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시스템을 바꿔야 산다(4) - ‘독자기술’ 기술만이 살 길
“정부주도형 기술개발 탈바꿈해야”
기업이 중심돼야 … 서포터스형 정부 역할 기대
“한국에서 다시는 CDMA같은 기술이 나올 수 없다” “LCD와 휴대폰 시장이 끝나면 한국에서는 먹고 살 게 없다.”
요즘 업계의 걱정이자 한숨이다. 성장동력이 될 비전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경제회복과 중국의 돌진으로 가운데 낀 기술만으로 생존가능한 우리나라가 대량생산(중국)과 정밀기술(선진국)에서 뒤지면서 업계는 아우성이다.
‘수출만이 살 길’이던 시절 =
무조건적인 설비투자만으로도 기업경영이 원활하던 때가 있었다. 경쟁기업이 공장설비를 증축하면 나도 따라 짓는 식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 헤드라인은 ‘OO전자, OO설비 대량 증축’이 장식하곤 했다. 그래도 기업은 잘 굴러갔다. 얼마나 빨리, 많이 만드냐로 승부하던 시절이었다.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도 그래서 먹혔다. 기업들의 기술격차라는 게 고만고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매일 쓰고 있는 핸드폰이다. 국책연국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트리·ETRI)가 산학협동으로 개발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상용화됐고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팬택앤큐리텔 등 중견기업에 이어 핸드셋 관련 부품을 만드는 KH바텍 같은 중소기업까지 수혜를 입고 있다. 중계기 생산업체, 핸드폰 콘텐츠 제공업체 등 CDMA에 의지하고 있는 업종과 업체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거꾸로 어느 날 갑자기 CDMA 기술이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닌 날이 온다면. 다음 세대를 준비할 수 있는 ‘독자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경우도 마찬가지다.
D램 생산으로는 수익이 출렁이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LCD와 휴대폰을 통해 43조5800억원 매출에 6조3300억원의 순익을 올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마찬가지다. LCD와 휴대폰이 없는 지금의 삼성전자는 상상할 수 없다. 독자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과연 이런 ‘기적’이 되풀이될 수 있을까.
과거식 연구개발 못 벗어=
“비관적이다.”
상당수 기술개발 담당자들이 이런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뉴스포털 ‘대덕넷’ 이석봉 대표는 “과거 CDMA와 같은 사례가 되풀이될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10∼20%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 산업계와 과학계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덩치가 커 버린 민간기업이 굳이 정부의 기술개발에 의존해야할 필요성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내기업간 공동개발도 더 이상 이뤄지기 힘들 만큼 독자 개발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결과물을 독차지하기 위한 경영전략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장을 모르는 정부’탓도 빌미를 제공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방식도 구태를 아직 벗지 못했다. 무려 5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도 비리 의혹과 함께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정보화촉진기금이 적나라한 사례다. 돈이 필요한 곳은 많고 재원은 한정돼 있는 가운데 주먹구구식으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가장 전문적으로 나눠줬어야 할 정보화 기금이 마치 ‘눈먼 돈’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차라리 정부가 처음부터 돕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한탄했다. 지난 2000년 기술보증기금(기보)는 각 기업별로 3∼50억원씩의 3년 만기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를 집중지원했다. 지난해부터 그 만기가 돌아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기업들은 “회사 상태가 좋다면 주식을 팔아서라도 갚겠지만 지금 이 돈을 회수한다면 우리로서는 망하는 방법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산-관-학 가동 안돼 =
삼성경제연구소 문지원 수석연구원은 “산-관-학의 연결고리가 중요한데 정부 주관이라는 한계를 지니는데다 부처간 알력이 심하고 업무가 중복돼 있어 시너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연구원은 “정부 주도형인데 정작 현장에서 동떨어져 있다보니 산-학 연결고리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대덕넷 이 대표도 “정부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정부에서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가서야한다”고 말했다.
