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정한 ‘흙의 날’에 파주에서 만난 사람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원들

토종씨앗 나누며 흙과 씨앗의 소중함 되새겨

지역내일 2015-12-24

지난 12월 5일 파주시 탄현면 대동리에 위치한 어가행렬 차문화체험관에서는 UN이 정한 ‘흙의 날’을 기념하는 뜻 깊은 모임이 열렸다. 바로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원들이 모여 토종 씨앗을 나누며 씨앗과 흙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토종 씨앗을 발굴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토종씨앗 수집단(토종 씨드림)의 체험기를 들으며 회원들은 땅과 씨앗, 농부와 음식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함께 느끼고 나누었다.



있는 것 잘 지켜내는 것이 슬로푸드 운동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이하 협회)에서는 UN이 정한 흙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봄부터 씨앗 나눔을 준비해 왔다. 흙이 품어줘야만 자랄 수 있는 씨앗은 서로 뗄 내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땅과 씨앗을 떠나 존재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그래서 협회에서는 땅이나 종자를 어머니 같은 존재로 본다. ‘떼라 마드레’(대지와 어머니)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그러나 오늘날 땅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고, 씨앗도 상당히 많이 사라졌으며 땅과 씨앗을 이어주는 농부의 숫자 또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안타까운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땅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종자를 좀 더 복원하며, 농부가 농부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가꿀 수 있을까’하며 이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단체가 국제슬로푸드협회다.
협회에서는 또한 사라져가는 전통방식으로 생산된 먹을거리와 씨앗 등을 보존하기 위해 ‘맛의 방주’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맛의 방주에 이탈리아는 600개 정도가 등록돼 있으나 우리는 현재 47개 품목만 등록돼 있는 상태다.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김종덕 회장은 “좀 무리한 욕심 같지만 우리나라도 400개, 500개 품목까지 맛의 방주에 등록하도록 회원 분들과 진심으로 노력 하겠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라져가는 것들을 지켜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지켜야 할 것을 못 지켜내 사라지면 더 이상 지키고 싶어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땅도 씨앗도, 농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있을 때 지켜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슬로푸드 운동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의 가치를 높여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알리고 꼭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있는 것을 더 잘 지켜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멸종위기에 놓인 토종씨앗
우리 토종씨앗은 지난 30년간 급속히 사라졌다. 한국협회 맛의 방주 위원장인 안완식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토종씨앗은 1985년에 비해 2000년대에 들어서 86%가 사라졌다. 그 연유에 대해 안 박사는 땅은 어머니고 종자는 아들, 자식이나 마찬가진데 그 땅이 제초제와 화학비료, 농약 등의 사용으로 피폐해지면서 동시에 똑같이 토종종자도 사라졌다고 한다. 또한 과거에는 어머니나 시어머니로부터 씨앗을 물려받아 이를 계속 심어 키우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고 농촌마을에도 토종종자를 갖고 있는 집이 거의 없어졌다.
토종종자는 발굴도 중요하지만 보존을 위해 농부들의 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토종의 의미는 환경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은 것을 의미한다. 해마다 심어서 씨를 받고, 또 다시 씨를 뿌리고 받는 그 과정을 통해 종자는 기후와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남는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 토종씨앗의 운명은 농부들의 손에 달려있다. 토종씨앗을 채취하고 보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광명 씨앗도서관을 운영하며 토종씨앗을 수집해 온 양인자 토종씨앗 수집단장은 “토종씨앗을 구하려면 마을회관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토종씨앗을 이어가는 농부들은 일이 너무 바빠서 마을회관에 앉아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한다. 그만큼 고단한 노고를 통해 극소수의 농부들만이 토종씨앗을 지켜오고 있는 실정이다. 
양인자 토종씨앗 수집단장은 토종씨앗의 멸종 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토종씨앗을 지켜가고 있는 농부들이 모두 고령의 어르신들이라서 그 어르신들 다음엔 누가 그 씨앗을 지켜갈지.... 결국 토종씨앗은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합니다.”
그러나 토종씨앗을 내주며 ‘씨앗은 파는 것이 아니야’라며 씨앗을 나눠주시는 어르신들의 넉넉한 마음 덕분에 토종씨앗 수집단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나만 살고 가는 지구가 아니다. 후손들에게 건강한 땅과 우리 토종씨앗을 남겨줘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강화도에서 대를 이어 토종씨앗을 보존해 온 황언년 할머니는 보물처럼 간직해온 토종씨앗을 회원들에게 나눠주었고 회원들 또한 가져온 토종씨앗을 서로 나누며 흙과 씨앗, 사람들의 소중한 만남은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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