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고위간부 멋대로 교통통제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도, 퇴근길 시민 큰 불편 … “약속 시간 늦어서”
지역내일
2004-04-02
(수정 2004-04-05 오전 10:04:48)
국방부 고위 장성이 약속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터널 안에서 일반시민들의 차량을 교통통제하고 지나가, 퇴근길 교통정체에 시달린 시민들의 불만을 산 일이 발생했다. 또 이 장성이 탄 차량은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유턴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 외교통상부 고위간부의 뺑소니 논란에 이어 정부고위직 인사들의 교통관련 물의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일 오후 7시20분쯤 국방부 정보본부 김 모(중장) 본부장이 탄 다이너스티 차량이 갑자기 내린 비에 퇴근길 정체가 시작되자 남산 3호 터널 안에서 헌병차의 호위를 받으며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정체에 시달리던 일반시민들의 차량을 헌병들이 호루라기와 사이렌을 울리며 형광방망이를 이용, 한쪽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차선에 서있던 시민들의 차량을 1차선으로 몰아대자 미처 비키지 못한 차량과 이미 빼곡이 1차선을 채운 차량들이 터널 안에서 뒤엉켜 주차장이 되다시피 했다는 것.
처음 사이렌 소리가 나자 터널 안에 있던 운전자들은 앰뷸런스나 소방차 등 비상용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으로 판단, 1차선으로 자리를 비켜줬다.
하지만 2차선을 지나가는 차량은 비상용 자동차가 아닌 헌병이 탄 차와 검은색 고급 승용차.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린 퇴근길 운전자들이 차선을 피해주지 않자 호위하던 헌병 송 모씨는 형광방망이에 호루라기까지 불면서 차량을 몰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따라 가뜩이나 막히던 남산 3호 터널 안은 차량들이 얽혀서 주차장으로 변했다고 목격자들은 주장했다. 당시 터널 안에 있었던 이 모(35·택시 영업)씨는 “퇴근길에 비까지 내려서 가뜩이나 움직이지도 않던 터널 안이 완전히 엉망이 됐다”며 “그러다가 만약 터널 안에서 사고라도 나면 큰 일이 났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김 모 중장을 태운 차량은 3호 터널 남단으로 빠져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헌병의 호위를 받으며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유턴한 후 터널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 정보부 김 모 중령은 처음에 “차량에 탔던 사람은 대만정보부장과 대사관 관계자들”이라고 발뺌하다 나중에야 “정보본부장인 김 모 중장님과 대만 정보부장이 함께 타고 있었으며 모 호텔에 있던 저녁 약속이 늦어지자 급한 마음에 교통을 통제하고 호위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퇴근 시간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줘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통제를 해야 할 주요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에 연락해야 하며, 국방부에서도 긴급한 사안이 있을 때는 비상용 자동차의 호위를 받을 수 있다”면서 “김 모 중장의 경우는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부패국민연대 김거성 사무총장도 “지금이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데 고위 공직자들이 여전히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면 이들에 대한 도덕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성 기자
외교부 고위 공직자 ‘뺑소니’ 의혹
중앙선 침범해 역주행 중 사고 … 부상자 두고 그대로 사라져
외교통상부 고위공무원이 탔던 관용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고 역주행하다 교통사고를 유발, 부상자가 발생했으나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달아나 ‘뺑소니’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또 사고 피해자로부터 ‘뺑소니’신고를 받고도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하고 있는 관할 용산경찰서도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7일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7시20분쯤 서울 남산 1호터널에서 한남대교 방면 편도 4차선 중 1차선을 달리던 외교부 소속 그랜저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했다.
이로 인해 마주 오던 최 모(여·28)씨의 SM5 승용차가 외교부 차량과 충돌을 피하려고 급정거했다. 이 바람에 최씨 차를 뒤따르던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차 뒷부분에 추돌 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신 모(34)씨가 골절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사고를 낸 외교통상부 관용차량은 잠시 멈칫 했을 뿐 아무런 조치 없이 1차선으로 복귀 후 그대로 사라졌다.
