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학교에선 이런 수업 못해요”

“대형 학교는 이런 것 못해요”

지역내일 2004-04-15 (수정 2004-04-16 오후 2:30:06)
도시 한 켠에 자리잡고 있지만 관심을 끌지 못해온 소규모 학교들. 최근 이들 소규모 학교들에 떠났던 학생들이 돌아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만이 있고, 개성과 특성이 존중받지 못한 대형 학교보다는 소규모 학교가 아이들의 인성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도심 대형학교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소규모 학교들은 ‘도심 속 대안학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편집자 주

서울시 은평구 진관내동 산 8의 1번지. 이곳 북한산 자락에 북한산초등학교가 숨어 있다.
북한산초등학교는 이름 그대로 북한산자락에 있는 아주 조그만 학교다. 이곳의 행정구역이 서울특별시라는 것을 잊어버리면 영락없는 시골 작은 학교다.
북한산에 가끔 오르는 사람들도 이곳에 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울창한 숲에 가려 도로와 등산로에서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설령 학교를 보더라도 변두리 작은 학교에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 없이 스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의 학생·학부모·교사들은 전국에서 국립공원 내에 있는 유일한 학교일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실제로 이 한가로움과 시골스러움이 북한산초등학교를 꽤 유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북한산초등학교도 한때 폐교 가능성이 논의됐던 학교다. 인근 대형 학교로 학생들이 자꾸 떠나면서 학생수가 계속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60~170명을 오가던 학생수가 올해 243명까지 늘었다. 이젠 학교시설이 학생수에 비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이 학교 학생수 증가의 특징은 도심 대형학교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산초등학교 학군 내에는 새로운 아파트 단지나 택지가 조성되지 않았다. 꼭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출퇴근의 불편함 등을 감수하고 자연부락으로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산초등학교는 사실상 대안학교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 학교로 돌아오는 아이들과 부모들은 도시 대형학교의 교육시스템에 만족을 못한 사람들이다.
◆ 숲에서 생태학습 = 이처럼 북한산초등학교가 살아난 데는 이유가 있다.
북한산초등학교도 도시의 다른 학교들처럼 특기적성교육으로 풍물, 컴퓨터, 영어 등을 하고 있다. 학교에는 수영장이 없지만 인근 민간시설을 이용해 수영도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것은 북한산초등학교의 경쟁력이 아니다. 도심학교에서도 받을 수 있는 수업 때문에 이곳을 찾을 부모와 학생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학부모 참여수업, 북한산을 이용한 환경친화적 수업 등 다른 도심학교들이 할 수 없는 이 학교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학교 주변이 온통 국립공원이라 아이들은 시간만 나면 산으로 들로 나가 자연을 배운다. 실제로 숲에 대해서는 박사급인 아이들은 수업시작 전에 산속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또 수시로 교사나 환경단체, 학부모 등의 도움을 받아 숲에서 체험학습을 하기도 한다.
올해 3년째 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복련 교사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이 학교의 가장 큰 재산”이라며 “아이들 숫자가 적기 때문에 한명 한명에게 신경을 쓸 수 있고 연극관람 등 다양한 체험학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공부하라는 사람 없어요 =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지식을 가르치기 보다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 운영방침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
아이가 3학년에 다니는 한혜연씨는 “이 학교에서는 누구도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도심아이들에 비해 학력도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지금은 성적보다 친구들과 잘 사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덕분에 학교마다 몸살을 앓고 있는 특수교육 대상자 문제도 이 학교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고학년들이 나서 장애학생들을 보호해 준다. 물론 ‘왕따 문제’도 없다.
이에 대해 학부모인 최재희씨는 “아이들이 친구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며 “새로 전근 온 선생님 중에는 이런 아이들 모습 때문에 당황해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일터가 이곳에서 2시간 거리다”며 “그러나 아이가 학교만은 계속 다니게 해달라고 졸라 귀농계획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영옥씨는 “이곳에 이사 오기 전에는 성동구에 살았다”며 “아이가 우연한 기회에 들른 북한산초등학교에 다니고 싶어 해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원래 사립학교에 보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경쟁보다는 친구와 잘 사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아이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 믿음이 기본이죠 = 북한산초등학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도서관이다. 특히 도서관은 북한산초등학교의 교장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 사이의 신뢰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교 도서관들은 항상 닫혀 있는 공간이거나 열려 있더라도 독서수업 때나 이용하는 공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교육부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학교도서관 활성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학교 도서관에 와보면 학교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쉬는 시간이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물론 방과후나 점심시간에도 책을 보거나 빌리려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북한산초등학교 도서관에 새로 비치되는 책은 학부모들이 고른다. 특히 학교에서는 도서구입비 예산과 운영을 학부모들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신영좌 교장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전기금을 내는 것 보다 학교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또 “사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불안감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막상 맡겨보니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교실이 부족해요 = 신 교장을 비롯해 교사, 학부모 등 북한산초등학교 사람들은 요즘 새로운 고민에 빠져 있다. 몇년 전까지는 줄어드는 학생수 때문에 고민했는데 최근 꾸준히 늘어난 학생들 때문에 부족한 학교시설을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 교장은 “시설이 부족해 아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특별한 시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실과 과학실 등 어느 학교에나 있는 그런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육계는 공교육을 대안을 멀리서 찾으려 했다. 그러나 도시의 학교들이 대형화 되면서 발생한 문제의 대안은 가까운 도시 소규모 학교에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그동안 행정적, 재정적으로 소외됐던 이런 학교들을 가꾸고 지켜가는 것이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