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와 같이 은행업무가 없이 투자전문회사로 아시아의 금융시장으로 클 것이다.”
18일 10년후의 동원지주의 그림을 그려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남구 동원지주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한껏 웃었다.
김 대표는 이어 “은행과 증권의 투자자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경쟁관계는 되지 않는다”면서 “굳이 은행이 필요하냐”고 되물었다.
◆ “하나은행 카드, 아직 유효”라지만=동원지주의 핵심인 동원증권은 최근 하나은행 지분을 1% 가까이 팔았다. 이를 두고 동원-하나은행의 제휴카드가 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김 대표는 “하나은행 지분을 판 것은 차익실현 차원이었다”면서 “그러나 하나은행이 한투․대투 중 하나를 인수하게 되면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이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증권 고위관계자는 “동원증권이 하나은행과의 전략적 제휴 시도가 사실상 무산된 이후 대투 한투 매입에 뛰어든 상황이지만 매입예상가격이 매우 높게 나오고 있어 매입자로 결정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원증권은 보유하고 있던 하나은행 주식 1000만주 중 100만주를 작년 12월 매각한데 이어 올 들어 100만주를 추가매각해 360억원 정도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지주의 하나은행주식 매입단가는 1만2000원∼1만3000원대, 매각단가는 2만5000원∼2만6000원대다. 장부가는 주당 8000원. 현재는 하나은행 지분을 4.05%(800만주) 보유하고 있으며 18일현재 종가인 2만6500원으로 따지면 평가차익이 1480억원이다.
◆ “규모를 더 키울것”=동원금융지주는 아직 지주사작업을 완료한 게 아니다. 동원증권의 금융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30%이상 사들여야 한다. 최근에 동원상호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아직 동원창투 동원캐피탈 동원투신운용 해외법인(미국, 유럽)에 대한 지분정리는 남아있는 숙제다.
김 대표는 “금융지주로 가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규모 확대를 위해) 한투 대투인수에 나섰고 다른 금융기관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동원지주 관계자는 “ㅅ증권과의 M&A를 추진하기도 했다”며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 규모를 키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원증권 고위관계자는 “4월에 대투한투 인수제안서를 제출하면 정부는 예비인수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들이 4~6주간 실사를 거쳐 최종인수제안서를 내놓게 된다”면서 “이후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하면 최소한 7월은 돼야 구체적인 매각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액제 절반의 성공(?)=지난해 10월 13일에 시작한 수수료정액제에 대해서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정액제 실시이후 자산, 고객수, 외형은 대체로 예상보다 더 좋거나 비슷했지만 수익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1인 전산비용을 계산, 충분한 시뮬레이션(사전시험)을 통해 판단한 것인만큼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구체적인 실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수치를 밝히지 않아 증권업계에서 나도는 ‘정액제 실패설’을 완전히 잠재우진 못했다.
◆ 40대 오너체제 이상무=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 대표는 지난 2월 17일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대부분을 증여받아 사실상 오너로서의 체제를 굳혔다.
63년생이며 전남출신인 김 대표는 91년 4월에 동원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출발, 매년 채권부 대리(92년), 기획실 과장(93년), 뉴욕사무소 차장(94년)을 거치며 경영실무수업을 했고 이후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 5월 동원지주 대표이사를 맡았고 올 3월엔 동원증권 대표이사까지 겸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아직 젊어서 잘 모르지만 13년간 증권에서 몸을 담았고 지점부터 시작해 의사교류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처음 동원산업에 근무할 때도 배부터 탔고 증권에서도 지점부터 나가는 게 김 회장(아버지)의 뜻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지난해 정액제를 실시하면서 임금이 줄 것을 우려한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정액제가 어느정도 실적을 내고 있고 비전선포식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 이제는 불만의 소리가 없다”며 조직장악에 문제가 없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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