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TV수능과외, 성공하려면(김건이 2004.04.1)

지역내일 2004-03-29 (수정 2004-04-01 오전 10:46:18)
TV수능과외, 성공하려면
김건이 언론인

오늘 새벽 첫 방영에 들어간 TV 수능과외는 ‘과외망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관제과외’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연 13조원을 넘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EBS 수능위성인터넷강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가 2005학년도 대입수능문제를 TV수능과외와 교과서 위주로 출제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TV 수능과외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방송강의가 성공하려면 강의 내용과 교재, 수신 설비 등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준비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방송강의 시작 불과 한 달 반을 남겨 놓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부터가 졸속을 자초하는 것이다.
방송강의와 함께 진행되는 인터넷 강의는 모든 수강희망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국은 인터넷 강의 동시 접속 인원을 10만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교육방송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수능강의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빠른 전용회선을 갖춘 고교는 전국적으로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인터넷 수능강의를 수강할 준비 태세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셈이다.
더구나 방송강의는 새벽 시간대에 짜여져 있어 녹화를 하지 않으면 수험생들이 시청하기 어렵게 돼 있다. 고3 학생들이 집에서 방송을 시청하기는 실제로 어렵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율학습 시간을 활용해 시청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능방송을 청취할 경우 선택 교과별, 초-중-고급별 수준별로 진행되는 방송 청취를 위해서는 학교마다 빈 교실의 확보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육방송의 수능과외가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게 된 까닭은 방송강의 내용을 수능시험 출제와 연계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준비 덜된 ‘관제과외’ 공교육 정상화 역행 우려
따라서 모든 대입 수험생들은 싫건 좋건 교육TV 수능과외를 시청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수능방송 시청을 위해 교재 구입, 위성방송 수신기 구입, 방송 예약 녹화를 위한 비디오 플레이어 구입, 인터넷 방송 접속을 위한 PC 사양의 고급화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걱정스러워 하는 것은 방송 수능과외에 대한 이상 열기 분위기다. 서점에서 방송교재가 불티나게 팔리고, 학생들 사이에 EBS 강의만 들으면 수능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TV과외가 또 다른 과외를 유발시킨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모든 TV과외 프로그램을 다 시청할 수 없기 때문에 TV과외를 요약해서 가르치는 또 다른 학원 과외가 성행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로 학원들도 ‘EBS 특강’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비를 경감시켜 주려든 교육당국의 당초 계획은 빗나가게 된다.
교육부가 계획한 TV과외의 가장 큰 목적은 사교육비 경감과 함께 공교육을 살려보자는 데 있다. 그러나 방송과외가 공교육을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공교육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만약 방송과외가 성공했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교육당국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정부는 연간 13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경감하는데 큰 몫을 하게 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선전에 열을 올릴 것이다. 여기에는 엄청한 함정이 있음을 모르는 것이다.
그 함정이란 바로 방송과외가 고교 과정의 공교육을 주도하게 된다는 점이다. 학교 공부는 도외시해도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굳이 교실수업에 충실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공교육이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은 대학입시 공부를 학원이 주도해 왔다는 데 있다. 학교 교육이 입시학원과 과외교사, 입시산업에 지배당한 것이다. 그 결과 수능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 교실은 낮잠이나 자는 공간쯤으로 여기게 것이다.

연 사교육비 13조 절감 기대 순기능 살려야
정작 방송과외가 정착될 경우, 학교는 정규 교과시간에 학생들을 위해 아예 과외 방송만을 틀어 놓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학교는 입시학원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교 교육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런 학교가 과외방송에 신경을 쓴다면 교육 목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공용방송이 학생들을 볼모로 공교육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꼴이 된다.
어쨌든 정부는 기왕 시작한 TV과외이니 만큼 수험생들이 시청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방송과외의 장기화가 사교육비 경감은커녕 공교육 정상화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는 교사를 믿고 학교에 교육을 일임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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