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515에 머물렀던 종합주가지수는 4월 현재 920포인트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의 증시 참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이 원인일까. 당시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수 800포인트만 돌파하면 개인의 증시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결과적으로 그 관측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합리적 투자 문화 미성숙=한국에서 증시가 외면받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지만 특히 ‘합리적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관습이 정착되지 못한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위험을 부담하면서 장기 보유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주식투자라는 시각조차 덜 갖춰져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자산=부동산’이라는 등식이 굳어진 것도 개인의 증시 참여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지수가 꾸준히 상승하는 동안에도 투자 여력을 가진 사람들은 줄곧 부동산을 기웃거렸다. 당시 우량 고객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PB센터 고객은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포트폴리오에 깔고 있기 때문에 시황이 좋다고 투자트렌드가 급변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또 다른 센터장(도곡동 소재)은 “부동산은 투자목적외에 종합과세도 피해갈 수 있어 고객에게는 일거양득”이라고 전했다.
리스크를 부담하려는 시도가 없어 자산운용 성향이 철저히 보수적인데다 IMF의 망령이 가세하면서 금융기관 고유계정으로는 주식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연기금의 절반을 주식에 투자하지만 우리는 이제야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시도를 하는 실정이다.
◆얄팍한 투자자에 신뢰없는 기업들=투자대상인 개별 기업이 신뢰를 주지 못한 잘못도 있다. 급속한 산업화 중심에 놓인 재벌은 외형 성장 속도에 비해 자기자본 확충에 덜 신경썼다.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면 그 때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 증시에 부담을 줬다. 대주주의 부족한 자금을 증시에서 조달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또 증시는 출발초기의 주가 조작부터 시작해서(60년대 초반) 수시로 정권에 의한 시장 개입, 90년대 이후에는 개인이나 기업에 의한 불공정 매매 증가, 최근에는 사이버 투자자들의 불공정 매매 등으로 시장 신뢰가 낮아졌으며 선물·옵션시장 개설 후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됐다.
재벌의 이른바 총수들은 회사가 성장 속도를 쫓지 못할 만큼 자기자본이 부족했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회사 공금을 유용하고 낮은 지분율에도 황제경영에 나서면서 회사 투명성을 낮췄다. 이 또한 사회적인 반기업 정서를 만드는데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분율 이상의 경영권 행사를 위한 상징적 증거가 최근의 비자금 사건이다. 또 나머지 주주를 전혀 배려하지 못한 결과 주주는 시세 차익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른바 모멘텀 투자도 장기투자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해당 종목보다는 시장 전체의 재료나 장외변수에 따라 모멘텀을 찾기 때문에 가치투자와는 담을 쌓게 된다. 묻지마 투자가 생기는 한 원인이다. 홍 부장은 “지수가 나쁠 때도 꾸준히 종목을 발굴하고 우량종목이라면 꼭지에서도 모든 지분을 털어내지 않는 외국 사례와는 분명 다른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 다시 봐야=구제금융(IMF) 이후 국내 기업 경영의 핵심에는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이 자리잡았고 재무구조가 매우 안정됐다. 경실련·참여연대의 지속적 문제제기, 외국인 투자자들의 감시, 소액주주의 결속력 강화 등으로 기업지배 구조에서의 투명성도 줄곧 높아져 왔다.
또 주요기업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 됐다. 조선, IT, 자동차는 물론 금융주도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한국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기업보다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이 더 많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외국인 지분율 대비 주가수익률(PER)은 한국기업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지분율 44.12%를 기록중인 한국증시의 PER는 10.58배에 불과해 18배인 미국은 물론 대만(18배)이나 일본(41.32)보다 훨씬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보다 강화되고 절대 저금리로 인해 예금·보험의 투자 매력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또 정부는 완전포괄주의 상속 증여세제, 회계의 투명성 관련 법안, 집단소송제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유도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조적인 저금리가 굳어지면서 기업의 금융비용이 감소하는가 하면 투자대상으로서의 증시도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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