이에 최씨와 몇몇 운전자들이 차량을 뒤따르며 사고가 났다고 소리쳤으나 외교부 차량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사고로 사람이 다친 것을 알고 중앙선을 침범한 그랜저 차량을 쫓아가 트렁크와 창문을 두드리며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고 말했다.
최씨는 “사고 이틀 후 외교부 김모 과장과 운전사가 찾아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정식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신씨 치료비 및 차량 수리비 등을 지급키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차량에 탑승했던 외교부 의전장(1급) 백 모씨는 “내리막길을 달리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앞차와 충돌할 것 같아 순간적으로 중앙선을 넘었다”며 “사고가 난 줄 몰랐으며 최씨 등이 중앙선 침범에 항의하려고 트렁크를 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또 백씨는“사고 당시에는 차량에 탔던 네 명 모두 오토바이 운전자가 부상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맡은 용산 경찰서 정재윤 교통과장은 “외교부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주 오던 차량과 부딪치거나 직접 사고를 낸 것이 아니어서 뺑소니는 아니다”고 말했다.
용산서는 외교부 차량에 대해 단순 중앙선 침범으로 판단, 벌금 6만원과 벌점 30점을 부과했으며 오토바이 운전자 신씨에 대해서는 ‘안전거리 미확보’로 벌금 2만원과 벌점 10점을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용산서의 조치에 대해 일선서 교통사고조사반 관계자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다.
모 경찰서 교통사고 조사반 경사는 “역주행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난 것은 명백한 뺑소니”라며 “사고 유발 차량 운전자 등의 변명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은 사람을 치여놓고도 몰랐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이어 “아무리 작은 사고를 내도 상대방 운전자와 충분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자리를 떠서는 안 되는 것이 기본적인 운전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경찰서 교통계장도 “아마 일반 시민들이 이러한 사고를 내고 도주했으면 뺑소니로 즉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처럼 경찰내에서도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자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던 용산서는 8일 오전 갑자기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용산서 정 과장은 “일부 언론에서 수사가 끝났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앞으로 추가 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월 8일자
취재 뒷얘기
간만에 오랜만에 퇴근을 했다. 전날 회사에서 잤던 관계로 몸도 아프고 별다른 일이 없어서 감히 7시 퇴근을 실행한 것.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목요일 퇴근길에 비가 내린다. 평소 이용하던 1호 터널 상황이 말이 아니라는 라디오 소식을 듣고 발길을 3호 터널로 옮겼다.
하지만 3호 터널 상황도 비슷했다. 터널 입구부터 막힌 것. 별다른 약속도 없었고 일찍 가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었던 탓에 라디오 음악을 들으면서 느긋하게 차량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터널에서 한 10분 정도 있었을까. 아직 1/4도 못왔는데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불이라도 났나"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지고 우왁스럽다. 문을 내리고 뒷편을 봤으나 긴급자동차는 보이지 않는다. 옆 자동차에 있는 사람들도 ''혹시나 터널 화재인가'' 싶은 얼굴로 창문을 내리고 뒤를 바라본다.
한 5분이 더 흘렀을까, 드디어 경광등 불빛이 뒤에서 보이고 경찰차 비슷한 차가 2차선 차량들을 1차선으로 통제하며 유유히 오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경찰차가 아닌 헌병차였다. 그 뒤를 검은색으로 선팅한 대형 고급자동차가 따라 갔다. 2차선에 있는 차량들은 그 서슬에 슬금슬금 1차선으로 피하는 모습이었다.
1차선에 있던 나도 별다른 생각없이 가고 있다가 갑자기 그 차량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2차선으로 차선을 옮겨 그 차량을 뒤따라 갔다. 비켜주던 운전자들도 헌병이 차량을 통제하자 이상했던지 잘 안비켜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헌병은 호루라기까지 불며 차량을 제거했다.
