으로 길을 건너면 맛집 거리가 있어 출출한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소개울마을을 지나 안곡습지공원(일산동구 중산동 1712)으로 향했다. 흰뺨검둥오리와 오색딱다구리, 소쩍새를 비롯해 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살고 있어 자연을 느끼고 싶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안곡습지공원에는 유아 숲 체험원이 생겼다. 곤충 및 조류 관찰원, 숲속 교실, 삐약이 체험 숲 놀이터, 생태미 등이 조성됐다. 흙 놀이터, 밧줄건너기 같은 시설도 있어 아이들이 자연과 숲에 친숙해질 수 있다.
갈대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 이곳이 도심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가을이 절정이라 곱게 물든 고봉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어 더 좋은 코스였다.
>>>풍동 숲속마을 8단지 건너 브런치카페 골목
수다와 힐링의 브런치 거리
마음을 씻는 데 수다의 역할,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풍동 숲속마을 8단지 건너편에는 브런치 카페들이 모여 있다. 이름만 들어도 입맛이 도는 ‘침이 고인다’, 파스타 피자에 크림막걸리까지 판매하는 ‘작은 이태리’, 방부제와 유화제를 사용하지 않는 ‘변두리 소년 소녀’ 등 가게마다 개성이 가득하다.
퍼니처 카페 같은 이색 카페들과 소품 가게, 공방들도 많아 걸으면서 볼거리가 풍성하다.
브런치 카페에서 먹은 음식도 소화할 겸 풍동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 것도 운치 있다. 애니골까지 이어지는 거리로 가면 도심 속 시골 정취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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