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코드로 본 총선

‘총선 잔치’에 마음 끌리는 것 없다

지역내일 2004-02-23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세계적인 축제의 장으로 만든 붉은 악마의 물결, 광화문 거리를 반미의 광장으로 만들었던 촛불시위, 그리고 예측을 깨고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기성세대의 통념을 뒤집었던 대선.
이 대형사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은 다름 아닌 2030 세대간의 묘한 조우, 그리고 그들의 열광적인 참여다.
특히 20대의 정치참여는 ‘사건’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치’와 ‘20대’를 한꺼번에 떠올리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17대 총선을 50여일 앞둔 지금. 이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 특히 ‘종잡을 수 없는’ 20대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탈정치세대’ 아니다
‘인터넷세대’ ‘영상세대’ ‘미디어세대’. 20대를 표현하는 수식어들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감각적인 특성도 바로 이들 세대의 삶과 뗄 수 없는 인터넷, 미디어의 특성과 닮았다.
송호근 교수(서울대 사회학)가 지적한 것처럼 ‘민주주의와 물질적 풍요’라는 두 축이 이들의 성장배경에 놓여 있었다는 점도 기억할만 하다.
20대는 성장주의와 권위주의라는 기성세대의 모든 가치를 거부한다. 이들은 거대담론과 이성보다 개인의 삶과 감성에 더 무게를 둔다. 따라서 그들의 선택은 기존의 개념과 상식을 뒤엎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의 전통적인 가치지향성에서도 자유롭다. 어느 세대보다 진보적이다가도, 사안에 따라서는 어느 세대보다 보수적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개척해야 하는 유목민에 빗대 이들의 문화를 ‘유동성 문화’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들은 마음이 통하면 ‘확 쏠리는’ 유목민적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평소 관심을 갖지 않던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조재혁 교수(고려대 사회학)는 “2002년, 한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촛불시위, 대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이 정치적 지향성을 갖는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투표? 글쎄요….”
“선거가 언제인지 잘 모르겠고, 사실 관심도 없어요.”(25. 박지인)
“4월인 것 같은데, 투표할지는 아직 모르겠는데요.”(28. 노세원)
적어도 현재까지 20대의 상당수는 총선에 대해 무관심하다.
지난 대선 당시 모 일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 층일수록 선거일이 다가와서야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만큼 선거일을 한 달 이상 남겨 놓은 현재 이들에게 투표여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역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다른 세대에 훨씬 못 미쳤다. 지난 2000년 당시 투표율도 40%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일신문이 지난 8일 한길리서치와 조사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의 절반 정도만이 (54.5%)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률보다 실제 투표율이 10% 포인트 이상 떨어진다고 보면, 이번 총선에서의 투표율도 40% 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20대 후반 박 모(공무원)씨는, 이번 총선에 20대들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바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붉은 악마’ 같은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붉은 악마와 촛불시위, 그리고 노무현 후보에 대한 자발적 지지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급류 속에 몸담았던 그들이다. ‘마음이 통하는 무엇’이 있으면 이들은 당장이라도 거대한 ‘물결’로 변할 수 있다.

◆P세대의 힘 기억해야
“정치인들에게 20대는 새로운 시장(New market)입니다. 이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정책과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그들은 투표장을 찾을 것입니다.”
김도종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는 ‘사고가 한없이 유연한’ 이들의 특징을 지적하며 이같이 내다봤다.
즉 지난 대선 당시 신행정수도가 충청유권자들을 자극했듯, 20대들에게 맞는 전략을 먼저 내놓는 당이나 후보 ‘주인이 없는’ 20대들의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정 교수(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도 “20대들의 사회참여도는 생각 이상”이라며 “이들에게 ‘인터넷의 댓글’처럼 서로의 반응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개발된다면 20대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20대가 P세대(P란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힘potential power,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paradigm-shifter라는 뜻)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정보교류의 장인 온라인 공동체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현실은 이런 설명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아직 20대는 현실적인 ‘힘’이 아니다. 아직까지 총선판은 이들의 마음을 끌만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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