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엔 즐거운 상상을 하자

국민과 눈높이 맞춘 정치권 … 정책으로 박수 받는 의회

지역내일 2004-03-03 (수정 2004-03-03 오전 9:56:52)
정치권에 대해선 즐거운 상상이 불가능할까? “말도 꺼내지 말라. 짜증부터 난다.” 현재까지의 대다수 국민 정서다.
이번 16대 국회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다. 기대치도 없다. 보란 듯이 2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처리가 또 무산됐다. 지난 4년처럼 국민들 시선은 아랑곳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당리당략만 난무했다. 힘 밖에 모르는 원내 1당과 여기에 동조한 원내 2당의 원시적인 폭력이라는 지적이다. 대화와 설득을 통한 합의(소프트 파워)는 없고, 여전히 힘의 논리(하드 파워)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은 “16대 국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총체적으로 정쟁의 국회이자, 반칙의 국회였다”고 혹평했다.
그런데 16대 국회의 온갖 악평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17대 국회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 큰 물줄기가 이미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변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시대
당장에 달라질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련법이 변화를 강제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원치 않아도 17대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가령 지구당이 폐지되고 중앙당 역할이 축소되면 자연스럽게 원내정당화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중앙당에서 결정해 내리 먹이던 방식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신 의원 개개인의 원칙과 소신에 따른 의사결정이 주요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또한 중앙당은 지구당 관리에 불필요한 비용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고, 의원들도 지구당에 쏟아야 하는 정신적, 물질적 부담에서 해방된다. 그동안 말 뿐이던 원내정당화, 정책정당화가 실질적으로 가능케 되는 것이다. 지구당 폐지라는 법 조항 개정 하나가 가져오는 변화다.
물론 이 과정이 정치권 스스로의 자발성에 기초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을 통해 공멸의 위기에 처하면서 개혁안에 속도가 붙었던 점이 이를 입증한다. 현재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여성들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방안을 공언하고 실제 비례대표에 절반 이상을 보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론’도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은 부패비리 이미지를 벗기 위해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현역 교체를 시도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선거법 위반자 등에 대해 엄중방침을 정하면서 깨끗한 이미지 유지에 집착하고 있다. 실재 속마음이야 어떻든 시대흐름을 반영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음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 “당리당략 벗어나라”
요즘처럼 혼미한 정치판에서 유독 여유로운(?) 사람들이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이 그들이다. 특히 세류에 떠밀려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득권을 던진 초선 의원들의 경우에는 더욱 홀가분하다.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정범구,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 세 명은 17대 국회를 향한 조언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핵심은 하나다. 이들은 마치 입을 맞춘 듯 “당리당략의 굴레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했다. 오세훈 의원은 “17대는 의원들이 먼 장래를 보고 당리당략이 아닌 국가 앞날을 놓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 한다”면서 “새로 바뀐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국민들이 요구하는 깨끗한 정치, 효율적 정치를 이루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범구 의원도 “당리당략에 매여 법안들은 본회의에 올라오지도 못하고 장·차관들은 며칠씩 그냥 대기만 하는 등 얼마나 비생산적인지 국민들은 아마도 잘 모를 것”이라고 회고한 뒤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가 이익을 최우선 하는 전통이 잡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록 불출마 선언은 아니지만 경선 승복이라는 전통을 세운 김성호 의원도 “17대 국회는 무엇보다 룰과 규칙을 지키는 국회, 그 아래서 정책을 다루는 국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당리당략의 족쇄가 현역의원들에게 얼마나 컸던지 절실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 이념 아닌 정책으로 풀어야
17대 국회에 대한 바람은 시민단체나 학계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 손혁재 운영위원장은 “17대 국회는 민주성 공개성 접근성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의 횡포나 입법권의 독점을 막자는 의미의 민주성, 모든 활동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표결하는 공개성, 그리고 시민들이 얼마나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지 여부인 접근성이 새로운 국회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손 위원장은 의사당 복도나 계단에서 일하는 영국 의회의 예를 들면서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가 아닌 평소에도 특권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들 눈높이에 맞춘다면 매력적인 집단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박세일 교수는 훨씬 강경하다. 박 교수는 “국회하면 권력투쟁만 생각하게 되는데, 국민의 문제를 풀지도 못하면서 싸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가령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야가 싸워야 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산적해 있는 국정과제를 이념이 아닌 구체적 정책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있을 때 국민적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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