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공저 사화집 펴낸 파주 문인 8인

『속잎 피우는 시간』 함께 써서 더 깊어진 문학의 결

지역내일 2026-02-07 (수정 2026-02-07 오후 9:58:16)

경기도 파주에서 활동하는 문인 8인이 사화집 『속잎 피우는 시간』을 펴냈다. 시인과 수필가, 소설가, 문학평론가로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해온 이들이 한 권의 책으로 모였다는 점에서 이번 출간은 지역 문학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속잎 피우는 시간』은 단순한 공동 작품집을 넘어, 각자의 삶과 언어가 서로의 문장을 비추며 만들어낸 ‘공존의 기록’에 가깝다. 여덟 명의 작가는 파주라는 공간을 구심점으로 삼아 각자의 삶과 기억, 감정의 결을 글로 풀어내며 하나의 서사를 완성했다. 시와 수필, 소설, 문학평론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성은 독자에게 단일한 감상이 아닌 다층적인 읽기의 경험을 제공한다.

속잎 피우는 시간

여덟 개의 목소리 하나의 풍경으로 엮다

“저희 여덟 명은 파주를 구심점으로 모여, 문학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동료들입니다. 각자의 삶을 글로 쓰며, 글을 매개로 마음 깊은 곳을 드러내고 아픈 경험까지 나누는 일은 정말이지 가슴 벅찬 일입니다. 작가라면 본인만의 저서 출간이 목표이기는 하나, 함께 엮는 공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글의 어울림이죠.” 공저를 기획하고 편집을 맡은 하현숙 작가의 말이다.

그는 코로나 이후 개인화가 심화한 시대에 서로의 문장에 귀 기울이며 타인의 내면을 존중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글을 통해 다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경험을 나누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책은 ‘함께 쓴다’는 형식적 의미를 넘어, 각자의 다름이 어떻게 조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의 서문에서도 드러나듯, 여덟 명의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수차례 멈추고 다시 시작하며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간을 거쳤다. 그 결과 각자의 문체는 고유한 빛을 유지하면서도 한 권의 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조화보다는 충돌을 우려했던 초반의 걱정은 오히려 ‘다름의 풍성함’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앞으로도 잔잔한 교류 통해 글을 쓰고 나누고 성찰할 계획 

출간 이후 열린 미니 북 토크 현장 또한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오래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작가마다 다른 목소리가 쉼표처럼 이어져 편안했다”라는 반응을 전했다. 대형 온라인서점과 소셜미디어 서점에서 품절을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라는 평가를 얻은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속잎 피우는 시간』은 거창한 선언 대신, 삶을 들여다보는 조용한 문장들로 독자를 만난다. 여덟 명의 작가는 앞으로의 공저를 섣불리 약속하지 않으면서도, 글을 통해 이어진 이 인연이 또 다른 이야기로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파주라는 지역에서 시작된 이 작은 문학적 연대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지 주목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미니 인터뷰>

■ 하현숙(수필·동화·소설 작가, 문학평론가)

이번 작업은 단순한 출간이 아니라, 타인의 문장을 경유하며 내 안의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공저 작업을 하며 글쓰기가 경쟁이 아니라 함께 숨 쉬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 책은 제게 내면의 잎맥이 다시 살아나는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누군가의 마음이 얼지 않도록 체온이 있는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

■ 안순금(수필가, 시인)

사화집이라는 형식, 그리고 여러 작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럿이 함께 묶은 책에 각자의 글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과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별로 단원을 나눠 마치 각자의 작품집처럼 편집한 구성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 인연이 이어져 공저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정필원(수필가)

미국 텍사스에서 고향 문우들과 함께한다는 설렘으로 참여했습니다. 원고가 한 차례 모두 사라지는 일을 겪으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끝내 다시 써 내려간 시간은 더욱 깊이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디아스포라의 삶과 그 뜨거운 기록을 계속 써나가고자 합니다.

■ 조복록(시인)

처음에는 제 언어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누가 되지는 않을지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책을 손에 쥐는 순간 그런 걱정은 기쁨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우리 7인은 원고만 냈어요. 기획 편집 교정 출판까지 하현숙 작가에게 떠맡기고 이렇게 멋진 결과물을 받았으니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 김선희(시인)

여럿이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 내내 기쁜 마음이 컸습니다. 독후시를 쓰며 작품을 쓴 작가의 글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던 점도 이번 공저의 큰 수확이었고요. 글은 혼자 쓸 때보다 함께할 때 더 빛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앞으로 공저를 계속하면 좋겠어요.

■김효선(소설가)

저는 제 글 가운데 꼭 활자화해 남기고 싶었던 ‘어머니’라는 시를 기록하고 싶어 동참했어요. 소설 한 권을 낸 경험은 있지만 8명 중 가장 구력이 짧아 전문성보다는 솔직함이 앞선 글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함께 책을 만들며 각기 다른 글들이 하나의 공통된 결로 어우러지는 것을 발견했고, 그 순간 참여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배효정(수필가)

이번 공저는 제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준 작업이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이 되살아났고, 무엇보다 글쓰기가 다시 신나는 일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갈 수 있었던 경험을 2집 3집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 안래헌(시인)

저는 비교적 늦게 합류했지만 동료 작가들의 탄탄한 문장력 속에서 여러 차례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각자의 글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과정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여덟 명 모두가 ‘속잎을 제대로 피운’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이 항해가 더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속잎 피우는 시간
속잎 피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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