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발표

강남서초지역 교사들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어떻게 생각할까?

피옥희 리포터 2023-07-20

교육부는 지난 6월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공정한 수능 평가를 점진적·단계적으로 확실히 실현하고, 사교육을 경감해 나간다는 취지를 밝혔다. 발표 내용 중 가장 의견이 분분했던 점은 올해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부터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고 출제한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소위 ‘킬러문항’을 핀셋 제거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 이에 대해 교육계 전반에 걸쳐
찬반 의견이 팽팽하지만, 당장 올해 수능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이 가장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와 관련한 교육부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고, 입시 최전방에서 고3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참고자료 교육부 ‘사교육 경감대책(2023.06.26.)’, 교육부 ‘최근 3년간 수능 및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소위 킬러 문항 사례[수학, 국어, 영어, 과학](2023.06.26.)’

# 교육부가 사례로 발표한 킬러 문항 
교육부가 ‘최근 3년간 수능 및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소위 킬러 문항 사례’에서 제시한 과목은 수학, 국어, 영어, 과학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킬러 문항의 기준은 고차원적인 접근 방식, 추상적 개념 사용, 과도한 추론 필요 등이다. 실제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간 수능과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문항 7개를 포함해 총 22개의 킬러 문항을 예시로 들었다.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한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 여전히 찬반양론이 팽팽하지만,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 문항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수학 영역을 예로 들면 2022학년 수능 미적분 29번의 정답률은 23%였고, 기하 30번의 정답률은 9%였다. 수학 킬러 문항의 정답률 편차도 큰 편이다. 국어 영역 중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국어 공통과목 14번의 정답률은 36.4%였고 33번 정답률은 36.8%였다. 특히, 국어 킬러 문항 사례로 제시된 7개의 문제 대부분이 정답률 30%대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 있는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활용해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를 반복해서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이 있는지’ 등을 그 기준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도 “정답률은 참고만 했을 뿐 그 기준을 명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라 ‘킬러 문항 배제’가 적용되는 시점은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부터일 것으로 추측되며, 올해 11월 16일(목)에 치러지는 2024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된다.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 문항 사례>

<수학>  킬러 문항 사례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21번(공통), 22번(공통)과 미적분 30번
2023학년도 수능22번(공통), 확률과통계 30번, 미적분 30번
2022학년도 수능미적분 29번, 기하 30번
2021학년도 수능수학 나형 30번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_ 미적분 30번 문항

수열 문제에 대해 ‘등비수열 등 여러 가지 수열의 일반항 및 합, 등비급수 등 다수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되어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하고 상당히 고차원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하며, 일반적인 공교육 학습만으로 이러한 풀이 방법을 생각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


▶2023학년도 수능 _ 수학(공통) 22번 문항

- 합성함수, 연속함수의 성질, 미분계수, 함수의 평균값 정리, 함수의 그래프 등 다수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되어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함

-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응시한 수험생은 해당 문항의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 방법 외 미적분에서 학습한 ‘변곡점’의 개념과 성질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다른 학생보다 유리할 수 있음


▶2022학년 수능 _ 미적분 29번 

- 삼각함수, 사인법칙 및 함수의 극한이 결합된 형태의 문항으로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다소 복잡한 형태의 함수를 다루고 있어 수험생의 심리적 부담을 유발할 수 있음

- 또한 미적분 문항으로 출제되었으나,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배우는 ‘테일러 정리’ 개념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도 있음

- 따라서 고등학교 수준 이상으로 심화학습을 한 학생은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 방법 외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별 유불리 및 과도한 심화학습과 선행학습을 유발할 수 있음


< 국어>  킬러 문항 사례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14번(공통), 33번(공통)
2023학년도 수능15번(공통), 17번(공통)
2022학년도 수능8번(공통), 13번(공통), 15번(공통)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_ 국어(공통) 14번

낯선 현대 철학 분야의 전문 용어를 다수 사용하여 지문 이해가 매우 어렵고, 문제의 선택지로 제시된 문장 역시 추상적이어서 지문과 답지의 개념 연결이 쉽지 않음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_ 국어(공통) 33번

제한된 감상 정보(‘선생님’의 해석)에 의지하여 각 선택지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작품 내에서 찾아 연결해 가며 해석해야 풀 수 있는 문항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의미 해석을 위한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함


<영어>  킬러문항 사례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33번, 34번
2023학년도 수능34번, 27번
2022학년도 수능21번, 38번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_ 영어 33번

- 글의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며, 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현실을 추구하는 방법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예술가의 현실 추구 방법을 추론해야 함

- 빈칸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관계절 구문 뒤에 있고, 빈칸을 포함한 문장 구성도 다소 복잡하여 체감 난도가 높은 문항임


▶2023학년도 수능 _ 영어 37번

- ‘변호사 수임료 체계’라는 생소한 소재가 사용되어, 공교육에서 학습하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법률 분야에 적합한 의미로 어휘를 파악해야 글 전체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음

- 문항을 풀기 위해 글의 논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이 부족함


<과학>  킬러문항 사례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생명과학Ⅱ 15번
2023학년도 수능화학Ⅱ 20번
2022학년도 수능물리학Ⅱ 18번, 지구과학Ⅱ 20번

