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시스템을 바꿔야 산다(6) 신분세습 ‘인사카르텔’ 차단해야

특권의식․편가르기, 인사시스템 망가뜨려

지역내일 2004-03-16




21세기에 접어든 지 이미 수년이 지났는데도 고향이나 출신학교가 같다는 게 인사의 주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일부 지역과 일부 학교출신이라는 게 따라다니면서 신분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기관들의 산하단체가 ‘재경부 몫’ ‘농림부 몫’ 등으로 낙하산인사를 기정사실화한 나눠먹기식 인사가 만연화돼 있다. 정치권에서도 신인보다는 편가르기에서 줄을 잘 선 정치인에게 공천이 떨어지기 일쑤다. 뜻이 맞지 않으면 적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코드인사’도 한계에 도달했다.
자연히 참신한 인재들은 멀어지고 오로지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 관료들만이 시행착오를 재탕삼탕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번 동지는 영원한 동지’인 관료들의 집단주의나 ‘~사단’으로 불리는 파벌주의 역시 건전하고 효율적인 인사시스템의 커다란 장애요인이다.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 지연 뿐만 아니라 SS(서울고 서울대) KS(경기고 서울대)의 학벌카르텔이 새로운 인재 등용의 길을 차단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깨기 위한 선언과 움직임이 있지만 단단한 관행이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 학연․지연의 낙인=지난 2월 문화일보가 참여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한 1급 이상 고위공직자 239명의 인사이동 분석결과 호남출신인사가 전라도에 근거지를 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당시부터 꾸준히 증가를 보였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에는 영남과 호남비중이 33.5%, 22.8%였으나 2002년 4월초에는 39.7%, 26.5%였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38.5%, 28.0%로 변했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98년 2월에는 호남출신이 14.5%에 지나지 않았다.
이 중 전남출신 인사가 이번조사에서 15.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고등학교별로는 경기고 출신 인사가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고(16명)와 서울고(15명)가 뒤를 이었다. 출신대학에서는 서울대가 100명으로 전체의 41.8%를 차지했으며 연세대(22명) 고려대(20명) 성균관대(20명)가 순서를 이었다.
내각과 청와대 장차관 88명 중에서는 경기고 출신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고가 9명으로 뒤를 따랐다. 출신대학에서는 역시 서울대 출신이 46.6%로 가장 많았다.
◆ 끊이지 않는 낙하산 인사=정부관료가 산하단체에 내려가 단체장과 주요자리를 차지하는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재경부를 비롯, 농림부, 문광부, 정통부, 행자부, 건교부, 산자부 등 정부부처마다 수십개의 산하단체를 거느리면서 주요 직위는 이들의 ‘몫’으로 점지된 상태다.
재경부는 금융유관기관장 자리 뿐만 아니라 정부지분을 가지고 있는 은행은 재경부 관료의 착지지역이다. 기업은행장으로 강권석 금감원 부원장이 앉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본받아 금감원 고위인사들은 금융기관의 감사자리를 떼논당상으로 확보한 상태다.
건교부는 토공 주공 도공 등 공기업만 8개, 고속철도 시설공단 등 산하기관 5개, 협회 31곳, 조합 10곳 등 무려 54곳의 낙하산 대상지를 가지고 있다. 협회의 상근 부회장이나 조합 이사장 자리는 건교부 퇴직관료의 후임처다. 산하기관 이사장 자리도 예외가 아니며 공제조합 8곳 역시 건교부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산자부 산하기관은 463개다. 정부출자․투자기관과 재투자․출연기관은 20개, 특수법인 18개, 전문생산기술연구소 13개, 각종 사업체 단체 47개, 기타 자율단체 356개. 산자부 산하단체에는 산자부 출신 인사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군출신인사들과 골고루 나눠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잡음이 적다. 행자부와 복지부 관료들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농림부 산하에는 한국마사회, 농업기반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3개 투자기관과 농협중앙회, 산림청, 농촌진흥청 등이 낙하산의 탄착점이다. 문광부 산하에 있는 예술의전당,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세종문화회관, 한국관광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방송광고공사 등에는 문광부 관료와 정치권 등에서 줄기차게 내려오고 있다.
◆ 같이 죽고 같이 사는 ‘사단’=‘오야붕’과 ‘쫄다구’의 관계가 마치 조폭처럼 이뤄져 있는 곳이 정치판이다. 오야붕은 지도력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이를 분배해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이런 오야붕-쫄다구의 관계는 ‘돈’을 필요로 했고 결국 불법자금이 조성되는 것이다.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불법대선자금도 사실은 오야붕의 사당을 움직이기 위한 운전자금이었던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전두환 대통령은 87년 대선당시 36개 기업들로부터 976억5000만원을 받았고 이를 총선지원금으로 나눠주기도 했으며 노태우 대통령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35개 기업체 대표로부터 모두 2838억9600만원을 건넨 받아 민자당 운영비, 13․14대 국회의원 선거지원 등에 사용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에서 ‘조직운영자금’이 비밀리에 조성된 게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카르텔을 형성, 인사 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 ‘자신의 사람들’을 곳곳에 배치하기도 했다.
또 코드가 맞는 사람들의 모임인 ‘~사단’ 역시 자신들만의 테두리를 만들어 외부인 출입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이헌재 사단’이 대표적이다. 이헌재 부총리 기용설이 나돌면서 불거진 ‘이헌재 사단’에는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들이 주류다.
이 부총리의 ‘지시’를 받아 LG카드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박해춘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 배드뱅크 사장으로 유력한 국민은행 이성규 부행장, 국민은행의 한투․대투증권 인수 사무국장으로 나선 최범수 전 국민은행 부행장,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추천된 서근우 금융연구원 박사, 황영기 우리금융그룹 회장, 오호수 전 증협회장 등이 최측근으로 꼽히며 정건용 전 산은총재, 이재록 전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 유지창 산은 총재 등도 코드가 맞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부총리는 ‘검증된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KS''를 주로 기용하는 등의 인사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번 우리금융회장후보에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단독추천된 것도 서울고라인과 이 부총리의 작품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 부정부패 조장= 낙하산 인사는 부정부패를 조장한다. 낙하산인사는 출신정부기관과의 업무협조 등의 과정에서 상당한 커넥션이 오갈수 있다. 개별 산하단체에서 오히려 낙하산인사를 반기는 경우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위한 속셈이 깔려있는 게 대부분이다.
또 낙하산 인사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어 업무의욕을 떨어뜨리고 복지부동을 부추긴다.
모 금융기관 관계자는 “내부승진으로 기관장이 되는 경우가 있어야 비전을 가지고 일할 텐데 줄곧 낙하산만 내려오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연과 지연, 코드에 의한 인사는 불투명하고 불건전한 행태를 조장했다. 대통령이나 주주 파당의 우두머리는 조직이 움직일 자금마련을 위해 불법을 자행하고 이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자금이 정치활동에 사용되기 일쑤였다.
학연과 지연, 코드는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줄서기 문화를 만들었다. 불가항력적인 지역마저 인사기준으로 삼아 ‘능력’보다는 ‘운칠기삼’이라는 푸념이 쏟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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