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직 모르는 기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데이”

동성로 20대“탄핵은 잘못, 한나라당 싫어요”… 청·장년층 입장 달라, 부동층 흡수가 관건

지역내일 2004-04-02 (수정 2004-04-04 오후 5:25:12)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지난 3월 31일 기자들과 만나 솔직한 고민을 털어놨다. 각종 여론조사에 잘 나가고 있지만, 전국정당화의 가장 핵심인 대구·경북 지역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었다. 대구·경북은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전국정당화의 가늠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일 대구시내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반응은 정 의장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었다. 그동안 숨죽였던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박근혜 대표 체제 이후 달라진 기세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이를 의식해 정동영 의장의 4일 대구방문, 5일 경북방문을 추진 중이다. 동성로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사뭇 달랐다. 한나라당의 낡은 생각과 행동이 맘에 안 든다는 사람 이 많았다.

◆ 박근혜 대표 지나간 서문시장
기자가 서문시장을 찾은 1일은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오전에 방문해 대구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한 뒤였다. “아부지 닮았는지 직접 보이까 쬐매(조 그만) 하데”, “시장 사람들이 구경할라꼬 마이(많이) 모였다 카더라”등등…. 상인들 사이에서 가끔씩 박 대표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박 대표의 잔영이 남아 있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과 한나라당에 대한 아쉬움이 다소 커져 있는 느낌이었다.
분식점을 하고 있는 박모(여· 53)씨는“우리 동네는 이재용씨가 나오는데 지난번 대구시장 나왔을 때는 찍었는데 이번에 열린 우리당으로 나온다고 해서 맘에 안 든다”고 불만을 늘어놓은 뒤 " 아무리 새통(열린우리당)이라고 해도 물이 더러우면 아무 소용없데이“라고 비꼬았다.
한복감을 판매하고 있는 최유연(여·64) 씨는“정치는 너무 한 쪽에 몰아줘선 안 되는 기라”고 전제한 뒤“박근혜에 대해 좋아하는데 열린당에서 너무 저렇게 나가니깐 사람들이 더 신경질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솔직한 말로 정치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기라. 누구든지 살기 좋게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방가게를 하고 있는 이동헌 (37)씨도“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지금은 끼니를 걱정할 정도”라면서“투표해도 국민위해 정치한다는 생각이 안 드니까 투표도 안 할랍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의류점을 하는 윤경숙 (여·43) 씨는“지난번 탄핵할 때의 장면을 너무 심하게 보여줬다. 동정심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고 불만을 드러낸 뒤“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의장부터 경륜이 없다. 대통령이 그렇게 된 것도 나이가 젊고 심사숙고하는게 부족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시장을 오가는 도중 만나게 된 택시기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영업용 택시를 모는 박오재 (52)씨는“지금은 열린우리당이 앞서는 것 같지만 뚜껑 열어봐야 안데이”라면서“이회창이 보이소. 여론조사에서 100% 된다 고 하다가 쿵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대구시지부 김충환 사무처장은“거대여당 견제론이 오히려 먹히고 있다”고 분석한 뒤“하지만 지금도 대구지역 부동표는 다른 지역보다 10% 정도 많아 결국 누가 부동층을 더 많이 흡수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 고 분석했다.

◆“대통령은 시민 손으로 뽑았는 데 왜 끌어내리나”
젊은이들은 달랐다. 대구에서 대표적인 젊은이들의 거리인 동성로 대구백화점과 한일극장 앞에서 만난 20대들은 탄핵가결에 대한 반감과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숨기지 않았다.
임용고시를 준비중인 김동철 (27세)씨는“취업준비에 바빠 촛불시위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탄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며“투표에 참여할 것이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대권(대구대 1년)씨도“탄핵 찬성 안한다. 촛불시위도 가봤”고 전제한 뒤“박근혜 대표 당 바꾸겠다고 하지만 그런 얘기 이젠 안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정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한나라당을 좋아하진 않는다”면서“왜냐면 자기이익만 챙기고, 한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수생인 박준상(20세)씨는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다하더라도 시민의 손으로 뽑아놨는데 그걸 국회의원들이 끌어내린 것은 잘못”이라면서 “정치인들이 선거때 웃는 얼굴은 잘하는데 막상 뽑아 놓으면 다 똑같다. 투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손 모(25세)씨도 “휴학하고 취업중이다. 정치권이 제발 약속 좀 지켰으면 좋겠다. 약속을 안 지키니까 정치불신이 자꾸 쌓이고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자기들 맘에 안 든다고 대통령을 자르면 그게 나라냐”면서“난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친구인 전 모(25세)씨는“수성 갑인데 투표하면 조순형씨 찍을 것”이라면서 “지역주의 타파하겠다는 것이 맘에 든다. 하지만 당선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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