MP3 플레이어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레인콤 이성진 기술연구소 담당이사는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담긴 공문을 두 세차례 받긴 했지만 분야가 두루뭉술하고 선정기간이 미리 정해져 있어 정작 우리에게는 별 쓸모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성진 이사는 “산학협동도 접촉은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대부분 기초기술이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첨단(high-end)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르쳐야할 형편이라는 교훈을 얻었을 뿐이다.
이 부분은 산학협동 최일선에 서있는 학계 관계자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산학협동 성공사례로 거론되며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돕고 있는 호서대 박규일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정부사업이 그럴 듯해도 대학이 기업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또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기업중심의 산-관-학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평가 시스템도 ‘기업이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만족하지 않는 산학 공동 연구에는 성과급(연봉)을 주지 않는 등 강력한 평가 방식을 통해 논문 중심, 말 늘이기식 연구를 뿌리뽑을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과기부·산자부 ‘제각각’ =
극소자 기술을 다루는 ‘국가나노종합팹(fab)센터’ 유치기관 선정과정이나 송도 IT밸리 설치 계획은 정책 실현 과정에서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은 사례를 대표한다. 나노기술분야 집중육성을 위해 2010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 집적시설을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나노팹센터 설치가 과학기술원(KAIST)으로 결정되자 탈락한 성균관대 컨소시엄과 포항공대는 편파 심사라며 극렬 반발했다. 과기부 산하인 KAIST에 유리하도록 배점을 적용했다는 것이 탈락 기관의 주장이다. 10일 뒤 과기부는 ‘나노특화팹센터’를 경기도 성균관대 컨소시엄 부지에 배정하기로 결정, 논란 무야용 선심행정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또 산업자원부는 과기부의 나노특화팹센터와는 별도로 연관 산업시설을 집적하는 ‘나노기술 클러스터’ 입지선정을 위해 현재 ‘행정예고’를 내놓은 상황이다. 관련 연구소와 업계로 하여금 유치신청받기 위한 전단계를 밟고 있는 것. 같은 나노기술 관련 시설이지만 연구센터는 과기부 주관, 산업화 클러스터는 산자부 주관으로 각각 진행중이다.
송도 IT밸리 설치 계획도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은 하지만 대덕연구단지 입주 기관·업체는 “지역 균형발전인지, 지역 나눠먹기 발전인지 분간이 안 간다”고 항의한 바 있다.
지역별 단발식 중복투자 =
지역별 특화전략도 아직 뚜렷해진 것이 없다. 오히려 중복·단발식 발전안으로 서로 발목을 잡는 경우도 생긴다.
2월 초 노무현 대통령이 구미를 방문한 직후, ETRI(전자통신연구원)의 구미 이전설이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방문에 맞춰 이의근 경북지사는 “ETRI 등 국책 연구소를 구미로 옮겨달라” 부탁했고 실무 장관이 참석치 못한 상태에서 논의를 못한 것. 하지만 경북도는 긍정 답변을 얻었다고 밝힌 반면 정통부 진대제 장관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혹해 했다는 전언이다.
최대규모의 국책연구기관을 지역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단체장의 답답한 심정이 낳은 이 해프닝은 ‘지역의 정보·기술 빈혈증’을 반증한다.
대구시는 대구를 세계적인 섬유산업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6800억원을 투입하는 ‘밀라노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지난해 3월 대구시는 국내외 212업체, 12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참여하는 ‘대구 국제섬유박람회(Preview In Daegu·PID)’를 열었지만 상담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대구지역 제조업 부도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섬유산업은 이미 곯아있다. 단순 이벤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동종산업 공동의 산업 표준화와 지방특화단지 육성이 절실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욱식(式) 과학입국=
‘과학기술을 국정 중심에 놓자’. 손욱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과학기술중심사회’로 만드는 것이 8년째 1만달러 소득에 발묶인 우리 경쟁력이 도약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정책당국자(대통령)는 현장에 더욱 다가서라고 말했다. 형식적인 국가기술정보위원회 의장만 맡고 있지만 말라는 뜻이다. 민간주도형, 수요자 중심의 기술개발로 가야 한다고 손 원장은 말하고 있다.