약간 이상한 느낌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그 고급승용차 뒤를 바짝 쫓았고 차량번호도 적었다.
3호터널 남단으로 빠져나간 그 승용차는 헌병 차량의 호위 아래 이제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유턴까지 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보고 곧바로 헌병 차량 앞에 내 차를 가로막고 세워서 내렸다. 차량을 통제하던 헌병에게 신분을 밝히고 그 차량이 에스코트를 하도록 어디서 허가를 받았는지 물어봤다.
당황한 헌병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었다. 재차 물어봐도 허가를 받았는지 그 승용차에 누가 탔는지 말하지 않았다. 곧바로 위에 보고하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대만정보부장이 탔다''는 얘기를 한다. 대만 정보부장만 탔는데 우리 헌병이 호위할리가 없다고 판단, 재차 추궁했다. 빗속에서 5분동안 실랑이를 폈는데 곧 뒤에서 승합차가 한대가 서더니 자신을 국방부 정보부 중령이라는 밝힌 남자가 내려서 "잘못했으니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 사람에게도 물어보니 ''대만정보부장이 탔다''는 얘기만 들었다.
아무래도 말을 안 할 것 같아서 명함을 한 장 주고 내일자 기사에 당신 이름 박아서 이 상황이 정상적이었는지 의문이 간다는 기사를 작성할 것이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3시간이 지난 10시 30분경, 중령이라는 남자가 전화와서 그 차에 국방부 정보본부장인 김 모 중장이 탔다고 실토했다. 물론 기사 쓰지 않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백 의전장 사건이 떠올랐다. 작게 보면 해프닝이지만 우리 고위공직자들이 말로는 법을 지키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하지만 행동은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 의전장이 뺑소니 논란을 일으킨 것이 강남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어였고 이 중장도 교통을 통제하고
빗길에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유턴을 한 이유가 모 호텔에 저녁 약속이 있어서였다고 했다.
이들의 약속이 우리 민족의 장래와 대한민국의 발전, 국민들의 행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약속만이 중요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대다수 국민들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그들은 서민이 아니고 우리 사회에 중요한 VIP라서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을까.
지난달 초 외교통상부 고위간부의 뺑소니 논란에 이어 정부고위직 인사들의 교통관련 물의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일 오후 7시20분쯤 국방부 정보본부 김 모(중장) 본부장이 탄 다이너스티 차량이 갑자기 내린 비에 퇴근길 정체가 시작되자 남산 3호 터널 안에서 헌병차의 호위를 받으며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정체에 시달리던 일반시민들의 차량을 헌병들이 호루라기와 사이렌을 울리며 형광방망이를 이용, 한쪽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차선에 서있던 시민들의 차량을 1차선으로 몰아대자 미처 비키지 못한 차량과 이미 빼곡이 1차선을 채운 차량들이 터널 안에서 뒤엉켜 주차장이 되다시피 했다는 것.
처음 사이렌 소리가 나자 터널 안에 있던 운전자들은 앰뷸런스나 소방차 등 비상용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으로 판단, 1차선으로 자리를 비켜줬다.
