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제기되는 ‘거품 경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올해 역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늘어나는 노동인구가 주목되고 있다. 노동문제에 관한 중국 정부의 고민은 국영기업과 특히 농촌에서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실업자에 집중된다.
중국 국영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꾸준히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도시 노동자의 실업대란을 우려, 속도 조절에 부심해 왔다. 중국 도시의 실업률은 2002년 4.3%, 지난해 4.5%에 이어 올해에는 4.7% 정도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올 실업률이 0.2%p 오를 경우 예상되는 실업자는 1400만명이다.
대략 1억5000만에서 3억명 정도로 추정될 뿐, 집계가 불가능한 농촌 과잉인구는 끊임없이 도시로 몰려드는 중이다. 중국 정부가 집계한 농촌 취업자는 3억6600만명선. 정확한 이주 규모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가운데 중국 정부는 올해 도시에서 예상되는 구직자를 2400만명 규모로 추정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10일 도시 실업을 억제하고 사회보장을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하였다. 일자리 창출이 그 중 단연 중시되는 부분.
이 조치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올해 신규 창출할 일자리는 정확히 올 예상 실업자 규모인 1400만개로, 여기에는 도시로 유입되는 농촌 과잉인구 1000만명을 위한 일자리가 배제되어 있다. 대신 노동사회보장부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꾸준히 개발하고 농촌 이주민을 포함한 광범위한 구직자들에 대한 직업 훈련을 시행함으로써 이들이 향후 신속히 새로운 일자리에 투입될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국영기업에 대해 폐업이나 조업단축 등의 조치를 쉽사리 취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국영기업 몇 개가 정리되면 실업자는 순식간에 수만에서 수십만으로 늘어난다. 그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거리를 방황하면 단순 실업상태와 차원이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다.
중국정부는 또한 도시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심화되는 도농 격차로 인해 “목숨을 걸고” 도시에 들어가려는 농민들의 행렬이 갈수록 불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건 공장에 취업해서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월급을 받기만 하면 성공한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지금, 수억명에 달하는 농민들을 붙잡아 둘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이미 농촌을 떠나 도시인으로 변신한 9300만 농촌 이주민들의 ‘신화적인 성공담’이 촌락마다 재탕 삼탕 회자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농촌이 도시로 몰려온다.” 루쉰의 소설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 말은 유감스럽게도 과장이 아니다.
노동사회보장부를 비롯한 중국 당국이 가장 기대하는 대목은 민영기업의 빠른 성장세. 이미 중국 동남 임해공업지대는 이들 민영기업이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들이 창출하는 수익이나 일자리 규모는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기대를 버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실정이다.
노동사회보장부와 전국공상연맹이 밝힌 데 지난 2002년 전국 총 취업자 7억3740만명 가운데 민영기업 종사자가 3억900만명으로 전체의 42%에 달했다. 과거 종신완전고용의 위세를 떨치던 국유기업 종사자는 7163만명으로 줄었다. 최근 몇 년간 쉬지 않고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다.
거꾸로 민영기업의 위상은 높아져만 가는 중이다. 2002년 민영기업의 취업기여도는 70%를 초과했으며 2,3차 산업의 경우 84%를 넘겼다. 그로써 만들어진 일자리는 735만명, 연평균 9.2%로 GDP 성장 속도를 앞지를 기세다. 민영기업 일자리의 65%는 국영기업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차지했다.
참고로 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수는 약 2214만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중국 취업자의 3%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4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 2008년까지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가 있다. 그것이 중국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재현된 경우는 아마도 나관중의 삼국지에 기록된 바일 것이다. 위·오·촉 삼국의 접경지인 강릉에 위가 차지한 남군, 형주, 양양 세 성이 있었다.
유명한 적벽대전으로 위의 기세가 한풀 꺾인 직후, 세 성의 중심인 남군성을 두고 삼국의 지략가들이 대병을 보내 쟁탈전에 나섰다. 먼저 위의 조조는 당시 맞수라 할 수 있는 오군의 공세에 대비했고, 오의 주유는 정예부대를 총결집하여 교묘하게 남군성으로 진격한다.
마침내 주유가 조조군을 성 밖으로 꾀어내 섬멸시키는 사이, 제갈량의 명을 받은 조자룡이 먼저 성을 차지했다. 제갈량은 이어 남군에서 뺏은 병부를 조작해 형주와 양양도 전투 한 번 없이 접수한다. 이를 계기로 촉은 천하삼분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선진국을 비롯한 선발국가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사이, 빠른 성장세와 거대한 노동력을 지닌 중국이 마침내 어부지리를 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찍이 1990년에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을 기를 것을 주문한 등소평은 이런 결과를 기대했을까.
