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건보공단 이사장 재직당시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박태영 전남지사가 한강에 투신자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지난 2월 안상영 부산시장,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던 저명인사의 네 번째 자살이다.
박씨의 자살소식이 알려진 직후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며 여론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검찰청 한 간부는 “과거 일본에서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관료들이 자살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런 사회풍조가 우리나라에도 자리잡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착잡해했다. 또 다른 대검 관계자는 “부패와 연루돼 수사받던 저명인사의 자살을 언론이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크게 보도, 오히려 이런 풍조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언론의 신중한 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연세대 이훈구(심리학) 교수는 “최근 자살한 사회 지도층인사들이 부패를 저지르고도 ‘모른다’고 잡아뗀 사람들보다는 극단적인 방법으로나마 책임지려는 자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죽음에 대한 동정심이 사회여론에 영향을 줘서 부패청산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7년 일본= 뇌물·부패 스캔들과 자살은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도 사회문제화 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부패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있었던 지난 97년과 98년 일본에서는 현직 의원을 비롯, 고위 관료, 금융관계자 등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 검찰은 98년 4월 시행되는 금융제도개혁을 앞두고 97년부터 금융비리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착수 직후 노무라(야촌)증권이 총회꾼에게 거액의 이익을 제공해온 사건을 적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계자 1명이 자살하고 2명이 피살됐다.
이어 도쿄지검 특수부는 다이이치강교(제일권업)은행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수사대상이었던 미야자키 구니치 전 회장이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유서를 남겨놓고 자택에서 목매달아 목숨을 끊었다. 또 4대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의 칼끝이 수뢰혐의 대장성 고위관리들을 겨누자 대장성 은행국 금융거래관리관과 일본도로공단 관계자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잇따라 자살했다.
이듬해인 98년 2월에는 일본 아라이 쇼케이(50·자민) 의원이 자살했다. 일본에서 형사사건에 연루된 현직 국회의원이 자살한 것은 아라이 의원이 처음이었다.
◆1992년 이탈리아= 이탈리아판 ‘부패와의 전쟁’ 마니폴리테 캠페인은 92년부터 1년 6개월간 국민여론과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수사기관이 정·재계를 망라한 부패고리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이다. 92년 2월 밀라노지방검찰청이 밀라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던 사회당 간부를 뇌물수수혐의로 체포한 것을 기점으로 시작된 마니폴리테 캠페인은 이듬해 12월까지 이어졌다.
수사에는 성역이 없었다. 현직 수상에게까지 수사의 칼날을 겨눴고 이탈리아 최대 국영기업체가 정기적으로 정치권에 상납한 뇌물 비리도 여지없이 밝혀졌다.
수사과정에서 의원 150여명을 포함한 3000여명의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이 수사대상이 됐다. 이가운데 1400여명이 체포돼 1000명 이상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회당 베티노 크락시 총리마저 2500만 달러(300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해외망명을 떠나고 이탈리아 최대석유그룹 ENI의 가브리엘 카그리아리 회장은 형무소에서 페루자 그룹의 라울 가르디니 회장은 구속영장집행 직전에 각각 자살했다.
이들은 집권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자백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과 2년도 못된 수사기간 동안 자살한 정치인, 관료, 기업인은 모두 16명.
2년여에 걸친 대대적인 부패척결수사 결과 정치권 개혁은 물론 경제에도 오히려 유리환 환경을 조성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국회의원들에게 과도하게 면책특권을 부여했던 법률도 합리적으로 개선됐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박씨의 자살소식이 알려진 직후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며 여론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검찰청 한 간부는 “과거 일본에서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관료들이 자살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런 사회풍조가 우리나라에도 자리잡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착잡해했다. 또 다른 대검 관계자는 “부패와 연루돼 수사받던 저명인사의 자살을 언론이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크게 보도, 오히려 이런 풍조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언론의 신중한 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연세대 이훈구(심리학) 교수는 “최근 자살한 사회 지도층인사들이 부패를 저지르고도 ‘모른다’고 잡아뗀 사람들보다는 극단적인 방법으로나마 책임지려는 자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죽음에 대한 동정심이 사회여론에 영향을 줘서 부패청산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7년 일본= 뇌물·부패 스캔들과 자살은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도 사회문제화 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부패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있었던 지난 97년과 98년 일본에서는 현직 의원을 비롯, 고위 관료, 금융관계자 등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 검찰은 98년 4월 시행되는 금융제도개혁을 앞두고 97년부터 금융비리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착수 직후 노무라(야촌)증권이 총회꾼에게 거액의 이익을 제공해온 사건을 적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계자 1명이 자살하고 2명이 피살됐다.
이어 도쿄지검 특수부는 다이이치강교(제일권업)은행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수사대상이었던 미야자키 구니치 전 회장이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유서를 남겨놓고 자택에서 목매달아 목숨을 끊었다. 또 4대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의 칼끝이 수뢰혐의 대장성 고위관리들을 겨누자 대장성 은행국 금융거래관리관과 일본도로공단 관계자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잇따라 자살했다.
이듬해인 98년 2월에는 일본 아라이 쇼케이(50·자민) 의원이 자살했다. 일본에서 형사사건에 연루된 현직 국회의원이 자살한 것은 아라이 의원이 처음이었다.
◆1992년 이탈리아= 이탈리아판 ‘부패와의 전쟁’ 마니폴리테 캠페인은 92년부터 1년 6개월간 국민여론과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수사기관이 정·재계를 망라한 부패고리에 종지부를 찍은 사건이다. 92년 2월 밀라노지방검찰청이 밀라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던 사회당 간부를 뇌물수수혐의로 체포한 것을 기점으로 시작된 마니폴리테 캠페인은 이듬해 12월까지 이어졌다.
수사에는 성역이 없었다. 현직 수상에게까지 수사의 칼날을 겨눴고 이탈리아 최대 국영기업체가 정기적으로 정치권에 상납한 뇌물 비리도 여지없이 밝혀졌다.
수사과정에서 의원 150여명을 포함한 3000여명의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이 수사대상이 됐다. 이가운데 1400여명이 체포돼 1000명 이상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회당 베티노 크락시 총리마저 2500만 달러(300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해외망명을 떠나고 이탈리아 최대석유그룹 ENI의 가브리엘 카그리아리 회장은 형무소에서 페루자 그룹의 라울 가르디니 회장은 구속영장집행 직전에 각각 자살했다.
이들은 집권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자백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과 2년도 못된 수사기간 동안 자살한 정치인, 관료, 기업인은 모두 16명.
2년여에 걸친 대대적인 부패척결수사 결과 정치권 개혁은 물론 경제에도 오히려 유리환 환경을 조성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국회의원들에게 과도하게 면책특권을 부여했던 법률도 합리적으로 개선됐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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