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수사의 후유증
임재경 언론인
2002년 대통령선거 때 한나라당이 823억원, 옛 민주당이 113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검찰이 발표했다. 이것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중간 집계이므로 앞으로 수사가 더 진행되면 불법자금의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은 뻔하다.
검찰의 대선자금수사 중간발표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갈래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4·15 국회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왜 중단하느냐는 것이다.
중간발표의 기업별 불법 정치헌금 내역을 보면 1백억원 이상 낸 4대 재벌이외에 한화그룹과 대한항공이 40억원과 20억원을 낸 것이 전부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 관행으로 미루어 위의 여섯 기업 이외의 재벌과 기업들이 과연 정치권과 냉랭한 거리를 두었다고 믿을 수 있을까. 따라서 국민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해도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판에 총선 기간동안 불법 대선 자금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중단하겠다는 검찰의 결정이 다방면으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불법 대선자금 파문의 핵’에 해당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검찰이 노 대통령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저에 대한 사법 처리를 연기하는 것이라면 이는 검찰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공박했다.
창 823억 대 노 113억 ‘오십보 백보’ 논란
반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선거가 코앞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결정을 이해하지만 선거는 선거고 진실을 진실이고 수사는 수사라는 입장에서 미흡하다”고 논평했다. 서로 대립하는 위치에 서있는 여야 두 정당이 검찰의 수사중단(총선 기간 중)에 대하여 동일 보조로 반발하고 있는 것은 국민 모두가 짐작하는 대로 노 대통령의 “10분의 1”발언과 무관치 않다.
총선 이후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다시 활발해져 얼마나 더 캐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3월 8일자 검찰 중간수사 발표의 <823억원 대="" 113억원="">이라는 숫자(數字) 상징은 국민의 가슴에 움직일 수 없는 판단기준으로 각인될 것이다. 물론 여야, 다시 말하여 노무현 지지층과 노무현 반대층의 동일한 판단기준으로도 다른 결론을 도출하겠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전자는 엄청난 차이라는 결론일터이고 후자는 ‘오십보 백보’론을 들고 나온다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이 결코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고 믿지만 이런 대비의 숫자적 정확성에 집착하여 논란을 거듭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얼버무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를테면 ‘10분의 1’이라는 대비가 ‘8분의 1’ 혹은 ‘12분의 1’의 수사결과로 귀착된다한들 불법 대선 자금의 위법성을 경감한다던가 아니면 가중하는 사유가 되지 못하는 데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문제는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8백23억원과 1백13억원은 엄청난 차이이고 이와 아울러 1백13억원 역시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 국민의 느낌이다.
<오십보 백보론="">을 심히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386측근 보좌진의 행태다. 그 가운데 몇몇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10억대의 거액을 받았고 더구나 2억원을 아파트 구입비에 썼다는 데에 이르면 한나라당 60대들의 대선자금 가로채기가 무색해진다.
노대통령 측근비리 정권도덕성에 치명타
사람은 개인이거나 집단이거나 간에 나쁜 것을 먼저 모방하는 경향을 책에서 아니 일상적으로 보는 대로이지만 개혁을 입에 담는 젊은 정치 지망생들이 권력의 어두운 구석에 맛을 들이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비교적 정권 출범 초기에 엉덩이에 뿔이 솟아나는 송아지를 내몬 것은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부패와 지역주의에 염증이 난 국민은 6월 항쟁의 최 일선에 섰고 3당야합과 지역주의에 저항한 이단아 노무현에게 새로운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정치인 노무현은 그 역시 부패로 얼룩진 우리의 정치 토양 속에서 고민하며 성장하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를 지지하는 열린우리당과 그의 개인 보좌진이 불법 정치자금의 연루된 혐의가 이를 입증한다. 현실 정치인 가운데 초역사적 존재가 있을 수 없을 뿐더러 더구나 그 주변 인물들이 오로지 개혁의지만으로 그 주위에 뭉쳤다고 주장한다면 큰 오해다.