*교육부 ‘최근 3년간 수능 및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소위 킬러문항 사례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_ 생명과학Ⅱ 15번

- 추상적인 개념(이중가닥 DNA의 복제 과정)의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우를 조합해야만 정답을 추론할 수 있으므로 문제 풀이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됨

- 생명현상 관련 주요 개념이나 원리 보다는 주어진 단서를 활용하여 빠른 시간(생명과학Ⅱ의 시험시간은 30분)에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이 주로 요구되는 문항임


▶2023학년도 수능 _ 화학Ⅱ 20번

- 화학 평형(르 샤틀리에 원리)에 관한 문항으로, 다수의 변인(몰수, 부피, 온도)이 동시에 변하는 복잡한 상황을 제시하고 있음

- 복잡한 추론과 계산을 요구하고 있어 풀이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됨



# 강남서초지역 교사들의 생각

그렇다면 교육부가 발표한 ‘킬러 문항 배제’가, 올해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들(고3과 졸업생 포함)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한, 이러한 변화에 따라 대입에서는 어떤 변수와 혼란이 야기될까? 입시 최전방에서 고3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A교사(강남지역 고교) : “전반적으로 킬러 문항 배제 관련 소식이 학생들에게는 큰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그래도 여전히 변별을 위해 어려운 문제는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이러한 이슈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계획대로 공부 중입니다. 오히려 중상위권 중에 ‘그동안 어려운 문제로 인해 심적 부담이 컸던 학생들’의 경우, 수능 문제가 쉬워져 표준점수가 큰 폭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절대평가인 영어가 1등급 비율이 계속 줄어, 결국 올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에서는 영어 1등급이 1.98%였습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올해 수능 영어가 3월 학평처럼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영어 학력 수준이 우수한 강남서초지역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간혹 학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시며 문의하시는데 교사들 입장에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안심시켜 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B교사(강남지역 고교) : “졸업생들은 이러한 이슈가 혹시 실제 수능에 영향을 끼쳐 너무 쉬워진다면 정시에서 또다시 실패할까봐 수시에서 그래도 가능성 있는 논술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3 재학생 상담 시 이 부분을 걱정하는 학생들에게는 ‘수시 지원 시 안정적인 카드를 꼭 하나 지원하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은 기본적인 사교육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가장 원론적인 입시제도의 문제는 그대로 놓아둔 상태에서는 그다지 큰 타격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C교사(강남지역 고교) : “이번 발표에 관해, 실제 교육 현장을 모르고 이야기한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10여 년 전 EBS 연계율을 높이겠다고 도입한 그해에도 고3 담임을 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사교육을 선호했습니다. 다만 그때는 이러한 것들을 학교에서도 다뤘고 방과 후 수업도 학교생활기록부에 입력할 수 있어 학생들의 수강도 매우 활발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뭔가를 해 보려고 해도 학생들은 정시 수능 올인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이슈가 있다 하더라도 수능이 쉬워지는 소위 ‘물수능’으로 가기는 쉽지 않은데, 어쨌든 올해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발표가 되어 당장 입시를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고3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교사들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D교사(서초지역 고교) : “수능과 모의고사에서 수학 30문항 중 10개 이상씩 틀리는 학생을 예로 들면, 이 학생에게는 킬러 문항 배제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킬러 문항이든 준킬러 문항이든, 혹은 이보다 쉬운 문항이라도 어렵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즉, 킬러 문항 배제와 관련하여 영향을 받는 건 최상위권 학생들의 문제입니다. 수학 영역에서 25문항 이상 정답을 맞혀 왔던 학생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학생들은 그동안 어려운 문제를 30분이 됐든 1시간이 됐든 물고 뜯는 연습을 해왔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상대적으로 덜 어려운 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설령 본인이 시간을 어느 정도 할애했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가 잘 안 풀리면 과감하게 다음 문제로 넘어가서 일단 끝까지 풀고 다시 돌아와서 아까 못다 푼 문제를 다시 마무리하는 측면의 문제풀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교사(서초지역 고교) : “수능이 쉬워지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이 늘어나겠지요. 그러나 수능에 강세를 보이는 강남서초지역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봤을 때, 수시모집에서 큰 영향은 없다고 봅니다. 물론 고려대 학생부종합전형(학업우수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는 학생이 더 늘어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최상위권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킬러 문항 배제 여부와 상관없이 평상시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넘어 정시에서 그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원하는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서울 주요 대학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강남서초지역 고교 내신 3~4등급, 혹은 5등급 대지만 평상시 모의고사 성적은 이미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의 성적대를 유지하는 학생이 대다수입니다. 다만, 수능 문제가 쉬워지면 정시모집에서 의학 계열 및 서울 주요 대학에 지원하려는 최상위권에서는 동점자가 많아질 것입니다. 한두 문제만 틀리면 입시에서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탐구 과목 유불리 등의 문제가 예전보다 더 심화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수능이 쉬워지게 되면 오히려 그동안에 열심히 했었던 강남서초지역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정시에서 속상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수능 킬러 문항이 적용된 어떠한 시험도 치른 상황이 아니기에, 수험생들도 평상시 하던 대로 차분하게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큰 동요 없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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