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행정’으로 100억달러 유치

경기도 “LG필립스 LCD 파주공장 유치는 시간싸움의 승리”

지역내일 2004-04-25 (수정 2004-04-26 오후 12:28:40)

LG필립스 파주공장은 파주시 월롱면 일원 50만9000평에 네덜란드 필립스사와 LG전자가 50억불씩 모두 100억불을 투자한다.
내년 하반기까지 1단계로 차세대 대형(42인치 이상) LCD TV용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2006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파주공장은 연간 3조원(수출 2조8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1만명이상 고용효과가 기대된다.
경기도는 인근지역 50만평에 LCD 협력단지를 추가로 개발, 세계 LCD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도는 이곳에 앞으로 10년간 25조원이 투입돼 디스플레이 R&D센터, 국내외 LCD관련 부품.장비업체 등이 들어서고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파주공장은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안보효과도 크다. 휴전선에서 불과 10㎞밖에 떨어지지 않은 접경지역에 대규모 외국인투자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 해외투자가들의 안보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주공장 유치는 중국 등 해외로 빼앗길 가능성이 높았던 국가전략산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법 개정 등을 통해 유치한 대규모 프로젝트란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중앙부처와 경기지방공사, 유관기관이 포괄적인 협력제계를 구축해 최단기간 내 산업단지를 조성한 것은 모범적인 행정사례로 꼽히고 있다.
손 지사는 “투자양해각서 체결 이후 불과 1년만에 산업단지 기공식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 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4년 이상 소요되던 산업단지 개발을 불과 1년만에 마무리하게 된 데는 경기도와 유관 기관의 남다른 노력이 배어 있다.

◇ 1% 인하로 100억 달러 유치
정부의 수도권규제 정책에 따라 수도권은 대부분 과밀억제 및 성장관리지역으로 지정돼 국내 대기업 공장의 신·증축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다만 국내 대기업이 외국기업과 합작 투자하여 수도권 성장관리권역에 공장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첨단 업종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2002년 2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국기업 지분이 51%가 되지 않으면 허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경기도는 50:50의 비율로 합작한 외국 대기업 T사의 2억달러 투자 유치가 무산되면서 공업배치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 각방으로 노력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3년까지 시한을 연장하고 외국인 투자지분 50%이상인 25개 첨단업종(LCD 산업 추가)에 한해 허용하는 것으로 시행령이 개정됐다. 시행령이 개정된 지 몇 개월이 지난 5월 28일 경기도청 투자진흥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LCD 공장의 경기도 입지가 가능한지와 100만평 규모의 공장부지가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LG필립스사의 전화는 외국인 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 중국 투자 발길을 잡아라
당초 LG필립스 LCD사는 차세대 TFT-LCD생산을 위한 신규투자처로 김포 등 한수이남지역과 중국, 대만 등을 검토하고 있었다.
LG필립스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었던 지역은 중국.
인건비가 싼 데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전폭적이고, 이미 중국 난징에서 가동중인 LCD조립공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는 즉각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비밀리에 30여 차례에 걸친 현지방문, 행정지원협의를 통해 지난해 2월 도와 LG필립스사는 100억불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 손 지사 LCD 타임스케줄 체크
LG필립스사의 조건은 간단했다. 7세대 LCD 시장의 선점을 위해서는 산업단지 조성기간이 늦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산업단지 지정,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 심의, 토지보상, 산업단지 실시계획승인, 기공식 등에 걸리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시간행정·현장행정이 펼쳐졌다.
손학규 지사의 집무실 책상과 수첩에는 파주 LCD산업단지조성 시간표가 꼼꼼히 적혀졌고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9개 관련기관을 방문했다.
특히, 도는 파주 월롱지구를 제1안으로 놓고 LG필립스사를 설득했다.
◆ 긴박했던 월롱산 회의
LCD 산업단지조성은 경기도가 중심이 되어 추진했던 사업이지만 중앙정부와 군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낼 수 없는 사업이었다.
지난해 3월 27일 경제정책 조정회의에서 LG필립스사의 LCD 파주공장 건립 허용이 결정되자 정부는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15개 부처 및 기관이 참여하는 중앙지원반을 구성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휴전선으로부터 10㎞ 밖에 떨어지지 않은 파주 월롱면 LCD 산업단지 조성 지역은 군사작전상 긴요한 지역이었다. 이로 인해 군 당국의 반대가 컸다.
국방부와 군단 사령부, 사단의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원칙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경제정책 조정회의 3일 전인 24일 파주산업단지 현장인 월롱산 정상에서 군 관계자들과 경기도의 협의가 진행됐다.
월롱산 정상에서 이루어진 경기도의 설명과 설득에 결정권자인 1군단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접경지역에 대한 외국 대기업의 투자는 1개 사단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경기도의 설득이 적중했다.

◆ 묘지별로 맨투맨 이전 설득, 한겨울 비닐천막 작업도
올해 3월 입주계약 체결 및 공장 착공의 시간표에 따라 진행되던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뜻하지 않은 난관에 직면했다.
분묘 이전 문제였다.
수백년 동안 선산을 지켜온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는 문전박대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정성을 기울였다. 결국 분묘 연고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이전 동의를 받아냈다.
산업단지 지정 이후 시급한 과제가 또 닥쳤다. 문화재 사전 발굴작업이었다. 한겨울이라 땅이 얼어 작업진행이 쉽지 않았지만 봄까지 기다릴수도 없었다. 고심 끝에 비닐천막을 치고 언땅을 녹이고 날을 세가며 작업을 강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산업단지조성 기공식까지 1년1개월이란 기록을 세웠다.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시간행정’과 ‘형장행정’이 세계 LCD시장의 주도권을 가져다 준 것이다.

/수원 곽태영 선상원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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