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교류 체험학습에 대한 단상

지역내일 2004-04-23 (수정 2004-04-23 오후 1:20:58)
지난 주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녀석과 다녀온 ‘봄김장담그기’ 행사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견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이라는 속담을 새삼 음미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행사는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와 겨울배추생산자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도·농교류행사로, 서울에 사는 학생·학부모·영양사 80여명이 땅끝해남을 방문하여 지역특산품인 겨울배추로 김장을 담궈 서울소재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였다.
여기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고인돌군, 임진왜란 명량대첩지인 울돌목, 우항리 공룡화석지 등을 견학하고, 모닥불에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명인으로부터 강강수월래를 배우는 등 역사문화기행도 곁들여졌다.
1박2일간의 짧은 여정 속에서도 학생들은 전통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를 배우고, 역사에 대한 안목도 높아졌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통식품인 김치에 대한 어린이들의 태도변화는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된다. 평소에 김치를 기피하던 녀석들이 직접 배추를 절이고 김치를 담그면서 양념범벅이 된 얼굴로 앞다투어 먹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식사때면 가장 먼저 김치에 손이 가는 아들녀석의 식습관 변화를 보면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떠올리곤 한다.
여러 해 전 지방 소도시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아파트 인근 공터에 두어평 밭을 일구고 고추, 상추, 토마토 등 갖은 작물을 재배하였는데, 싹이 나고 영글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환희와 기대에 부푼채 출근하던 그 때가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된다. 고추가 영글무렵 어느날 삼겹살을 준비하고 밭에 들렀는데 갓 열린 고추 몇 개만 달려있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시장에서 몇푼이면 구할 수 있다지만, 씨를 뿌리고 정성들여 가꾼 첫수확의 기쁨을 앗아간 서리꾼에 대한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수입농산물을 사먹는 일부 소비자를 보는 농민의 가슴에는 이와 같은 서운함이 담겨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먹는 농산물에는 시장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신비와 환희, 자식 키우는 정성 등 농업·농촌이 지니는 무한한 가치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김치 한번 담궈보고 식생활태도가 바뀐 아들녀석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작물을 직접 키우고 수확해본다면 농업의 가치를 몸소 체득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비단 필자만의 기대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근래에 추진되고 있는 농협의 ‘꽃사랑 농업사랑 체험교육’이나, 농림부의 ‘도·농교류협력사업’은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의미있는 일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더욱 확대해야 할 사업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를 제공하고, 도시민들에게 농업을 자신의 식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농촌을 자신의 쉼터로 인식케 하는 것은 개방화시대 한국농업의 버팀목을 튼튼히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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