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살아야 수출미래 있다”
기업이 당면한 설비확장 계획은 정부가 서둘러 해결해 줄 것
3월 수출실적이 월간 최대기록을 세웠다.
극심한 내수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이같은 수출실적은 한국경제의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리켜 수출이 ‘한국산업을 먹여 살린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 및 품목으로의 수출입 편중, 중간재 제품의 상대적 수입 둔화 등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을 만나 우리나라 수출입 구조의 현황과 문제점, 대책을 들어봤다.
-수출이 사상 최대 호황을 기록했다. 배경은.
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품목의 세계경쟁력 확보를 꼽을 수 있다. 이어 신시장 개척, 해외전시회 참여 등 해외마케팅 지원, 수출보험 지원확대 등 정부의 다각적인 무역?산업진흥시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대가 수출시장을 밝게 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원유 등 원자재 값 인상이 오히려 관련제품의 수출가격에 반영돼 (수출실적에)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수출이 잘돼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 ‘고용없는 성장’이 일반화됐는데.
과거에는 수출이 증가하면 내수 소비가 살아나고, 이는 국내투자로 이어져 고용이 늘어났다. 즉 기업들의 투자확대로 생산성이 향상돼야 하는데 최근 들어 이런 구조가 깨졌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투자를 머뭇거리고, 아니면 중국으로 가 투자를 늘린다. 국내에 투자를 하더라도 첨단설비 도입에 따른 고용을 줄이는 투자다.
-기업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 가지 요소가 맞물려 있겠지만 정치적인 불안, 노사문제, 기업의 사기저하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빨리 이런 문제를 해결해 국내투자로 연결되도록 하는 일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규제완화에 노력하고, 사회적으로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산자부는 기업이 당면한 설비확장계획에 대해서는 최대한 서둘러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기업신문고와 산업법정도 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신기술도 개발돼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업의 투자 지연이 수출입 무역구조에는 어떻게 반영되나.
요즘같이 수출이 호황일 때는 원자재?중간재 수입이 크게 늘어야 하는데, 설비확장이 주춤하다 보니 중간재 수입이 활기를 띠지 않고 있다.
해외수요가 워낙 좋아 수출이 호황인데, 국내 공급능력이 부족해 한단계 도약을 못하는 게 안타깝다. 극단적으로 올 하반기에는 수출주문은 밀려오는데, 생산량이 부족해 수출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올해 중국으로의 수출증가율이 50%를 넘고 있다. 중국시장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대중(對中) 수출이 급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시장에 자체수요가 워낙 많고, 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많다보니, 해당 부품업체의 중국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추세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반도체처럼 중국내 생산제품과 수입제품의 관세차별화가 다른 업종으로까지 심화되면 지금처럼 원자재나 부품을 많이 팔지 못할 것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차별화, 고부가가치화가 정답이다. 우리나라가 일본 부품소재에 의존해 그 나라 제품을 대량 수입하듯이, 우리도 경쟁력을 키워 우리제품을 안사면 안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중국과 한국’의 관계로 만들자는 얘기다.
다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내에 산업이 모여야 한다. 연구개발도 제조업 기반 없이는 안된다.
국내 부품공장, 조립공장까지 다 한국을 떠난다면 어떻게 신기술을 개발하고, 금융? 물류의 중심이 될 것이며, 또 어느 외국기업이 들어오겠는가. 국내에서 연구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구조가 조성돼야 한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한국 수출시장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수출 다변화와 제품경쟁력 양면을 봐야한다. 과거 미국, 일본에만 의존하던 수출구조에서 우리제품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반면 선진국에서 경쟁력이 후퇴해 후진국으로 주요시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실례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저가제품은 중국이 싹쓸이를 하고 있고, 우리제품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선진국은 테스트마켓 의미가 있다. 향후에는 고부가가치화로 선진국에서 인정받아야, 후진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대일(對日) 무역적자폭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 무역구조의 발목을 잡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한데.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흑자 규모가 150억달러였는데, 일본에서 190억달러 적자를 봤다. 중동지역에서도 183억달러 적자가 발생, 두 지역에서 370억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100억달러 이상 흑자가 나야 국가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시장에서 500억달러 정도는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수출이 물량위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규제에 걸리고, 통상압력을 받게 된다.
(중동은 원유도입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일본에서 적자폭을 100억달러 정도만 줄여도 수출마케팅에 대한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이를 위해 부품소재 기술을 강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화를 통해 적자규모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당면한 설비확장 계획은 정부가 서둘러 해결해 줄 것
3월 수출실적이 월간 최대기록을 세웠다.