“정부주도형 기술개발 탈바꿈해야”
기업이 중심돼야 … 서포터스형 정부 역할 기대
“한국에서 다시는 CDMA같은 기술이 나올 수 없다” “LCD와 휴대폰 시장이 끝나면 한국에서는 먹고 살 게 없다.”
요즘 업계의 걱정이자 한숨이다. 성장동력이 될 비전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경제회복과 중국의 돌진으로 가운데 낀 기술만으로 생존가능한 우리나라가 대량생산(중국)과 정밀기술(선진국)에서 뒤지면서 업계는 아우성이다.
‘수출만이 살 길’이던 시절 =
무조건적인 설비투자만으로도 기업경영이 원활하던 때가 있었다. 경쟁기업이 공장설비를 증축하면 나도 따라 짓는 식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 헤드라인은 ‘OO전자, OO설비 대량 증축’이 장식하곤 했다. 그래도 기업은 잘 굴러갔다. 얼마나 빨리, 많이 만드냐로 승부하던 시절이었다.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도 그래서 먹혔다. 기업들의 기술격차라는 게 고만고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매일 쓰고 있는 핸드폰이다. 국책연국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트리·ETRI)가 산학협동으로 개발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상용화됐고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팬택앤큐리텔 등 중견기업에 이어 핸드셋 관련 부품을 만드는 KH바텍 같은 중소기업까지 수혜를 입고 있다. 중계기 생산업체, 핸드폰 콘텐츠 제공업체 등 CDMA에 의지하고 있는 업종과 업체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거꾸로 어느 날 갑자기 CDMA 기술이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닌 날이 온다면. 다음 세대를 준비할 수 있는 ‘독자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경우도 마찬가지다.
D램 생산으로는 수익이 출렁이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LCD와 휴대폰을 통해 43조5800억원 매출에 6조3300억원의 순익을 올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마찬가지다. LCD와 휴대폰이 없는 지금의 삼성전자는 상상할 수 없다. 독자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과연 이런 ‘기적’이 되풀이될 수 있을까.
과거식 연구개발 못 벗어=
“비관적이다.”
상당수 기술개발 담당자들이 이런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뉴스포털 ‘대덕넷’ 이석봉 대표는 “과거 CDMA와 같은 사례가 되풀이될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10∼20%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 산업계와 과학계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덩치가 커 버린 민간기업이 굳이 정부의 기술개발에 의존해야할 필요성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내기업간 공동개발도 더 이상 이뤄지기 힘들 만큼 독자 개발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결과물을 독차지하기 위한 경영전략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장을 모르는 정부’탓도 빌미를 제공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방식도 구태를 아직 벗지 못했다. 무려 5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도 비리 의혹과 함께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정보화촉진기금이 적나라한 사례다. 돈이 필요한 곳은 많고 재원은 한정돼 있는 가운데 주먹구구식으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가장 전문적으로 나눠줬어야 할 정보화 기금이 마치 ‘눈먼 돈’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차라리 정부가 처음부터 돕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한탄했다. 지난 2000년 기술보증기금(기보)는 각 기업별로 3∼50억원씩의 3년 만기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를 집중지원했다. 지난해부터 그 만기가 돌아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기업들은 “회사 상태가 좋다면 주식을 팔아서라도 갚겠지만 지금 이 돈을 회수한다면 우리로서는 망하는 방법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산-관-학 가동 안돼 =
삼성경제연구소 문지원 수석연구원은 “산-관-학의 연결고리가 중요한데 정부 주관이라는 한계를 지니는데다 부처간 알력이 심하고 업무가 중복돼 있어 시너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연구원은 “정부 주도형인데 정작 현장에서 동떨어져 있다보니 산-학 연결고리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대덕넷 이 대표도 “정부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정부에서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가서야한다”고 말했다.
