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첫발, 개방 파고 극복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도 세계무역의 큰 흐름인 FTA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우여곡절 4수 끝에 뒤늦게나마 ‘통상의 세계화’ 흐름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일보 전진한 셈이다. 1998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FTA 추진을 합의한 지 5년3개월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번 비준안 통과는 ‘FTA 최후진국’에서 겨우 벗어나는 시작일 뿐 앞으로 넘어야할 고비가 산적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 148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몽골과 함께 한 건의 FTA도 발효시키지 못한 신세를 면한 데 불과하다는 애기다. 왜냐하면 칠레는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로 FTA를 체결하는데 가장 무난한 국가 중 하나로 여겨졌고 이 때문에 정부는 협정의 첫 상대국으로 선택했으며 협정도 비교적 쉽사리 성사될 것으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통상 세계화에 늑장 합류, 개방 효과 큰 기대 금물
따라서 이번 FTA 협정 비준은 우리 교역 규모에서 칠레가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큰 경제적 파장이 오는 것도, 개방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단지 200여개에 달하는 범세계적 FTA 체결경쟁의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시범 케이스 하나를 마련하는데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했고 사회적 혼란과 도시-농촌간의 갈등이라는 고비용을 치르는 등 ‘경제의 세계화’에 대비하는 우리 내부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칠레 FTA 비준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곳은 농민·농업·농촌 사회다. 농민들이 그토록 격렬하게 FTA를 반대하는 것은 한-칠레 FTA를 기점으로 마치 도미노처럼 개방화의 파고가 밀어닥치고 농업 농촌 사회가 무너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FTA 반대도 ‘이유 있는 항변’인 셈이다.
우리 나라 농업은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우루과이라운드(UR)를 겪으면서 ‘개방화’가 예고됐으나 잘못된 준비로 허송세월했다. 농업경쟁력을 높인다고 YS 신농정정책에 따라 약 57조원이 넘는 예산을 농업에 쏟아 부었으나 실질적인 농업경쟁력 증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퍼주기식 금융지원으로 비닐하우스와 관광농원 등 음식점만 늘려 정작 외환위기 이후 이들의 줄도산을 가져왔다. 농업생산력이 증가해 농민소득이 늘기는커녕 농가부채가 오히려 더 쌓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YS 5년, DJ 5년 모두 10년 동안 우리나라 농업은 개방화의 대세에 근본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셈이다. 더욱이 서민과 약자 편이라는 노무현 정부 들어 농업에 큰 타격을 주는 한-칠레 FTA를 통한 ‘준비없는 개방화’로 농심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분노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칠레 FTA 국회 비준에 따라 피해가 불가피해진 농업·농촌을 지원하기 위해 ‘4대 특별법’을 제정,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 법들의 제정을 통해 올해 1조 575억원, 앞으로 5년간 1조 700억원 향후 10년간 180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이 또다시 농어촌 부채경감과 농어민 상호금융의 금리 인하 등 농업의 경쟁력과 생산성·효율을 높이기보다 ‘당근’을 주는데 그치고 있어 실패한 YS 신농정 돈잔치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빚 탕감보다 농업 경쟁력 높일 시스템 개혁해야
FTA라는 개방화의 파고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길은 농민들에게 ‘고기’를 주기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주는 길로 나가야 한다. 결국 농업도 하나의 산업인 만큼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쟁력 높은 산업으로 농업이 다시 태어나게 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고 우수한 인력이 농업으로 들어가야 하며 이들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조·금융업과 비슷할 정도로 소득이 높아져야 한다. 30~50ha 정도의 농지를 확보한 규모화와 협업화·공동화 등을 통한 농업 시스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FTA 대책은 농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부채경감 등의 단기적 요법도 중요하지만 21세기 한국 농업의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는 농업시스템 개혁으로 나가야 한다.
안 찬 수 재정금융팀장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도 세계무역의 큰 흐름인 FTA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우여곡절 4수 끝에 뒤늦게나마 ‘통상의 세계화’ 흐름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일보 전진한 셈이다. 1998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FTA 추진을 합의한 지 5년3개월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번 비준안 통과는 ‘FTA 최후진국’에서 겨우 벗어나는 시작일 뿐 앞으로 넘어야할 고비가 산적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 148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몽골과 함께 한 건의 FTA도 발효시키지 못한 신세를 면한 데 불과하다는 애기다. 왜냐하면 칠레는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로 FTA를 체결하는데 가장 무난한 국가 중 하나로 여겨졌고 이 때문에 정부는 협정의 첫 상대국으로 선택했으며 협정도 비교적 쉽사리 성사될 것으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통상 세계화에 늑장 합류, 개방 효과 큰 기대 금물
따라서 이번 FTA 협정 비준은 우리 교역 규모에서 칠레가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큰 경제적 파장이 오는 것도, 개방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단지 200여개에 달하는 범세계적 FTA 체결경쟁의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시범 케이스 하나를 마련하는데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했고 사회적 혼란과 도시-농촌간의 갈등이라는 고비용을 치르는 등 ‘경제의 세계화’에 대비하는 우리 내부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칠레 FTA 비준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곳은 농민·농업·농촌 사회다. 농민들이 그토록 격렬하게 FTA를 반대하는 것은 한-칠레 FTA를 기점으로 마치 도미노처럼 개방화의 파고가 밀어닥치고 농업 농촌 사회가 무너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FTA 반대도 ‘이유 있는 항변’인 셈이다.
우리 나라 농업은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우루과이라운드(UR)를 겪으면서 ‘개방화’가 예고됐으나 잘못된 준비로 허송세월했다. 농업경쟁력을 높인다고 YS 신농정정책에 따라 약 57조원이 넘는 예산을 농업에 쏟아 부었으나 실질적인 농업경쟁력 증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퍼주기식 금융지원으로 비닐하우스와 관광농원 등 음식점만 늘려 정작 외환위기 이후 이들의 줄도산을 가져왔다. 농업생산력이 증가해 농민소득이 늘기는커녕 농가부채가 오히려 더 쌓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YS 5년, DJ 5년 모두 10년 동안 우리나라 농업은 개방화의 대세에 근본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셈이다. 더욱이 서민과 약자 편이라는 노무현 정부 들어 농업에 큰 타격을 주는 한-칠레 FTA를 통한 ‘준비없는 개방화’로 농심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분노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칠레 FTA 국회 비준에 따라 피해가 불가피해진 농업·농촌을 지원하기 위해 ‘4대 특별법’을 제정,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 법들의 제정을 통해 올해 1조 575억원, 앞으로 5년간 1조 700억원 향후 10년간 180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이 또다시 농어촌 부채경감과 농어민 상호금융의 금리 인하 등 농업의 경쟁력과 생산성·효율을 높이기보다 ‘당근’을 주는데 그치고 있어 실패한 YS 신농정 돈잔치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빚 탕감보다 농업 경쟁력 높일 시스템 개혁해야
FTA라는 개방화의 파고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길은 농민들에게 ‘고기’를 주기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주는 길로 나가야 한다. 결국 농업도 하나의 산업인 만큼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쟁력 높은 산업으로 농업이 다시 태어나게 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고 우수한 인력이 농업으로 들어가야 하며 이들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조·금융업과 비슷할 정도로 소득이 높아져야 한다. 30~50ha 정도의 농지를 확보한 규모화와 협업화·공동화 등을 통한 농업 시스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FTA 대책은 농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부채경감 등의 단기적 요법도 중요하지만 21세기 한국 농업의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는 농업시스템 개혁으로 나가야 한다.
안 찬 수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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