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면 기고

지역내일 2004-04-09
내일신문 칼럼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간 미군의 모스크 폭격

이라크가 또 다시 전쟁터로 변했다. 전면전 양상을 띈다고 언론마다 호들갑이다. 정작 이라크 국민들은 담담하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죽어나가는 일상의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24년째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1988년까지 50만이 죽고 수백만이 부상당하는 이란과의 8년 전쟁을 치르자 말자, 1차 걸프전쟁으로 미국의 융단폭격 세례를 받았다. 그 뒤 12년간 미국의 경제제재로 100만의 무고한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 50만명은 어린이였다. 이것이 바로 얼굴 없는 대량살상무기가 아닌가? 이라크인이 결단코 미국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사담 후세인과 알 카에다의 연계 주장은 한 편의 코미디로 밝혀졌다. 미국의 공식적인 전쟁 구호는 ''이라크 해방전쟁''이었다. 침공의 거짓 명분이 탄로나고, 이제 이라크 해방이라는 겉치레마저 미국은 과감히 벗어던졌다. 지금 이라크에서 적어도 미국을 해방군으로 보는 사람은 정신이 이상하거나, 미국에 빌붙어 있는 극소수 변절자들 뿐이기 때문이다.
온건한 다수 시아파를 끌어안고 친미정권을 세우겠다는 미국의 장미 빛 꿈도 강경 시아파 지도자 사드르에 대한 공격으로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다. 이라크인들의 마지막 안식처였던, 1400년 이슬람 역사에서 그 누구도 감히 깨뜨리지 못했던 금기였던 이슬람 사원에 대한 충격적인 폭격이 이어졌다. 예배드리는 민중들을 향한 살육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게 되었다. 실날같은 희망도 모두 사라졌다. 이라크에는 단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미국에 항전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갈 것이다.
이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비장의 마지막 카드다. 미군을 향한 공격을 이라크내 이질적인 종파와 종족간의 갈등과 투쟁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레바논과 같은 피비린내나는 내전 상태로 끌고 가서 차라리 이라크를 원격통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중동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시아파의 저항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모스크를 폭격하고, 시위군중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미국의 행동을 보면 오히려 의도된 시나리오라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온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영원히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지옥의 구렁텅이에 깊숙이 발을 빠뜨린 형국이다.
이 구렁텅이에 우리가 군대를 보낸다고 한다. 그것도 안전 제일을 내세우며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자치지역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르빌과 슐라이마니예다. 이라크 국민들이 싫어하고 적대관계에 있는 지역에, 굳이 이라크 평화재건을 위한 군대를 보내야 하는가? 전쟁 피해가 거의 없어 전후 복구를 할 것도 대민봉사의 절박함도 없는 곳에서 무얼 하려고 하는지? 나아가 쿠르드 독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웃 터키와 이란의 반발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쿠르드 문화권에 대한 사전 준비도, 쿠르드어 통역을 제대로 담당할 한국인 하나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민접촉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평화 이미지를 심겠다고 한다.
쿠르드인들의 친미적 성향때문에 지금 당장은 테러나 갈등의 위험이 없어 보이지만, 미국을 대신해 대규모의 한국군이 파병되는 순간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다. 전면전 양상에 이어 내전 상황으로 진행되면 쿠르드 자치지역이 1차적 공격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 조금만 앞을 내다 보자.
이를 알면서도 파병에 정당성을 줄 수는 없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구상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국민과 정부 모두가 찬성한 유일한 나라가 미국 뿐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국제법을 위반한 이번 전쟁은 자유와 독재,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190여개국에 달하는 지구촌 전체와 미국의 대결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전공자에게 비판만 하지 말고 현실적 대안을 요구한다. 아무리 곰곰 생각해 보다도 유일한 대안은 파병철회다. 이제는 마음을 굳힐 때다.

이 희 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슬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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