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자만 살아 남는다.

‘지역밀착형’ 후보 끈질긴 ‘생명력’

지역내일 2004-04-13 (수정 2004-04-13 오후 12:13:09)
‘농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
농사를 짓는 농민이 논밭에 자주 나가 살필수록 농작물이 잘 자라 풍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선거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는 농사꾼(의원)이 농작물(유권자)을 얼마만큼 정성들여 돌보았느냐를 평가하는 자리다. 당선은 풍작, 탈락은 흉작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 은평을 지역의 이재오(한나라) 의원은 풍작을 이룰 가능성이 많은 의원이다.
민주화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이 의원은 지금은 비록 변절자(?)라는 욕을 먹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로부터의 지지만큼은 절대적이다. 그의 ‘성실함’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역에서 ‘자전거 의원’으로 통한다. 지난 13년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누비면서 얻은 별명이다. 이 의원은 지역구를 7개 구역으로 나눠 매일 한곳씩 일주일 동안 전 지역구를 돈다. 이 의원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해당지역에 나타나는 시각이 거의 일정하다보니 어떤 사람은 내 모습을 보고 그날이 무슨 요일인지, 시각이 몇 시인지 짐작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 결과 14대 때 낙선했던 이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서울 최다득표로 당선됐다.
성실함을 바탕으로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린 이 의원의 강고함은 탄핵정국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전국을 강타한 탄핵역풍도 한순간은 이 의원을 흔들 수 있었지만 뿌리를 뽑는 데는 실패했다.
탄핵 직후인 3월 19일 KBS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의원(28.4%)은 열린우리당 송미화 후보(42.2%)에 압도적인 차이로 뒤졌다. 그러나 3월 30일 조선일보 조사결과 이 의원(35.8%)이 송 후보(33%)를 오차범위내지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 가능성은 이 의원이 46.6%로 송 후보(24.0%)를 압도했다. 현재 양당에서는 이곳을 이 의원 우세지역으로 꼽고 있다.
물론 ‘지역구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성실함의 전부는 아니다. 의원에게는 지역구 활동 못지않게 국정을 다루는 ‘의정활동’ 역시 중요하다. 또 성실함만이 의원이 갖출 덕목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성실함은 이런 조건들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토양이다. 성실함이 결여된 비전과 전문성은 공허하다.
지역민들과 일상속에서 결합되는 ‘현장 밀착형’ 활동이 바탕이 될 때 공허한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입법활동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김문수(한나라· 부천소사) 의원 역시 ‘성실한’ 의원으로 손색이 없다.
김 의원의 홈페이지 동영상 홍보물에는 “하루 16시간 주 7일 년간 365일을 쉬지 않고 뛰었다”는 말이 있다. 김 의원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고 말한다. 의원 회관내에서도 김 의원 사무실은 일 많이 하는 사무실로 악평(?)이 나 있다.
김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8년 동안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죽을 힘을 다해 국회의원직을 수행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성실함 덕분에 김 의원 역시 지난 16대 때 수도권 최다득표의 영광을 안았다. 96년 15대 총선에서 김 의원과 겨뤘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문수는 인간이 아니야”라는 말을 곧잘 내뱉었다고 한다.
김 의원도 탄핵직후 여론조사에서는 열린우리당의 김만수 후보에 크게 뒤졌으나 지금은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튼튼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탄핵역풍을 견디고 살아오는 후보들로는 이들 외에 박성범(서울 중구) 후보와 정병국(경기 가평·양평)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반면 몇몇 후보들은 성실을 기반으로 한 ‘우직함’보다는 상황의 흐름에 맞춘 ‘약삭빠른’ 행보로 낭패를 본 경우도 있어 좋은 대조를 이뤘다.
고공행진을 하던 열린우리당의 지지세가 추락, 1당 유지가 위협받게 된 상황도 ‘성실함’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겸손은 성실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겸손한 자는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성실한 자는 자만하지 않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탄핵역풍’이라는 뜻밖의 ‘횡재’에 자만하면서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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