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김영춘 박 진 ‘달라서 각광받는다’
정당 매력의 첫 번째는 ‘미래형 인물’ … 역동성과 자발성도 새 흐름
지역내일
2004-02-27
(수정 2004-02-27 오후 2:56:15)
정치권 전체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요즘, 매력적인 정치인과 정치집단을 찾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기준도 모호하다.
하지만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군을 제외한 차세대 인물들을 꼽을 때면 빠짐없이 거론되는 사람들이 있다. 한나라당 박 진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이다.
정치권 밖에서는 강금실 법무장관이 단연 두드러진다. 또한 정당의 매력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눈여겨 볼만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 ‘다름’이 보여주는 매력
박 진 김영춘 강금실 이들 세 명이 특별한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온 방식도, 현재 위치도 다르다. 그렇다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에게는 기존 정치인과는 뭔가 다른 신선한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다. 소프트 파워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매력의 주인공들이다. 단순히 정치적 위치에서 오는 권위나 힘의 논리가 아닌, 지식 정보 문화 등의 새로운 기준으로 분석할 때 이해가 되는 인물군이다.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여의도 정치경력으로 보면 초보에 가깝다. 2002년 보궐선거로 정치권에 입문해 아직 만 2년도 안 됐다. 그런데도 야당 대변인을 맡고, 북핵전문가로 활동하는 등 여러 차례 두각을 드러냈다. 정치권 밖에서의 이력은 훨씬 화려하다. 하버드 옥스퍼드 등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수학한 데다 청와대 비서관까지 역임한 경험이 있다.
박 의원의 가장 큰 매력은 언어능력과 국제적 감각을 꼽을 수 있다. YS 정부 시절 공보·정무비서관을 하면서 숱한 외국 지도자들을 만났고, 이 과정에서 놀라운 언어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춘 의원은 또 다르다. 고대 총학생회장 출신에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 경력을 갖췄다. 김 의원은 ‘달변’이라기보다는 약간 어눌해 보일 정도의 ‘눌변’에 가깝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에 흔한 달변이 아니라 눌변이 되레 진정성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태도도 김 의원의 매력이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고 진지하다. 20대에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경험이 신중함으로 승화됐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탈당파이면서도 지난번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선거에 출마해 서울에서 1위를 차지한 저력도 이런 데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왠지 끌리는 진지한 흡입력”이라고 표현했다.
강금실 장관은 워낙 유명하다. 참여정부에서 거의 드물게 성공한 인사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그냥 좋다”며 연예인 스타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당당함과 자신감이 마음에 든다”는 평가까지 각양각색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조차 “강금실에게는 기존 지표로 잡히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젠 단순 인기를 넘어 신드롬으로 평가될 정도다. 그 핵심을 꿰뚫고 있는 매력으로 강 장관의 솔직하고 당당한 라이프스타일을 꼽는 이들이 많다. 빚더미 재산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클래식을 즐기며, 국회에서 화장을 고치고, 국회의원들의 호통 앞에서 피식 웃어버리는 장면 등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역대 어떤 고위각료도 그런 식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한 적은 없다.
◆ 민주노동당의 교훈 배워야
정당에서 자조적으로 쓰는 말로 ‘불임(不姙)정당’이라는 표현이 있다. 대통령제 아래서 대선의 희망이 없는 정당임을 비꼴 때 하는 말이다. 2002년 대선 때 자민련 내부에서 이런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왔다. 탈당도 잇따랐다. 탈당파 의원들의 해명 중에 하나는 꼭 ‘희망 없음’이 포함돼 있었다.
대선 직후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경우다. 두 번의 대선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더 이상 대통령 선거의 기대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넘쳤다. 원내 제1당이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하고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자조였다.
결국 미래를 연상케 할 인물이 없으면 매력 없는 집단이 된다. 이렇듯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끝없는 추락에 반해 열린우리당이 정동영 의장 체제이후 급격한 지지도 상승을 보이고 있는 점은 무척 대조적이다.
한나라당 이정현 전략기획팀장은 “한나라당도 미래 희망을 보여줄 차기 주자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 추미애 의원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정당의 매력은 인물에만 있지 않다. 조직의 민주성과 역동성 신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열린우리당이 ‘닭번개’ 등을 제안하고 전국적인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신선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예다.
내일신문의 2월 정기여론조사에서 각 정당의 연상이미지로 한나라당은 부정부패(36.1%), 민주당은 DJ(8.5%),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12.7%)가 떠오른다고 답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노동당의 약진도 놀랄만하다. 민주노동당은 현역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정당이지만 정당지지도에서 자민련을 누르고 이미 4위를 굳힌 지 오래다. 최근에도 지속적인 지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철저한 민주적 의결절차를 밟는 민주성이 이뤄낸 성과다. 우리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당비 내는 진성당원 중심의 정당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지난 2월 여론조사에 민주노동당의 정당지지도는 5.1%로 3위인 민주당의 지지도 9.1%와 4%P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하지만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군을 제외한 차세대 인물들을 꼽을 때면 빠짐없이 거론되는 사람들이 있다. 한나라당 박 진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이다.
