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평생봉사 실천하는 99세 최고령 퇴직경관 홍병식 옹

“경찰관은 사명감·봉사정신 중요”

지역내일 2004-04-12 (수정 2004-04-12 오후 4:07:23)
“경찰관은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럴수록 사명감과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필요해요.”
퇴직 경관들이 모인 단체인 경우회 회원 가운데 최고령(99·종로구 부암동)인 홍병식 옹이 후배 경찰관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아흔 아홉 살은 흰 백(白)자를 써서 백수(白壽)라고 표현한다. 100살이 되면 흰 백자에 한 일(一)자가 더 붙은 일백 백(百)자를 써 백수(百壽)가 되는 것.
홍병식 옹은 한일합방이 되던 해인 1905년 태어났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홍 옹은 23살 때인 1928년 순사시험을 거쳐 경찰에 입문했다. 당시는 일제시대라 특별한 교육기관이 없어 현재 종합청사자리에 있던 순사교습소에서 4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수료한 뒤 중부경찰서 명동파출소에 처음 배치된 홍 옹은 1945년 해방의 시기를 거쳐 19년간 경찰조직에 몸담았다.

◆‘형사통’으로 이름 떨친 경찰시절= 서울역 근무를 거쳐 당시 서울시를 관할하던 경기도청 경찰국 형사과에 배치된 홍 옹은 형사분야의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경부보(현재 경위 직책)로 승진, 서대문경찰서 외근감독, 인천경찰서 위생주임, 영등포경찰서 사법주임(현 형사계장) 등을 역임했다.
1943년 8월 영등포경찰서에 근무할 때 일화하나. 당시 검도가 4단인 일본인이 한국인 일가족 6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끈질긴 수사를 한 홍 옹이 범인을 검거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는 지금도 이 사건을 해결한 것을 19년 경찰생활동안 가장 큰 자부심으로 여긴다. 일제시대 경찰(순사)이라면 독립군을 때려잡는 악질형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름대로 재량권 범위내에서 조선사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사람도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 홍옹의 설명이다.
이 사건을 통해 ‘형사통’으로 인정받은 그는 해방되던 해인 1945년 경기 경찰부 형사과장, 51년 서울시경 부국장, 57년 경기 도경국장, 58년 치안국 보안과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의 경무관 직위까지 승진을 했다.
그는 승진 비결에 대해 “경찰 생활 19년 동안 그저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했을 뿐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퇴직 후 본격적인 봉사활동 전개= 홍병식 옹의 사회봉사 활동은 퇴직을 하면서 더욱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내무무 치안국 보안과장을 마지막으로 경찰에서 퇴직한 그는 통계국(현 통계청) 재표과장과 서울시 산업국장을 지낸 뒤 공직에서 물러났다.
1961년 대한적십자사 사무국장 자리에 오른 그는 그해 9월 1일 미아보호소를 운영했다. 홍 옹에 따르면 해방 후 미아보호 업무는 현재 종합청사가 있는 장소에서 여경이 담당해 왔던 것. 하지만 예산지원이 없고 담당 경찰관 수도 턱없이 모자랄 때라 미아가 발생하면 파출소에서 사흘간 데리고 있다가 고아원으로 넘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그는 적십자사에서 미아보호소를 운영하겠다고 건의를 해 이때부터 경찰업무인 미아보호를 민간단체에서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는 “당시에는 이재민이 많다보니 미아발생 건수가 많았다”며 “이듬해인 62년 어린이날에는 미아 125명이 보호소에 들어왔는데 하루 발생건수로는 최고 기록이었다”고 회고했다.
1990년 미아보호소가 폐쇄되기까지 30년간 꾸준히 활동을 한 홍 옹은 “내 생애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미아보호소를 운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61살 진갑때까지 적십자사에 몸담은 그는 적십자사를 떠난 이후에도 쉬지 않고 5년간 유실물센터를 운영했다. 5년 동안 무려 33만 건의 유실물을 잃어버린 주인에게 돌려준 것.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73년 경찰청과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청룡봉사상을 수상(7회)했고 지난 99년에는 제1회 경우봉사왕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수상 상금으로 받은 100만원은 경우장학회에 기증했다.
◆금연·절주 장수비결= 젊은 시절 담배를 배우지 않아 지금껏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홍 옹은 “20대에는 술내기를 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으나 30대에 접어들어서는 한잔 이상은 더 먹지 않았는데 이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귀뜸했다. 그는 “요즘도 지나가는 경찰관들을 보면 유심히 한번 더 지켜본다”며 “파출소를 지나가다가 들러 근무중인 경찰관들을 위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홍 옹은 “남은 여생도 봉사하는 마음자세로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장환 기자 polkjh@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