MP3 플레이어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레인콤 이성진 기술연구소 담당이사는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담긴 공문을 두 세차례 받긴 했지만 분야가 두루뭉술하고 선정기간이 미리 정해져 있어 정작 우리에게는 별 쓸모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성진 이사는 “산학협동도 접촉은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대부분 기초기술이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첨단(high-end)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르쳐야할 형편이라는 교훈을 얻었을 뿐이다.
이 부분은 산학협동 최일선에 서있는 학계 관계자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산학협동 성공사례로 거론되며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돕고 있는 호서대 박규일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정부사업이 그럴 듯해도 대학이 기업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또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기업중심의 산-관-학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평가 시스템도 ‘기업이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만족하지 않는 산학 공동 연구에는 성과급(연봉)을 주지 않는 등 강력한 평가 방식을 통해 논문 중심, 말 늘이기식 연구를 뿌리뽑을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과기부·산자부 ‘제각각’ =
극소자 기술을 다루는 ‘국가나노종합팹(fab)센터’ 유치기관 선정과정이나 송도 IT밸리 설치 계획은 정책 실현 과정에서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은 사례를 대표한다. 나노기술분야 집중육성을 위해 2010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 집적시설을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나노팹센터 설치가 과학기술원(KAIST)으로 결정되자 탈락한 성균관대 컨소시엄과 포항공대는 편파 심사라며 극렬 반발했다. 과기부 산하인 KAIST에 유리하도록 배점을 적용했다는 것이 탈락 기관의 주장이다. 10일 뒤 과기부는 ‘나노특화팹센터’를 경기도 성균관대 컨소시엄 부지에 배정하기로 결정, 논란 무야용 선심행정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또 산업자원부는 과기부의 나노특화팹센터와는 별도로 연관 산업시설을 집적하는 ‘나노기술 클러스터’ 입지선정을 위해 현재 ‘행정예고’를 내놓은 상황이다. 관련 연구소와 업계로 하여금 유치신청받기 위한 전단계를 밟고 있는 것. 같은 나노기술 관련 시설이지만 연구센터는 과기부 주관, 산업화 클러스터는 산자부 주관으로 각각 진행중이다.
송도 IT밸리 설치 계획도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은 하지만 대덕연구단지 입주 기관·업체는 “지역 균형발전인지, 지역 나눠먹기 발전인지 분간이 안 간다”고 항의한 바 있다.
지역별 단발식 중복투자 =
지역별 특화전략도 아직 뚜렷해진 것이 없다. 오히려 중복·단발식 발전안으로 서로 발목을 잡는 경우도 생긴다.
2월 초 노무현 대통령이 구미를 방문한 직후, ETRI(전자통신연구원)의 구미 이전설이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방문에 맞춰 이의근 경북지사는 “ETRI 등 국책 연구소를 구미로 옮겨달라” 부탁했고 실무 장관이 참석치 못한 상태에서 논의를 못한 것. 하지만 경북도는 긍정 답변을 얻었다고 밝힌 반면 정통부 진대제 장관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혹해 했다는 전언이다.
최대규모의 국책연구기관을 지역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단체장의 답답한 심정이 낳은 이 해프닝은 ‘지역의 정보·기술 빈혈증’을 반증한다.
대구시는 대구를 세계적인 섬유산업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6800억원을 투입하는 ‘밀라노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지난해 3월 대구시는 국내외 212업체, 12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참여하는 ‘대구 국제섬유박람회(Preview In Daegu·PID)’를 열었지만 상담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대구지역 제조업 부도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섬유산업은 이미 곯아있다. 단순 이벤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동종산업 공동의 산업 표준화와 지방특화단지 육성이 절실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욱식(式) 과학입국=
‘과학기술을 국정 중심에 놓자’. 손욱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과학기술중심사회’로 만드는 것이 8년째 1만달러 소득에 발묶인 우리 경쟁력이 도약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정책당국자(대통령)는 현장에 더욱 다가서라고 말했다. 형식적인 국가기술정보위원회 의장만 맡고 있지만 말라는 뜻이다. 민간주도형, 수요자 중심의 기술개발로 가야 한다고 손 원장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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