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본회의 개최가 무산된 11일 저녁 오경훈 의원은 다른 동료의원들과 함께 의장실을 점거한 채 박관용 의장의 퇴근을 막고 있었다. 당 지도부로부터 박 의장을 보호(?)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모든 것이 풀릴텐데,,, 대통령이 해도 너무 한다”
오 의원의 마음은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국회의장 억류’라는 볼썽사나운 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도 그렇고,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는 모습도 너무 실망스러웠다. “당초 탄핵안 발의에 반대했다.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정치적 혼란이 일어날 경우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불쌍한 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난 지금은 맘이 바뀌었다. 법질서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저런 법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라의 기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렇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앞장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제출하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해 4월 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오 의원은 이제 1년이 채 안된 여의도 초년병이다. 정치부 기자생활을 하면서 정치를 맑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속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정치에 뛰어 들었다. “3040세대를 위한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속한 세대 얘기를 해야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 의원이 볼 때 3040세대는 사회의 근간이다.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들을 키우는 사회의 허리다. “지금 이들이 대한민국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오 의원은 교육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을 음란 폭력물로부터의 보호가 절실합니다, 세상천지에서 백주대낮에 폭력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곳은 학교밖에 없을 것입니다”고 한탄했다. 지난 1년간 음란물에 대한 대책을 마련에 주력해 온 오 의원은 17대 때는 폭력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동시에 그는 노인치매 문제 해결에 애쓰고 있다. “치매노인이 암환자보다 많다”며 “국립암센터도 설립된 마당에 국립치매센터 설립이 지연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가장 궁극적인 희생은 자기를 던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신부가 될 생각을 했던 오 의원은 가슴깊이 새기고 있는 것이 있다. “민주화를 위해 분신한 고 이재호, 김세진씨와 동료입니다. 그들과 날밤을 세며 토론하고 사회를 걱정하던 그 진지함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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