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제대로 된 청년층 일자리 만들어야(박창래 2004.02.12)

지역내일 2004-02-04 (수정 2004-02-12 오전 10:42:35)
제대로 된 청년층 일자리 만들어야
박창래 언론인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이는 호랑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 보아도 철책가를 왔다갔다 하는 그 동물의 번쩍이는 눈, 무서운 분노, 괴로움에 찬 포효. 앞발에 서린 끝없는 절망감. 미친 듯한 순환,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더없이 슬프게 한다.
독일 태생의 종군기자이며 작가인 안톤 시나크가 그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수없이 많다. 사냥꾼의 총부리 앞에 죽어가는 한 마리 사슴의 눈초리.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학창시절의 친구가 고관대작이 된 이후 우리를 알아보려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 바이얼린의 G선, 출세한 여자의 좁은 어깨 등등 그리고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갑신년 새해 이 땅에서 우리를 정말로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가. 그것은 단연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의 뒷모습이 첫 손에 꼽힌다. 일터를 찾기 위해 수십번씩 이력서를 써가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취업을 향한 그들의 절규는 우리에 갇힌 호랑이의 포효 못지않다. 그것은 당사자에게는 슬픔을 넘어 분노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국민이 갖는 올해의 가장 큰 소망이 경제가 하루속히 회복되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란 사실은 취업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반영한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2%대에 그쳤고 청년 실업률은 무려 8%에 이르렀다. 더구나 37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의 양산은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노사정위 ‘일자리창출 사회협약’ 이행 의문
이런저런 통계는 일자리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지난 한해 우리 경제는 4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무려 127만개가 줄어든 이후 일자리는 그동안 한해 35만 내지 86만개씩 늘어났었다. 매년 신규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50만이상의 졸업생을 흡수하기는커녕 있던 자리마저 사라졌으니 취업난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젊은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청년층 일자리가 19만개 줄었다는 사실이다. 작년 12월 전체 실업자 수는 82만명인데 청년 실업자는 43만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란 자조가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20대 취업자의 절반이 임시직이나 일용직이란 사실은 젊은이들을 더욱 절망케 한다. 20대 임금 근로자 400만8000명중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62만2000명과 39만1000명 등 201만3000명으로 50.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기 때문에 실업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절망 실업자’가 24만명에 이른다는 연구까지 감안하면 청년 실업률은 10%를 뛰어 넘는다. 오죽하면 졸업을 미루려고 F 학점을 달라고 교수에게 애원하겠는가.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성장이요,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공언한 것은 올바른 현실 인식으로 평가된다. 최근 노사정위원회가 일자리 만들기 사회 협약에 합의한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대통령의 뜻이 관계 실무부처에서 정책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천에 옮겨지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정부가 예산을 가지고 복지 차원에서 생산성도 없는 일자리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생계의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으나 경제의 틀이 그런 식으로 오래 버티어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막대한 재정부담과 인플레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의 낭비임은 물론이다. 땜질식 처방이나 생색내기도 경계의 대상이다. 일부부처에서 포퓰리즘에 빠진 나머지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기업투자 활성화 지원해 일자리 창출해야
청년층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가장 확실한 길은 정통적인 방법으로의 접근이다.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켜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정부규제와 개입을 줄이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을 이행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경제에는 편법이 통하지 않고 왕도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국내기업의 해외이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인책도 있어야한다. 정부가 항상 강조하는 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임을 당사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통적 접근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더딜지 모른다. 그러나 편법이 가져오는 부작용 없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것이 젊은이들의 괴로움에 찬 절규에 응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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