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이지만 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에서, 혹은 누군가의 소개로 만난 책 한 권이 때로는 즐거움과 작은 위로가 되고 생활의 활력소와 고민 해결사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작가는 “아무리 시간이 변해도 책의 힘은 영원하며 책은 영원한 인간의 친구이자, 스승이자, 놀이터다”라고 말했지요. 매일 매일을 책 읽을 시간 없이 바쁘게 생활하는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그런 책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바람을 담아 내일신문이 우리지역 중·고등학교 교사가 의미 깊게 만난 책을 엿보는 ‘선생님의 책꽂이’로 매월 찾아갑니다.
극한 공포와 위기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한 이야기
일산동중학교 정세정(역사과) 교사가 소개하는 책은 포르투갈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뜬자들의 도시>다. “주제 사라마구는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 인간이 지닌 본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야만 하는 변화의 길, 그 길의 긍정적인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위대한 작가”라고 정 교사는 말한다. 그 점이 정 교사가 주제 사라마구를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는 이유 중 하나다.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는 어느 도시에 갑자기 앞을 볼 수 없는 전염병이 퍼져 사람들 모두 수용소에 격리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작가는 그 속에서 자신들의 악한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게 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인간 사회에 닥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할 방법
<눈먼자들의 도시>에 어느 날 갑자기 퍼진 전염병은 인간이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예상치 못한 재앙에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사람들은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결국 그들의 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만다. 정 교사가 책을 읽으며 마음이 내내 불편했던 이유는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라는 마음속의 수긍 때문이었고 평범한 도시에 ‘힘의 논리’만이 남았을 때 인간은 그저 그 고통의 시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설은 결국 그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가’에 대한 얘기를 전하고 있다. 정 교사는 “그것은 주제 사라마구의 또 다른 소설 <눈뜬자들의 도시>를 통해 드러나는 것처럼 어려움을 겪고 ‘눈 뜬’ 사람들에게 ‘두 번의 무질서나 두 번의 최악의 상황은 없다’는 주제와 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고민하며 함께 살아남을 방향 찾기
정 교사가 전에 읽었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를 지금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요즘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처럼 현실에서 질병으로 물리적 고통은 물론 그것보다 더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즘의 상황이 소설의 주제를 떠올리게 했다. 소설에서처럼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 정치적 이권이나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 그와는 반대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도와주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정 교사는 “이런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를 생각해 볼 때 분명한 것은 개인의 불안과 고통을 덜기 위해선 사회의 고통이 줄고 사회가 함께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보이는 것처럼 생존의 위기에 처했을지라도 가장 나쁜 본성인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을 내려놓고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과 의지를 지닐 수 있도록 ‘눈을 떠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바라는 것은 위기의 상황 속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코로나 현황판을 만든 중학생과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사이트를 만든 대학생들의 모습처럼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나의 욕심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에서 찾는 마음이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