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벨재단은 스스로를 ‘짐을 나르는 나귀’에 비유한다. 북한 결핵퇴치 지원을 위해 성금과 물품을 기증한 이들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원자의 심부름꾼이라고 밝힌 유진벨재단은 지원받는 자의 ‘손님’을 자처한다. 최신의료기술을 북한에 접목시키려 하거나 외부 의료진을 파견해 북한의료체계와 불협화음을 내기보다 북한의 현의료체계의 장점을 살리는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인 인요한 박사는 “북한은 아프리카나 아이티 등 제3세계 국가와는 달리 의료체계가 모두 구비돼 있다”며 “우리가 북한에서 할 일은 의사들에게 ‘무엇이 필요합니까’라고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 박사는 북한의료체계는 ‘휘발유 없는 자동차’라며 “휘발유만 주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방의학이 발달한 북한은 전국적으로 도단위 결핵병원 13개, 요양소 63개소, 보건성 산하 약 200개의 군단위 진료소가 구축돼 있다. 토지, 건물, 인력 등 북한이 이미 구축해 놓은 체계를 이용하다보니 유진벨재단의 결핵퇴치사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 85% 완치율을 보이는 도츠치료법에 필요한 6개월분 약 8만원어치면 환자 1인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건물을 지어줄 필요도, 의사를 보내줄 필요도, 현지의사를 교육시킬 필요도 없다.
결핵퇴치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에도 북한은 결핵약을 수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의료시설의 약장은 비어있고 현미경 한 대가 아쉬운 곳도 많다. 9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되는 북한의 식량난도 결핵퇴치를 어렵게 한다. 결핵환자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등 식생활이 그 어떤 치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원이 없으면 시한부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가 되고 의약품 등 지원이 있으면 ‘호스피털(병원)’이 되는 현실에서 실제로 수만명의 목숨을 살리고 있는 유진벨재단의 지원은 북한 당국으로서도 고마울 수밖에 없다.
유진벨재단은 지난해 한 해에만 300만달러어치 의약품과 치료시설을 지원했다. 현금지원액을 기준으로 할 때 민간단체중 최고액수다. 하반기에만 138만달러를 지원했고 약품만 1만6000명분이 지원됐다. 이밖에도 수술실세트, 간염진단을 위한 다목적차량, 환자 영양보충을 위한 콩, 현미경, 오토바이, 자전거 등 북한의료진이 진정 필요로 한 물품만을 보내고 있다.
지난 97년 이후 꾸준히 지원해온 결핵검진차도 현재 17대가 북한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고 전기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북한실정에는 ‘병원’이 환자를 찾는 검진차 시스템이 더 유용하다. 중형화물차 크기의 이동 엑스레이검진차는 4만장의 엑스레이필름이 적재되고 하루에 700명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소모품을 포함한 이 차량의 가격은 1억5000만원.
방북기간 지원되는 의료시설을 일일이 방문하며 지원물품이 잘 전달되는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확인하는 인세반 회장은 그때마다 누가 지원했는지 명백히 밝힌다. 처음엔 낯설어 하던 북한의료진과 당국자, 환자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지원자 명단을 들으며 고마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북한 당국도 유진벨재단과 인 회장 형제를 신뢰해 북한 보건성에서는 이들을 위해 4명으로 구성된 ‘유진벨 협력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인세반 회장은 통일을 위해 “이제는 기술자들이 나설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해 북한주민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가 기술적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 남쪽에 있는 하이테크(high-tech) 제품들이 북한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전력이 충분치 않고 그나마 전압이 일정치 않은 북한에서는 그에 걸맞는 로테크(low-tech) 제품이 필요하다.
인 회장은 “통일은 한 사람의 거대한 꿈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작은 꿈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지원자의 심부름꾼이라고 밝힌 유진벨재단은 지원받는 자의 ‘손님’을 자처한다. 최신의료기술을 북한에 접목시키려 하거나 외부 의료진을 파견해 북한의료체계와 불협화음을 내기보다 북한의 현의료체계의 장점을 살리는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인 인요한 박사는 “북한은 아프리카나 아이티 등 제3세계 국가와는 달리 의료체계가 모두 구비돼 있다”며 “우리가 북한에서 할 일은 의사들에게 ‘무엇이 필요합니까’라고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 박사는 북한의료체계는 ‘휘발유 없는 자동차’라며 “휘발유만 주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방의학이 발달한 북한은 전국적으로 도단위 결핵병원 13개, 요양소 63개소, 보건성 산하 약 200개의 군단위 진료소가 구축돼 있다. 토지, 건물, 인력 등 북한이 이미 구축해 놓은 체계를 이용하다보니 유진벨재단의 결핵퇴치사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 85% 완치율을 보이는 도츠치료법에 필요한 6개월분 약 8만원어치면 환자 1인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건물을 지어줄 필요도, 의사를 보내줄 필요도, 현지의사를 교육시킬 필요도 없다.
결핵퇴치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에도 북한은 결핵약을 수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의료시설의 약장은 비어있고 현미경 한 대가 아쉬운 곳도 많다. 9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되는 북한의 식량난도 결핵퇴치를 어렵게 한다. 결핵환자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등 식생활이 그 어떤 치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원이 없으면 시한부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가 되고 의약품 등 지원이 있으면 ‘호스피털(병원)’이 되는 현실에서 실제로 수만명의 목숨을 살리고 있는 유진벨재단의 지원은 북한 당국으로서도 고마울 수밖에 없다.
유진벨재단은 지난해 한 해에만 300만달러어치 의약품과 치료시설을 지원했다. 현금지원액을 기준으로 할 때 민간단체중 최고액수다. 하반기에만 138만달러를 지원했고 약품만 1만6000명분이 지원됐다. 이밖에도 수술실세트, 간염진단을 위한 다목적차량, 환자 영양보충을 위한 콩, 현미경, 오토바이, 자전거 등 북한의료진이 진정 필요로 한 물품만을 보내고 있다.
지난 97년 이후 꾸준히 지원해온 결핵검진차도 현재 17대가 북한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고 전기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북한실정에는 ‘병원’이 환자를 찾는 검진차 시스템이 더 유용하다. 중형화물차 크기의 이동 엑스레이검진차는 4만장의 엑스레이필름이 적재되고 하루에 700명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소모품을 포함한 이 차량의 가격은 1억5000만원.
방북기간 지원되는 의료시설을 일일이 방문하며 지원물품이 잘 전달되는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확인하는 인세반 회장은 그때마다 누가 지원했는지 명백히 밝힌다. 처음엔 낯설어 하던 북한의료진과 당국자, 환자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지원자 명단을 들으며 고마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북한 당국도 유진벨재단과 인 회장 형제를 신뢰해 북한 보건성에서는 이들을 위해 4명으로 구성된 ‘유진벨 협력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인세반 회장은 통일을 위해 “이제는 기술자들이 나설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해 북한주민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가 기술적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 남쪽에 있는 하이테크(high-tech) 제품들이 북한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전력이 충분치 않고 그나마 전압이 일정치 않은 북한에서는 그에 걸맞는 로테크(low-tech) 제품이 필요하다.
인 회장은 “통일은 한 사람의 거대한 꿈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작은 꿈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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