/김선태 기자 kst@naeil.com
중국 국영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꾸준히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도시 노동자의 실업대란을 우려, 속도 조절에 부심해 왔다. 중국 도시의 실업률은 2002년 4.3%, 지난해 4.5%에 이어 올해에는 4.7% 정도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올 실업률이 0.2%p 오를 경우 예상되는 실업자는 1400만명이다.
대략 1억5000만에서 3억명 정도로 추정될 뿐, 집계가 불가능한 농촌 과잉인구는 끊임없이 도시로 몰려드는 중이다. 중국 정부가 집계한 농촌 취업자는 3억6600만명선. 정확한 이주 규모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가운데 중국 정부는 올해 도시에서 예상되는 구직자를 2400만명 규모로 추정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10일 도시 실업을 억제하고 사회보장을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하였다. 일자리 창출이 그 중 단연 중시되는 부분.
이 조치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올해 신규 창출할 일자리는 정확히 올 예상 실업자 규모인 1400만개로, 여기에는 도시로 유입되는 농촌 과잉인구 1000만명을 위한 일자리가 배제되어 있다. 대신 노동사회보장부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꾸준히 개발하고 농촌 이주민을 포함한 광범위한 구직자들에 대한 직업 훈련을 시행함으로써 이들이 향후 신속히 새로운 일자리에 투입될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국영기업에 대해 폐업이나 조업단축 등의 조치를 쉽사리 취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국영기업 몇 개가 정리되면 실업자는 순식간에 수만에서 수십만으로 늘어난다. 그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거리를 방황하면 단순 실업상태와 차원이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다.
중국정부는 또한 도시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심화되는 도농 격차로 인해 “목숨을 걸고” 도시에 들어가려는 농민들의 행렬이 갈수록 불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건 공장에 취업해서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월급을 받기만 하면 성공한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지금, 수억명에 달하는 농민들을 붙잡아 둘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이미 농촌을 떠나 도시인으로 변신한 9300만 농촌 이주민들의 ‘신화적인 성공담’이 촌락마다 재탕 삼탕 회자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농촌이 도시로 몰려온다.” 루쉰의 소설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 말은 유감스럽게도 과장이 아니다.
노동사회보장부를 비롯한 중국 당국이 가장 기대하는 대목은 민영기업의 빠른 성장세. 이미 중국 동남 임해공업지대는 이들 민영기업이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들이 창출하는 수익이나 일자리 규모는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기대를 버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실정이다.
노동사회보장부와 전국공상연맹이 밝힌 데 지난 2002년 전국 총 취업자 7억3740만명 가운데 민영기업 종사자가 3억900만명으로 전체의 42%에 달했다. 과거 종신완전고용의 위세를 떨치던 국유기업 종사자는 7163만명으로 줄었다. 최근 몇 년간 쉬지 않고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다.
거꾸로 민영기업의 위상은 높아져만 가는 중이다. 2002년 민영기업의 취업기여도는 70%를 초과했으며 2,3차 산업의 경우 84%를 넘겼다. 그로써 만들어진 일자리는 735만명, 연평균 9.2%로 GDP 성장 속도를 앞지를 기세다. 민영기업 일자리의 65%는 국영기업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차지했다.
참고로 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수는 약 2214만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중국 취업자의 3%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4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 2008년까지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가 있다. 그것이 중국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재현된 경우는 아마도 나관중의 삼국지에 기록된 바일 것이다. 위·오·촉 삼국의 접경지인 강릉에 위가 차지한 남군, 형주, 양양 세 성이 있었다.
유명한 적벽대전으로 위의 기세가 한풀 꺾인 직후, 세 성의 중심인 남군성을 두고 삼국의 지략가들이 대병을 보내 쟁탈전에 나섰다. 먼저 위의 조조는 당시 맞수라 할 수 있는 오군의 공세에 대비했고, 오의 주유는 정예부대를 총결집하여 교묘하게 남군성으로 진격한다.
마침내 주유가 조조군을 성 밖으로 꾀어내 섬멸시키는 사이, 제갈량의 명을 받은 조자룡이 먼저 성을 차지했다. 제갈량은 이어 남군에서 뺏은 병부를 조작해 형주와 양양도 전투 한 번 없이 접수한다. 이를 계기로 촉은 천하삼분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선진국을 비롯한 선발국가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사이, 빠른 성장세와 거대한 노동력을 지닌 중국이 마침내 어부지리를 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찍이 1990년에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을 기를 것을 주문한 등소평은 이런 결과를 기대했을까.
/김선태 기자 k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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