정치권 밖에서는 강금실 법무장관이 단연 두드러진다. 또한 정당의 매력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눈여겨 볼만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 ‘다름’이 보여주는 매력
박 진 김영춘 강금실 이들 세 명이 특별한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온 방식도, 현재 위치도 다르다. 그렇다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에게는 기존 정치인과는 뭔가 다른 신선한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다. 소프트 파워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매력의 주인공들이다. 단순히 정치적 위치에서 오는 권위나 힘의 논리가 아닌, 지식 정보 문화 등의 새로운 기준으로 분석할 때 이해가 되는 인물군이다.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여의도 정치경력으로 보면 초보에 가깝다. 2002년 보궐선거로 정치권에 입문해 아직 만 2년도 안 됐다. 그런데도 야당 대변인을 맡고, 북핵전문가로 활동하는 등 여러 차례 두각을 드러냈다. 정치권 밖에서의 이력은 훨씬 화려하다. 하버드 옥스퍼드 등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수학한 데다 청와대 비서관까지 역임한 경험이 있다.
박 의원의 가장 큰 매력은 언어능력과 국제적 감각을 꼽을 수 있다. YS 정부 시절 공보·정무비서관을 하면서 숱한 외국 지도자들을 만났고, 이 과정에서 놀라운 언어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춘 의원은 또 다르다. 고대 총학생회장 출신에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 경력을 갖췄다. 김 의원은 ‘달변’이라기보다는 약간 어눌해 보일 정도의 ‘눌변’에 가깝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에 흔한 달변이 아니라 눌변이 되레 진정성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태도도 김 의원의 매력이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고 진지하다. 20대에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경험이 신중함으로 승화됐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탈당파이면서도 지난번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선거에 출마해 서울에서 1위를 차지한 저력도 이런 데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왠지 끌리는 진지한 흡입력”이라고 표현했다.
강금실 장관은 워낙 유명하다. 참여정부에서 거의 드물게 성공한 인사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그냥 좋다”며 연예인 스타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당당함과 자신감이 마음에 든다”는 평가까지 각양각색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조차 “강금실에게는 기존 지표로 잡히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젠 단순 인기를 넘어 신드롬으로 평가될 정도다. 그 핵심을 꿰뚫고 있는 매력으로 강 장관의 솔직하고 당당한 라이프스타일을 꼽는 이들이 많다. 빚더미 재산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클래식을 즐기며, 국회에서 화장을 고치고, 국회의원들의 호통 앞에서 피식 웃어버리는 장면 등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역대 어떤 고위각료도 그런 식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한 적은 없다.
◆ 민주노동당의 교훈 배워야
정당에서 자조적으로 쓰는 말로 ‘불임(不姙)정당’이라는 표현이 있다. 대통령제 아래서 대선의 희망이 없는 정당임을 비꼴 때 하는 말이다. 2002년 대선 때 자민련 내부에서 이런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왔다. 탈당도 잇따랐다. 탈당파 의원들의 해명 중에 하나는 꼭 ‘희망 없음’이 포함돼 있었다.
대선 직후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경우다. 두 번의 대선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더 이상 대통령 선거의 기대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넘쳤다. 원내 제1당이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하고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자조였다.
결국 미래를 연상케 할 인물이 없으면 매력 없는 집단이 된다. 이렇듯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끝없는 추락에 반해 열린우리당이 정동영 의장 체제이후 급격한 지지도 상승을 보이고 있는 점은 무척 대조적이다.
한나라당 이정현 전략기획팀장은 “한나라당도 미래 희망을 보여줄 차기 주자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 추미애 의원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정당의 매력은 인물에만 있지 않다. 조직의 민주성과 역동성 신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열린우리당이 ‘닭번개’ 등을 제안하고 전국적인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신선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예다.
내일신문의 2월 정기여론조사에서 각 정당의 연상이미지로 한나라당은 부정부패(36.1%), 민주당은 DJ(8.5%),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12.7%)가 떠오른다고 답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노동당의 약진도 놀랄만하다. 민주노동당은 현역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정당이지만 정당지지도에서 자민련을 누르고 이미 4위를 굳힌 지 오래다. 최근에도 지속적인 지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철저한 민주적 의결절차를 밟는 민주성이 이뤄낸 성과다. 우리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당비 내는 진성당원 중심의 정당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지난 2월 여론조사에 민주노동당의 정당지지도는 5.1%로 3위인 민주당의 지지도 9.1%와 4%P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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