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신(新) 신분제도 타파 움직임

지역내일 2004-03-15
● 21세기 신(新) 신분제도 타파 움직임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

“아들·딸에게 회사를 물려주진 않겠다.”
지방 중소기업에 불과하지만 감히 대기업은 흉내조차 내지 못할 ‘정도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가가 있다. 경북 포항에서 포스코 청소용역업을 하는 (주)대원 이원국 사장. 그는 75년 이곳에 뿌리를 내린 지 30여년만에 매출 110억원의 어엿한 중소기업을 일궈냈지만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2세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면서 이름값을 까먹는 것이나 2세 경영으로 세대교체한 상당수 재벌들이 과거의 영화를 역사 속으로 묻으며 명멸해 간 사례와 비교하면 울림이 작지 않다. 사장 자신이 내로라 하는 명문대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른바 잘난 사람들끼리의 잔치판에 한 가닥 희망을 갖게 한다.
이 사장은 청소 용역이라는 굳은 일을 하면서도 해마다 포항공대에 장학금을 출연할 정도로 경영방침이 남다르다. 그는 “우리 사회에 보기 드물게 건전한 경영자여서 소개하려 한다”는 거듭된 요청에도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흔한 휴대폰도 하나 없다. 이 회사의 임원은 “사람의 앞일이라는 게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법이어서 함부로 드러내놓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며 거푸 취재 요청을 사양했다. (당사자의 뜻을 거스르며 기사화한 점을 양해 바란다.)

◆낙점식·낙하산 배제 분위기 =
정부가 일정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공기업과 정부유관기관들에는 사장직 공모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입김이 과거보다 줄어들면서 전혀 예상밖의 인물이 선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증권업협회는 추천제를 새롭게 도입해 회장후보를 천거받았으며 증권사들이 추천한 회장후보를 대상으로 회원사들이 직접 비밀투표를 통해 회장을 뽑았다. 협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려고 했으나 불투명성 비난이 높아지면서 추천제를 부랴부랴 도입했다. 결국 예상됐던 오호수 전 회장이 탈락하고 황건호 전 메리츠사장이 신임회장으로 선출됐다.
증권예탁원은 올해부터 공모제를 도입했다. 오는 18일까지 사장후보 공모를 받고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독추천, 3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오는 5월과 6월로 예정돼 있는 증권금융 사장과 투신협회장 선출에서도 공모와 후보추천위원회제도 도입이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증권금융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시대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으며 투신협회 고위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밖에 올 들어서만 우리금융지주가 회장직 공모를 통해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을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고 한국전력과 농업기반공사도 몇 차례의 공개선발과정을 거친 외부 인물을 최고경영자로 받아들였다.

◆인사시스템 변화 =
일반 직원의 평가방식도 바뀌고 있다. 다면평가 도입이 기업에서 관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90년대 초반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상향식평가는 최근 정부기관으로까지 이동하면서 학연 지연 등에 의한 인사관행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감원 모 국장은 부하직원들이 자신에 대해 평가한 상향식 평가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인사고과에 15% 반영되는 직원들의 평가점수가 처음 도입됐던 2001년에는 전체 평균과 함께 개별통지됐지만 그 이후로는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상향식 평가결과의 반영비율을 10%에서 15%포인트로 올려 더욱 신경 쓰인다.
이 국장은 당시 평균보다 낮은 자기점수를 보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점수를 낮게 줬냐며 직원들을 닦달한 이후 비공개로 했다고 한다.
이 국장은 상향식 평가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향식평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박윤호 총무국장은 “부하직원들의 눈으로 보는 평가가 왜곡될 수도 있지만 상위 20%와 하위 20%를 가르는 데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와 LG그룹 관계자도 다면평가가 참고사항으로 사용되긴 하지만 학연과 지연에 의한 인사시스템을 바꾸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부처 22개 국장급 간부를 맞교환하기로 한 것은 인사교류와 함께 부처간 벽깨기 의미도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당수 고위 공무원 직위를 개방직으로 열어두겠다는 것도 의미있는 시도다.
정치판에서는 2002년 대선때부터 등장한 상향식 공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 밀실정치에서 당수의 낙점식 공천이 상향식 공천으로, 국민경선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시도는 좋으나 성과는 ‘아직’=
각종 연(緣)을 깨려는 다양한 시도가 현재 실험중에 있다. 하지만 그 뿌리가 깊은 만큼 새로운 시도에 따른 후유증도 적지 않다. 사장직 공모제를 추진하고 있는 한 정부유관기관 관계자는 “이 부총리 취임 후 나온 ‘누가 인사권자인지 모르겠다’는 경고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모제의 장점이 분명 있지만 아직 확신을 가질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인사교류·공무원 개방직제도 도입 취지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함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 설치 관련 인천시-행자부 인사 뒷거래설을 비롯해 참여정부 첫 개방직 고위 공직자를 재경부 출신이 차지하면서 ‘역시나’라는 반응이 나온 것이 그렇다. 정부가 공개모집을 하고 있는 116개 개방형 공직 가운데 불과 15%만이 민간인 출신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국민경선형 상향식 공천’이 표밭 가꾸기를 통해 당원 관리에 주력해온 인물을 당선시키고 오히려 개혁성을 갖춘 인물은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평가절하되는 것도 문제다. 한 경선 탈락자가 남긴 “할 말은 많지만 대의를 위해 가슴에 담겠다”는 소회는 아직 우리 정치권이 풀지 못한 ‘연(緣) 문제’를 대변한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