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북핵문제 등 외교안보현안에서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요 외교현안은 각국 정상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로 정상외교를 펼 수 없기 때문이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탄핵정국 이후 북한 태도를 보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며 “미국 대선정국과 남한의 탄핵정국이 맞물리게 되자 북한이 정세를 관망하면서 북핵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2차6자회담에서 합의한 △실무그룹 구성 △3차회담 개최 등도 ‘미흡한 성과’로 규정했다. ‘해결의 실마리’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실무그룹에서도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장급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한국정부가 실질적인 논의진전을 원한다면 6자회담은 장관급이나 차관(부상)급, 실무그룹은 차관 또는 차관보급 인사의 참석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미흡한 성과라는 것은 문제의 쟁점이나 핵심사안을 뒤로 떠넘겼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봉합상태에서 뒤로 미뤄놓았기 때문에 해결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지요. 이후 실무협의, 3차6자회담에서 다시 한번 이와 같은 답보상태가 계속될 경우 최악의 경우 북핵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 수도 있습니다.”
김근식 교수는 “미국의 ‘성의 있는 태도’가 북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002년 10월 2차 핵위기 이후 지금까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조금씩 후퇴시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2차 핵위기 초기에 북한은 미국에 불가침조약체결을 주장했고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양자회담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지난해 4월 3자회담을 수용했고 이어서 6자회담에도 참가하고 있다. 불가침조약체결 주장도 지난해 10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서면안전보장 언급이 나온 이후에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철회했다. 북한은 핵심적 요구사항에서 이미 상당한 후퇴를 한 셈이다.
지난해 말 2차6자회담 연내 성사가 무산될 즈음 북한은 북한의 핵동결과 미국의 보상을 근간으로 하는 ‘동시행동 첫단계 합의’를 들고 나왔다. 이때 북한이 요구한 보상은 대북 정치경제군사 제재 및 봉쇄 해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에너지지원이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이미 이 세 가지 요구사항 중 일부만이라도 미국이 수용한다면 핵폐기를 전제로 한 핵동결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핵위기의 본질이 북한의 핵개발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반확산 전략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체제인정, 관계정상화 요구와 미국의 김정일 정권 붕괴 의도가 충돌을 일으키는 기싸움’이라고 보고있다. 김 교수는 “미국이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신호만 보내주면 북한은 핵동결 과정에 착수할 수 있다”며 미국이 대북 에너지지원 정도만 약속해도 북한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성의있는 태도’란 북한이 핵동결로 갈 수 있도록 체면을 살려주는 것으로 에너지지원 약속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한과의 협상 자체가 양보로 비춰져 보수층에게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대선이 올해 북핵문제의 최대변수로 꼽히는 이유도 국내 정치상황이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으로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정치적 계산이 서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라크문제로 타격을 입은 부시 대통령이 대선에서 외교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북핵문제를 해결국면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이죠. 반면 부시가 지금보다 궁지에 몰릴 경우 북핵 문제를 더욱 강경하게 몰고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깃발단결효과(around the flag effect)’를 이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깃발단결효과’란 국가를 중심으로 여론이 모인다는 의미로 부시 행정부는 이미 9.11 테러사태로 이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북한이라는 적을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고 북한과의 긴장이 조성될 경우 미국 국내 여론은 ‘전시 대통령’이미지가 강한 부시 미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 핵문제는 유엔안보리에 회부되고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게 된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 핵문제 최대 이슈로 떠오른 고농축우라늄(HEU)문제의 경우 미국이 사찰대상을 지명하고 이를 확인하며 식량 등 대가를 지불하는 금창리식 해법이 가능하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역할을 당부했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김근식 교수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 박사를 마치고 경희대 강사, 아태재단 연구위원을 거쳤으며 현재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교육협의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공저 『남북정상회담 이해의 길잡이』(아태평화재단 : 2000) 등이 있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탄핵정국 이후 북한 태도를 보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며 “미국 대선정국과 남한의 탄핵정국이 맞물리게 되자 북한이 정세를 관망하면서 북핵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2차6자회담에서 합의한 △실무그룹 구성 △3차회담 개최 등도 ‘미흡한 성과’로 규정했다. ‘해결의 실마리’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실무그룹에서도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장급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한국정부가 실질적인 논의진전을 원한다면 6자회담은 장관급이나 차관(부상)급, 실무그룹은 차관 또는 차관보급 인사의 참석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미흡한 성과라는 것은 문제의 쟁점이나 핵심사안을 뒤로 떠넘겼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봉합상태에서 뒤로 미뤄놓았기 때문에 해결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지요. 이후 실무협의, 3차6자회담에서 다시 한번 이와 같은 답보상태가 계속될 경우 최악의 경우 북핵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 수도 있습니다.”
김근식 교수는 “미국의 ‘성의 있는 태도’가 북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002년 10월 2차 핵위기 이후 지금까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조금씩 후퇴시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2차 핵위기 초기에 북한은 미국에 불가침조약체결을 주장했고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양자회담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지난해 4월 3자회담을 수용했고 이어서 6자회담에도 참가하고 있다. 불가침조약체결 주장도 지난해 10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서면안전보장 언급이 나온 이후에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철회했다. 북한은 핵심적 요구사항에서 이미 상당한 후퇴를 한 셈이다.
지난해 말 2차6자회담 연내 성사가 무산될 즈음 북한은 북한의 핵동결과 미국의 보상을 근간으로 하는 ‘동시행동 첫단계 합의’를 들고 나왔다. 이때 북한이 요구한 보상은 대북 정치경제군사 제재 및 봉쇄 해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에너지지원이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이미 이 세 가지 요구사항 중 일부만이라도 미국이 수용한다면 핵폐기를 전제로 한 핵동결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핵위기의 본질이 북한의 핵개발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반확산 전략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체제인정, 관계정상화 요구와 미국의 김정일 정권 붕괴 의도가 충돌을 일으키는 기싸움’이라고 보고있다. 김 교수는 “미국이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신호만 보내주면 북한은 핵동결 과정에 착수할 수 있다”며 미국이 대북 에너지지원 정도만 약속해도 북한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성의있는 태도’란 북한이 핵동결로 갈 수 있도록 체면을 살려주는 것으로 에너지지원 약속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한과의 협상 자체가 양보로 비춰져 보수층에게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대선이 올해 북핵문제의 최대변수로 꼽히는 이유도 국내 정치상황이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으로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정치적 계산이 서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라크문제로 타격을 입은 부시 대통령이 대선에서 외교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북핵문제를 해결국면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이죠. 반면 부시가 지금보다 궁지에 몰릴 경우 북핵 문제를 더욱 강경하게 몰고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깃발단결효과(around the flag effect)’를 이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깃발단결효과’란 국가를 중심으로 여론이 모인다는 의미로 부시 행정부는 이미 9.11 테러사태로 이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북한이라는 적을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고 북한과의 긴장이 조성될 경우 미국 국내 여론은 ‘전시 대통령’이미지가 강한 부시 미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 핵문제는 유엔안보리에 회부되고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게 된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 핵문제 최대 이슈로 떠오른 고농축우라늄(HEU)문제의 경우 미국이 사찰대상을 지명하고 이를 확인하며 식량 등 대가를 지불하는 금창리식 해법이 가능하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역할을 당부했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김근식 교수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 박사를 마치고 경희대 강사, 아태재단 연구위원을 거쳤으며 현재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교육협의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공저 『남북정상회담 이해의 길잡이』(아태평화재단 : 20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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