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전남지사의 한강 투신자살사건은 당혹감을 넘어 충격을 주고 있다. 14대 국회의원과 김대중 정부의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그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시절 인사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27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와 그의 죽음이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그의 자살 동기가 명예를 지키기 위한 극단의 선택인지 조직을 살리기 위한 희생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심리적으로 극단의 압박감과 상실감 그리고 절망감에 시달렸을 게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명예와 자존심 실추에 따른 충동 자살이 아닌가 싶다.
비리 연루 지도층 인사 잇단 자살 풍조 심각
문제는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진 부패비리 연루 사회지도층인사들의 자살 신드롬이다. 지난해 8월 불법 대북 송금사건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았던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회사 건물에서 투신해 큰 충격을 주었다. 올 들어 2월에 안상영 부산시장이 수감된 교도소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당했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사장이 한강에 투신자살했고 4월초에는 김인곤 광주대 재단 이사장이 학교집무실에서 자살해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 같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잇단 자살이 주는 파문과 교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비리와 자살풍조를 들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 부패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던 저명인사들이 반성하지 않고 너무 쉽게 목숨을 끊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병리현상이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있는 저명인사일수록 자신이 수십 년 쌓아온 명예가 실추되는데 따른 자포자기일 수 있고 더러는 억울함을 죽음으로 항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부패비리에 연루된 지도층이 ‘세상의 모든 짐을 안고 간다’며 자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족과 조직에 큰 고통을 주며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밝힐 것은 밝힌 뒤 죄 값을 치른 후 속죄하는 심정으로 새 출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며 지도층의 당당한 태도가 아니겠는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자살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자살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유명인사들의 자살이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통사람’을 자극해 자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저명인사의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보통사람의 자살률이 평소의 14. 3배나 높아진다는 전문 연구기관의 조사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실지로 지난해 정몽헌 현대 아산 회장 자살사건 이후 ‘자살붐’이 있었다고 한다. 또 명성과 재산을 가진 상류층의 자살이 주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살 이후 모든 문제가 일단락 된 것처럼 비쳐지는 사회분위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 뜻에서 지도층 자살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합리화해서는 곤란하다. 자살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패 청산의 진통, 권력 명예 부 모두 향유 안돼
부패와 비리에 비교적 관대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16대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로 우리사회는 투명해지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차떼기 검은 정치자금의 충격으로 과거 관행으로 통했던 권력형 부패비리가 국민적 분노와 지탄을 받고 더 이상 발붙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지도층은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를 모두 향유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부패비리 없는 깨끗한 사회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1990년대 이탈리아 검찰이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작전으로 권력형 부패비리를 척결했을 당시 조사를 받았던 거물 정치인과 사회저명인사들의 자살이 잇달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잇단 우리 지도층의 자살은 부패정치를 청산하는 진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두석 주필
2004년 4월 30일자·881호
그의 자살 동기가 명예를 지키기 위한 극단의 선택인지 조직을 살리기 위한 희생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심리적으로 극단의 압박감과 상실감 그리고 절망감에 시달렸을 게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명예와 자존심 실추에 따른 충동 자살이 아닌가 싶다.
비리 연루 지도층 인사 잇단 자살 풍조 심각
문제는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진 부패비리 연루 사회지도층인사들의 자살 신드롬이다. 지난해 8월 불법 대북 송금사건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았던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회사 건물에서 투신해 큰 충격을 주었다. 올 들어 2월에 안상영 부산시장이 수감된 교도소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당했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사장이 한강에 투신자살했고 4월초에는 김인곤 광주대 재단 이사장이 학교집무실에서 자살해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 같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잇단 자살이 주는 파문과 교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비리와 자살풍조를 들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 부패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던 저명인사들이 반성하지 않고 너무 쉽게 목숨을 끊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병리현상이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있는 저명인사일수록 자신이 수십 년 쌓아온 명예가 실추되는데 따른 자포자기일 수 있고 더러는 억울함을 죽음으로 항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부패비리에 연루된 지도층이 ‘세상의 모든 짐을 안고 간다’며 자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족과 조직에 큰 고통을 주며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밝힐 것은 밝힌 뒤 죄 값을 치른 후 속죄하는 심정으로 새 출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며 지도층의 당당한 태도가 아니겠는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자살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자살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유명인사들의 자살이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통사람’을 자극해 자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저명인사의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보통사람의 자살률이 평소의 14. 3배나 높아진다는 전문 연구기관의 조사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실지로 지난해 정몽헌 현대 아산 회장 자살사건 이후 ‘자살붐’이 있었다고 한다. 또 명성과 재산을 가진 상류층의 자살이 주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살 이후 모든 문제가 일단락 된 것처럼 비쳐지는 사회분위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 뜻에서 지도층 자살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합리화해서는 곤란하다. 자살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패 청산의 진통, 권력 명예 부 모두 향유 안돼
부패와 비리에 비교적 관대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16대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로 우리사회는 투명해지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차떼기 검은 정치자금의 충격으로 과거 관행으로 통했던 권력형 부패비리가 국민적 분노와 지탄을 받고 더 이상 발붙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지도층은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를 모두 향유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부패비리 없는 깨끗한 사회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1990년대 이탈리아 검찰이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작전으로 권력형 부패비리를 척결했을 당시 조사를 받았던 거물 정치인과 사회저명인사들의 자살이 잇달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잇단 우리 지도층의 자살은 부패정치를 청산하는 진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두석 주필
2004년 4월 30일자·8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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