하지만 2차선을 지나가는 차량은 비상용 자동차가 아닌 헌병이 탄 차와 검은색 고급 승용차.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린 퇴근길 운전자들이 차선을 피해주지 않자 호위하던 헌병 송 모씨는 형광방망이에 호루라기까지 불면서 차량을 몰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따라 가뜩이나 막히던 남산 3호 터널 안은 차량들이 얽혀서 주차장으로 변했다고 목격자들은 주장했다. 당시 터널 안에 있었던 이 모(35·택시 영업)씨는 “퇴근길에 비까지 내려서 가뜩이나 움직이지도 않던 터널 안이 완전히 엉망이 됐다”며 “그러다가 만약 터널 안에서 사고라도 나면 큰 일이 났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김 모 중장을 태운 차량은 3호 터널 남단으로 빠져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헌병의 호위를 받으며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유턴한 후 터널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 정보부 김 모 중령은 처음에 “차량에 탔던 사람은 대만정보부장과 대사관 관계자들”이라고 발뺌하다 나중에야 “정보본부장인 김 모 중장님과 대만 정보부장이 함께 타고 있었으며 모 호텔에 있던 저녁 약속이 늦어지자 급한 마음에 교통을 통제하고 호위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퇴근 시간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줘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통제를 해야 할 주요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에 연락해야 하며, 국방부에서도 긴급한 사안이 있을 때는 비상용 자동차의 호위를 받을 수 있다”면서 “김 모 중장의 경우는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부패국민연대 김거성 사무총장도 “지금이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데 고위 공직자들이 여전히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면 이들에 대한 도덕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성 기자
외교부 고위 공직자 ‘뺑소니’ 의혹
중앙선 침범해 역주행 중 사고 … 부상자 두고 그대로 사라져
외교통상부 고위공무원이 탔던 관용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고 역주행하다 교통사고를 유발, 부상자가 발생했으나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달아나 ‘뺑소니’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또 사고 피해자로부터 ‘뺑소니’신고를 받고도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하고 있는 관할 용산경찰서도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7일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7시20분쯤 서울 남산 1호터널에서 한남대교 방면 편도 4차선 중 1차선을 달리던 외교부 소속 그랜저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했다.
이로 인해 마주 오던 최 모(여·28)씨의 SM5 승용차가 외교부 차량과 충돌을 피하려고 급정거했다. 이 바람에 최씨 차를 뒤따르던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차 뒷부분에 추돌 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신 모(34)씨가 골절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사고를 낸 외교통상부 관용차량은 잠시 멈칫 했을 뿐 아무런 조치 없이 1차선으로 복귀 후 그대로 사라졌다.
이에 최씨와 몇몇 운전자들이 차량을 뒤따르며 사고가 났다고 소리쳤으나 외교부 차량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사고로 사람이 다친 것을 알고 중앙선을 침범한 그랜저 차량을 쫓아가 트렁크와 창문을 두드리며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고 말했다.
최씨는 “사고 이틀 후 외교부 김모 과장과 운전사가 찾아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정식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신씨 치료비 및 차량 수리비 등을 지급키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차량에 탑승했던 외교부 의전장(1급) 백 모씨는 “내리막길을 달리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앞차와 충돌할 것 같아 순간적으로 중앙선을 넘었다”며 “사고가 난 줄 몰랐으며 최씨 등이 중앙선 침범에 항의하려고 트렁크를 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또 백씨는“사고 당시에는 차량에 탔던 네 명 모두 오토바이 운전자가 부상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맡은 용산 경찰서 정재윤 교통과장은 “외교부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주 오던 차량과 부딪치거나 직접 사고를 낸 것이 아니어서 뺑소니는 아니다”고 말했다.
용산서는 외교부 차량에 대해 단순 중앙선 침범으로 판단, 벌금 6만원과 벌점 30점을 부과했으며 오토바이 운전자 신씨에 대해서는 ‘안전거리 미확보’로 벌금 2만원과 벌점 10점을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용산서의 조치에 대해 일선서 교통사고조사반 관계자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다.
모 경찰서 교통사고 조사반 경사는 “역주행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난 것은 명백한 뺑소니”라며 “사고 유발 차량 운전자 등의 변명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은 사람을 치여놓고도 몰랐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이어 “아무리 작은 사고를 내도 상대방 운전자와 충분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자리를 떠서는 안 되는 것이 기본적인 운전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경찰서 교통계장도 “아마 일반 시민들이 이러한 사고를 내고 도주했으면 뺑소니로 즉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처럼 경찰내에서도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자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던 용산서는 8일 오전 갑자기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용산서 정 과장은 “일부 언론에서 수사가 끝났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앞으로 추가 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월 8일자
취재 뒷얘기
간만에 오랜만에 퇴근을 했다. 전날 회사에서 잤던 관계로 몸도 아프고 별다른 일이 없어서 감히 7시 퇴근을 실행한 것.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목요일 퇴근길에 비가 내린다. 평소 이용하던 1호 터널 상황이 말이 아니라는 라디오 소식을 듣고 발길을 3호 터널로 옮겼다.
