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패척결 마지막 할 일은 국민의식개혁운동
부제 : 1. 과거에도 정치부패 척결했지만 비리는 더 자라나
2. ‘공동체 위한 봉사’가 새로운 국민운동의 방향
대선자금 수사와 4·15 총선이 끝나면 한국사회는 좀더 투명하고 건전한 사회가 될까. 국민과 지도자들은 정쟁과 불신의 소모전을 벗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한단계 높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단합할 수 있을까.
참여정부는 지난해 10월 대선자금 수사를 앞두고, 이탈리아의 마니폴리테 운동을 참고했다. 그때 가장 관심을 기울인 대목이 바로 마니폴리테 후 이탈리아는 깨끗해졌는가, 국가경쟁력이 높아졌는가 하는 문제였다.
우리사회 원로의 한사람인 대산농촌문화재단 이사장 류태영(68) 박사는 이에 대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변혁기마다 정치권의 부패척결을 위해 부정축재를 환수하고 정치활동을 금지시켰지만 그후 부패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류 박사는 “세상이 썩었다고 개탄하는 손가락이 나를 뺀 다른 사람만 가르키는 사회에서는 결코 세상이 정화되지 않는다는 게 150년전 덴마크 부흥운동을 주도했던 그룬드비의 명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의 구조적인 환부를 도려내는 대선자금 수사와 같은 외과수술, 4·15 총선에서 구정치인을 물갈이하는 하드웨어 교체 이후 소프트웨어 교체를 위한 국민의식개혁운동이 펼쳐져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박사는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올라서면 사회의 모든 시스템과 국민의식이 더 이상 의식개혁운동을 할 필요가 없게 정비 조율된다. 그러나 지금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올라서기 위한 단계에서는 의식을 선진화하는 국민운동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동체를 위한 봉사운동’이 새 국민의식의 요체라는 점을 짚었다. 이른바 ‘IMF형 국민운동’이다. “지금까지 부패고리에 연결됐던 사람들이 검찰에 걸려나온 사람들뿐이겠는가. 나는 안 걸렸다고 옛날버릇 못 고치면 비리는 또 자라게 돼 있다. 사회지도층, 특권층 인사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즐기던 버릇을 버리고, 국민공동체의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하다보면 비리고리로부터 탈출할 윤리의식이 싹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봉사라는 게 가진 사람, 기득권층만이 하는 일이 아니라 보통사람 부족한 사람도 자기인생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의 새로운 운동방향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류 박사 자신이 10대 후반,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던 절대빈곤 시절에도 좌절하지 않았던 것은 학비마련을 위해 신문배달을 하며 모은 돈을 틈틈이 복지시설을 찾아 기부하던 봉사를 통해서였다.
그의 주장은 IMF 이후 모두 살기 어렵다고 힘들어하는 지금 시기가 오히려 민생고의 바닥까지 꿰뚫고 들어가며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봉사운동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불만과 불신, 실직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공동체를 위한 봉사’라는 주제는 철모르는 사람의 주장으로 치부되기 싶다. 그러나 류 박사는 젊은 시절 ‘육체의 자연성장이 멈출 정도’의 절대빈곤을 이기면서 꿈을 추구했던 자기경험으로부터 지금같은 시기가 ‘IMF형 국민운동’의 적기임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류태영 박사는 새마을운동의 선구자다. 60년대 후반, 신을 신발조차 없이 가난한 농촌을 탈출해 학업의 길을 찾던 그는 생면부지의 덴마크 국왕에게 편지를 썼고, 덴마크 정부의 배려로 사회개혁국민운동을 전공하고 귀국했다. 70년 농촌개혁을 꿈꾸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그가 실험 중이던 경기도 일원의 농촌개혁운동이 눈에 띄었고, 건국대에 몸담고 학생들의 정신교육을 지도하던 그는 청와대로 불려가 새마을운동의 사령탑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기획하고 교육하는 모든 업무를 도맡아 새마을운동에 추진력이 붙자, 유신체제가 강화되던 73년 이스라엘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새마을운동은 5천년래 가난의 상징이던 농촌을 잘살게 만들어보자는 의식개혁운동이었는데, 그 바람이 워낙 거세게 일어나다 보니 박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은 유신의 도량’이라는 식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왜곡되고 말았던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류 박사는 ''국민의 정부'' 때 실패한 ''제2건국운동''도 최초기획안을 청와대에 제출한 일이 있다고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정부에서 무슨 운동단체를 만든다고 될 때가 아니다. 애초 계획에는 기존 사회운동단체들이 IMF 극복을 위해 제2건국의 정신으로 뜻을 모으자는 취지로 제안했던 것인데, 타이틀이 좋았던지 정부에서 욕심을 내서 덜렁 단체를 만들어내니 반발만 샀던 것이 아닌가.”
류 박사는 영어와 일본어 외에도 덴마크어와 이스라엘의 히브리어에 능통하다. 그는 덴마크에서는 사회개혁운동을, 이스라엘에서는 군에서 실행하는 국민의식교육 프로그램을 전공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국립 벤구리온대학교에서 히브리어로 사회학을 강의한 적도 있어 세계 유대인 조직과 통하는 특이한 한국인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 모두 군에서 자신의 사회활동과 진로를 모색하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국민개병제 국가에서는 군이 안보 본연의 임무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국민의식개혁운동의 방향을 공유할 훌륭한 여건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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