극심한 내수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이같은 수출실적은 한국경제의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리켜 수출이 ‘한국산업을 먹여 살린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 및 품목으로의 수출입 편중, 중간재 제품의 상대적 수입 둔화 등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을 만나 우리나라 수출입 구조의 현황과 문제점, 대책을 들어봤다.
-수출이 사상 최대 호황을 기록했다. 배경은.
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품목의 세계경쟁력 확보를 꼽을 수 있다. 이어 신시장 개척, 해외전시회 참여 등 해외마케팅 지원, 수출보험 지원확대 등 정부의 다각적인 무역?산업진흥시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대가 수출시장을 밝게 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원유 등 원자재 값 인상이 오히려 관련제품의 수출가격에 반영돼 (수출실적에)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수출이 잘돼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 ‘고용없는 성장’이 일반화됐는데.
과거에는 수출이 증가하면 내수 소비가 살아나고, 이는 국내투자로 이어져 고용이 늘어났다. 즉 기업들의 투자확대로 생산성이 향상돼야 하는데 최근 들어 이런 구조가 깨졌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투자를 머뭇거리고, 아니면 중국으로 가 투자를 늘린다. 국내에 투자를 하더라도 첨단설비 도입에 따른 고용을 줄이는 투자다.
-기업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 가지 요소가 맞물려 있겠지만 정치적인 불안, 노사문제, 기업의 사기저하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빨리 이런 문제를 해결해 국내투자로 연결되도록 하는 일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규제완화에 노력하고, 사회적으로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산자부는 기업이 당면한 설비확장계획에 대해서는 최대한 서둘러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기업신문고와 산업법정도 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신기술도 개발돼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업의 투자 지연이 수출입 무역구조에는 어떻게 반영되나.
요즘같이 수출이 호황일 때는 원자재?중간재 수입이 크게 늘어야 하는데, 설비확장이 주춤하다 보니 중간재 수입이 활기를 띠지 않고 있다.
해외수요가 워낙 좋아 수출이 호황인데, 국내 공급능력이 부족해 한단계 도약을 못하는 게 안타깝다. 극단적으로 올 하반기에는 수출주문은 밀려오는데, 생산량이 부족해 수출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올해 중국으로의 수출증가율이 50%를 넘고 있다. 중국시장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대중(對中) 수출이 급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시장에 자체수요가 워낙 많고, 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많다보니, 해당 부품업체의 중국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추세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반도체처럼 중국내 생산제품과 수입제품의 관세차별화가 다른 업종으로까지 심화되면 지금처럼 원자재나 부품을 많이 팔지 못할 것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차별화, 고부가가치화가 정답이다. 우리나라가 일본 부품소재에 의존해 그 나라 제품을 대량 수입하듯이, 우리도 경쟁력을 키워 우리제품을 안사면 안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중국과 한국’의 관계로 만들자는 얘기다.
다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내에 산업이 모여야 한다. 연구개발도 제조업 기반 없이는 안된다.
국내 부품공장, 조립공장까지 다 한국을 떠난다면 어떻게 신기술을 개발하고, 금융? 물류의 중심이 될 것이며, 또 어느 외국기업이 들어오겠는가. 국내에서 연구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구조가 조성돼야 한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한국 수출시장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수출 다변화와 제품경쟁력 양면을 봐야한다. 과거 미국, 일본에만 의존하던 수출구조에서 우리제품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반면 선진국에서 경쟁력이 후퇴해 후진국으로 주요시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실례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저가제품은 중국이 싹쓸이를 하고 있고, 우리제품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선진국은 테스트마켓 의미가 있다. 향후에는 고부가가치화로 선진국에서 인정받아야, 후진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대일(對日) 무역적자폭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 무역구조의 발목을 잡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한데.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흑자 규모가 150억달러였는데, 일본에서 190억달러 적자를 봤다. 중동지역에서도 183억달러 적자가 발생, 두 지역에서 370억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100억달러 이상 흑자가 나야 국가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시장에서 500억달러 정도는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수출이 물량위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규제에 걸리고, 통상압력을 받게 된다.
(중동은 원유도입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일본에서 적자폭을 100억달러 정도만 줄여도 수출마케팅에 대한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이를 위해 부품소재 기술을 강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화를 통해 적자규모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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