하지만 3호 터널 상황도 비슷했다. 터널 입구부터 막힌 것. 별다른 약속도 없었고 일찍 가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었던 탓에 라디오 음악을 들으면서 느긋하게 차량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터널에서 한 10분 정도 있었을까. 아직 1/4도 못왔는데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불이라도 났나"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지고 우왁스럽다. 문을 내리고 뒷편을 봤으나 긴급자동차는 보이지 않는다. 옆 자동차에 있는 사람들도 ''혹시나 터널 화재인가'' 싶은 얼굴로 창문을 내리고 뒤를 바라본다.
한 5분이 더 흘렀을까, 드디어 경광등 불빛이 뒤에서 보이고 경찰차 비슷한 차가 2차선 차량들을 1차선으로 통제하며 유유히 오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경찰차가 아닌 헌병차였다. 그 뒤를 검은색으로 선팅한 대형 고급자동차가 따라 갔다. 2차선에 있는 차량들은 그 서슬에 슬금슬금 1차선으로 피하는 모습이었다.
1차선에 있던 나도 별다른 생각없이 가고 있다가 갑자기 그 차량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2차선으로 차선을 옮겨 그 차량을 뒤따라 갔다. 비켜주던 운전자들도 헌병이 차량을 통제하자 이상했던지 잘 안비켜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헌병은 호루라기까지 불며 차량을 제거했다.
약간 이상한 느낌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그 고급승용차 뒤를 바짝 쫓았고 차량번호도 적었다.
3호터널 남단으로 빠져나간 그 승용차는 헌병 차량의 호위 아래 이제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유턴까지 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보고 곧바로 헌병 차량 앞에 내 차를 가로막고 세워서 내렸다. 차량을 통제하던 헌병에게 신분을 밝히고 그 차량이 에스코트를 하도록 어디서 허가를 받았는지 물어봤다.
당황한 헌병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었다. 재차 물어봐도 허가를 받았는지 그 승용차에 누가 탔는지 말하지 않았다. 곧바로 위에 보고하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대만정보부장이 탔다''는 얘기를 한다. 대만 정보부장만 탔는데 우리 헌병이 호위할리가 없다고 판단, 재차 추궁했다. 빗속에서 5분동안 실랑이를 폈는데 곧 뒤에서 승합차가 한대가 서더니 자신을 국방부 정보부 중령이라는 밝힌 남자가 내려서 "잘못했으니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 사람에게도 물어보니 ''대만정보부장이 탔다''는 얘기만 들었다.
아무래도 말을 안 할 것 같아서 명함을 한 장 주고 내일자 기사에 당신 이름 박아서 이 상황이 정상적이었는지 의문이 간다는 기사를 작성할 것이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3시간이 지난 10시 30분경, 중령이라는 남자가 전화와서 그 차에 국방부 정보본부장인 김 모 중장이 탔다고 실토했다. 물론 기사 쓰지 않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 백 의전장 사건이 떠올랐다. 작게 보면 해프닝이지만 우리 고위공직자들이 말로는 법을 지키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하지만 행동은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 의전장이 뺑소니 논란을 일으킨 것이 강남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어였고 이 중장도 교통을 통제하고
빗길에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유턴을 한 이유가 모 호텔에 저녁 약속이 있어서였다고 했다.
이들의 약속이 우리 민족의 장래와 대한민국의 발전, 국민들의 행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약속만이 중요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대다수 국민들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그들은 서민이 아니고 우리 사회에 중요한 VIP라서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을까.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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