이번 불법대선자금 파문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신이 아집과 독선에 빠져들지나 않았는지 깊이 성찰할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오십보>823억원>
임재경 언론인
2002년 대통령선거 때 한나라당이 823억원, 옛 민주당이 113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검찰이 발표했다. 이것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중간 집계이므로 앞으로 수사가 더 진행되면 불법자금의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은 뻔하다.
검찰의 대선자금수사 중간발표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갈래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4·15 국회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왜 중단하느냐는 것이다.
중간발표의 기업별 불법 정치헌금 내역을 보면 1백억원 이상 낸 4대 재벌이외에 한화그룹과 대한항공이 40억원과 20억원을 낸 것이 전부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 관행으로 미루어 위의 여섯 기업 이외의 재벌과 기업들이 과연 정치권과 냉랭한 거리를 두었다고 믿을 수 있을까. 따라서 국민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해도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판에 총선 기간동안 불법 대선 자금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중단하겠다는 검찰의 결정이 다방면으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불법 대선자금 파문의 핵’에 해당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검찰이 노 대통령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저에 대한 사법 처리를 연기하는 것이라면 이는 검찰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공박했다.
창 823억 대 노 113억 ‘오십보 백보’ 논란
반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선거가 코앞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결정을 이해하지만 선거는 선거고 진실을 진실이고 수사는 수사라는 입장에서 미흡하다”고 논평했다. 서로 대립하는 위치에 서있는 여야 두 정당이 검찰의 수사중단(총선 기간 중)에 대하여 동일 보조로 반발하고 있는 것은 국민 모두가 짐작하는 대로 노 대통령의 “10분의 1”발언과 무관치 않다.
총선 이후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다시 활발해져 얼마나 더 캐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3월 8일자 검찰 중간수사 발표의 <823억원 대="" 113억원="">이라는 숫자(數字) 상징은 국민의 가슴에 움직일 수 없는 판단기준으로 각인될 것이다. 물론 여야, 다시 말하여 노무현 지지층과 노무현 반대층의 동일한 판단기준으로도 다른 결론을 도출하겠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전자는 엄청난 차이라는 결론일터이고 후자는 ‘오십보 백보’론을 들고 나온다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이 결코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고 믿지만 이런 대비의 숫자적 정확성에 집착하여 논란을 거듭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얼버무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를테면 ‘10분의 1’이라는 대비가 ‘8분의 1’ 혹은 ‘12분의 1’의 수사결과로 귀착된다한들 불법 대선 자금의 위법성을 경감한다던가 아니면 가중하는 사유가 되지 못하는 데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문제는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8백23억원과 1백13억원은 엄청난 차이이고 이와 아울러 1백13억원 역시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 국민의 느낌이다.
<오십보 백보론="">을 심히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386측근 보좌진의 행태다. 그 가운데 몇몇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10억대의 거액을 받았고 더구나 2억원을 아파트 구입비에 썼다는 데에 이르면 한나라당 60대들의 대선자금 가로채기가 무색해진다.
노대통령 측근비리 정권도덕성에 치명타
사람은 개인이거나 집단이거나 간에 나쁜 것을 먼저 모방하는 경향을 책에서 아니 일상적으로 보는 대로이지만 개혁을 입에 담는 젊은 정치 지망생들이 권력의 어두운 구석에 맛을 들이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비교적 정권 출범 초기에 엉덩이에 뿔이 솟아나는 송아지를 내몬 것은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부패와 지역주의에 염증이 난 국민은 6월 항쟁의 최 일선에 섰고 3당야합과 지역주의에 저항한 이단아 노무현에게 새로운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정치인 노무현은 그 역시 부패로 얼룩진 우리의 정치 토양 속에서 고민하며 성장하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를 지지하는 열린우리당과 그의 개인 보좌진이 불법 정치자금의 연루된 혐의가 이를 입증한다. 현실 정치인 가운데 초역사적 존재가 있을 수 없을 뿐더러 더구나 그 주변 인물들이 오로지 개혁의지만으로 그 주위에 뭉쳤다고 주장한다면 큰 오해다.
이번 불법대선자금 파문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신이 아집과 독선에 빠져들지나 않았는지 깊이 성찰할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오십보>82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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