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부진 지속·물가불안 가중

‘슬럼프플레이션’마저 우려할 판

지역내일 2004-02-03
경기회복은 더디게 진행중인 가운데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경기불황에도 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일반 서민들의 체감경기와 체감물가를 고려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만큼 서민들은 오랜 기간 ‘불황속 고물가’ 고통에 시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새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0.6%나 급등한 가운데 설비투자나 도소매판매 등 내수는 반년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정부 통계지표로도 스태그플레이션을 넘어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마저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다.
특히 수출 호조덕에 산업생산이 활기를 띠고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질 순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상반기안에도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만큼 물가상승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될 경우 우리경제는 슬럼프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임노중 한화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내수 특히, 소비가 얼마나 빨리 살아나느냐가 지금으로선 슬럼프플레이션 없이 일시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그칠수 있는냐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며 “소비가 수출호조에 따른 설비투자 확대 등 기업과 고소득층에서만 활성화되는 소비의 ‘부익부’ 현상 없이 고른 소비촉진 정책이 곁들여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속도는 물론 질적으로도 양호한 소비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정부의 올 정책 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경제회복, 물가상승 압력=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6% 상승해 지난해 9월의 0.9% 이후 4개월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설 수요에 연초 집중되는 공공요금 인상 등 계절적 요인을 고려할 경우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4분기부터 급등세를 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 들어서도 크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단적으로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올 들어 배럴당 30달러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석유류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회복에 달러약세가 지속되고 중국의 ‘싹쓸이’식 원자재 수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제원자재 값 상승과 함께 국제유가는 달러당 30달러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적으로 공산품가격 상승에 공공요금마저 오르고 있어 당분간 물가는 상승세를 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호조가 지속될 수록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수입물가를 중심으로 물가상승 압력도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한은 박승 총재 확대연석회의에서 “하반기 이후 설비투자 등이 늘어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상반기중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정부는 그러나 올 물가상승률을 통제 수준인 3%대 수준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설비투자 늘어도 소비확대 요원=정부나 일선 경제연구소들은 수출호조로 산업생산이 크게 늘어 설비투자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 12월중 산업활동동향을 봐도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10.4%나 늘었고 가동률 역시 80%를 웃돌았다. 올 1월에만 수출이 30%나 늘었을 정도로 수출호조세는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뿐 아니라 이처럼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민간소비도 살아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슬럼프플레이션은 물론 스테크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환경은 정부 기대와는 달리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물론 80%를 넘어선 공장 가동률 등을 고려하면 설비투자 증가 압박은 계속될 수밖다. 하지만 총선에 정치자금 수사 등 정책의 ‘불투명성’으로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를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다.
기업들이 “총선전엔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이후 미래 불확실성으로 소비보단 저축에 치중한 중산층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를 갑자기 늘릴 가능성도 낮다. 중산층 이하의 경우 이미 소비할 돈이 부족한 상태로 고소득층의 경우 사회적 분위기나 정서를 의식, 국내보단 해외에서 소비하는 풍토가 조성된 지도 이미 오래다. 정부가 내수진작책을 드러내 놓고 쓰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소비의 양극화 현상을 고려한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활동인구의 20%에 달하는 400만명이 신용불량자 상태다. 신용불량자가 아닌 2000만명의 경제활동인구 역시 아직은 소비여력이 적다. 다만 도시가구 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3배가 넘는 10%라는 점에서 소비는 늘어나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경제적 정치적 요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우리경제가 이제 회복국면 초기라는 점에선 다행스런 일이지만 총선을 낀 상반기 중에 소비가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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