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임현진 2004.03.08)

지역내일 2004-03-08 (수정 2004-03-08 오전 10:41:06)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임현진 서울대학교 교수·정치사회학

중국은 경이로운 나라다. 국토가 넓고 인구도 많지만, 지난날 이룩한 문명적 성취가 양과 질에서 돋보이기 때문이다. 중국문명권의 일부로서 한국이 왜소해지는 이유다.
지금 중국은 원대한 포부를 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에 일인당 국민소득 3000달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였다. 이런 목표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GDP 면에서 중국은 2007년에 독일, 2015년에 일본, 2039년에 미국을 능가하게 되어 있다. 군사강국에서 경제강국으로의 변모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대국이었다. 이제 중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대국을 지향한다. 중국사회과학원에 의하면, 중국은 경제, 과학기술, 국방, 자원 등 경국력(hard power)과 정치, 외교, 교육, 사회발전 등 연국력(soft power)을 합친 종합국력에서 2020년에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다음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세계에 뻗어있는 화교네트워크를 감안하면, 바야흐로 21세기가 중국의 패권시대가 될 전망이다. 유인우주선 신주(神舟)의 발사이후 중국은 이미 자신감에 차 있다. 북경은 시내외에 5개의 순환도로를 건설하고 2008년 세계올림픽을 맞이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과 동경을 뛰어넘는 디지털 하부구조를 갖는 상해 또한 2010년 엑스포에서 세계최대 금융도시를 공인받으려고 노력중이다.
10년 전만해도 중국은 한국의 국가주도 발전경험을 배우려 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과학기술은 물론 경제발전에서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한국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한국이 중국의 기초과학이나 투자전략을 배워야 할 상황이다.

경제강국 변모, 중국이 세계를 지배한다
‘세계의 공장’(world factory)이 된 중국은 노동집약적 경공업에서 자본집약적 중공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직물과 가전 제조는 물론 철강과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1등을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5년 안에 50개 기업을 세계 500대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시도도 그 일환이다. 삼성, 포스코,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소니, 도요타, GE를 앞지르는 세계최고의 기업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이러한 중국의 미래에 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민족문제, 빈부격차, 부정부패를안고 있는 중국이 경제성장의 와중에서 공산당 일당독재가 효율을 잃고 시민사회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하여 정치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반면 그러한 사회경제문제를 중화(中華)로 용해하여 중국이 후발(後發)의 이점을 살려 굴뚝산업과 종국에는 정보산업을 포괄하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우리의 고민은 중국의 발전이 한반도에 주는 영향이다. 분단된 남북한으로서 대국화된 중국은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다. 이미 6자회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중국은 북한은 물론 남한을 인접 스탄공화국들이나 심지어 베트남보다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아래로 놓고 보고 있다. 우리가 지닌 비교우위는 기술, 자본, 자원, 교육, 문화 그 어는 것으로도 중국에게 매력의 대상이 더 이상 아니다.
세계포럼 이사장인 김진현 선생의 이른바 중국의 남북한 ‘하대’(下待)론의 배경이다. 정쟁에 빠져 미래를 저당잡고 있는 남한이나 권력에 눈멀어 변화를 외면하는 북한을 중국이 높이 살 리 없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있다. 경제대국으로 군사적 재무장을 시도하는 일본이나 군사대국으로 경제적 변신을 시도하는 중국을 주시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에 대해 경계할 것은 경계하고 학습할 것은 학습해야 한다. 특히 남북한은 관계개선을 통해 교류와 협력을 틀을 갖춰 통일의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을 가져야만 중국과 일본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외환위기 경험 되살려 미래를 준비해야
중국에 한류(韓流)가 불고 있다. 드라마와 가요를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다. 그러나 우리 안에 있는 한류(漢流)를 고려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유교문화는 논외로 치자. 대학과 학원에서의 중국어 열풍을 보라. 중국에 있는 유학생중 한국인이 제일 많다고 한다. 우리의 먹거리는 중국산으로 도배되고 있다. 생산비를 낮추느라 기업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계속 이전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공장이전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처럼 원천기술이 미약한 경우 공장이전은 산업의 공동화를 가져오고 끝내 자본축적을 어렵게 한다. 미국이나 일본은 공장이전을 해도 돈을 벌게 되어 있다. 바로 원천기술 덕택이다.
혹시 우리가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적이다. 이러한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는 한 위기는 언제든지 도래할 수 있다. 외환위기의 교훈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소득 이만불 달성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신적 해이의 극복이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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