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개혁해야 미래범죄 대응

범죄 추세 맞게 조직개편·수사전문 요원 양성해야

지역내일 2004-05-03 (수정 2004-05-03 오후 11:01:48)
범죄 수법은 날로 치밀해지고 흉폭해진다. 기가 막힌 일은 아무런 동기도 없이 그냥 해보는, 소위 ‘무동기 범죄’이다. 무동기 범죄는 미래형 범죄의 한 모습이다. 이 유형은 범죄 동기가 불분명하고 피해자와 범인 사이의 인과 관계도 찾기 어렵다. 인적·물적 탐문수사를 통해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연쇄고리가 현장에서부터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수사기법으로는 손 쓸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범죄경향을 간파하고 밑으로부터 수사기법의 혁신을 꾀하는 수사관들이 있다. 윤외철 형사과장(40·서울양천경찰서·사진)도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수사기관도 범죄 발전 속도에 뒤쳐지지 않도록 미래를 예측하고 빠르게 변신해야 합니다.”
그는 수사조직을 개편하고 전문적인 수사요원을 양성하여 미래형 범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과장은 서울지방경찰청 감식계장 재임 중 가장 낙후된 수사파트로 기피되어온 감식계를 과학수사반으로 현대화하고 체계화한 장본인이다.
◆과학수사의 대가=그가 서울청 감식계장으로 부임하던 98년 당시는 검거실적만이 수사관 능력의 척도로 인식되는 풍토였다. ‘수사의 지원’이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식계는 한직으로 여겨졌다. 감식파트는 현장 증거물을 채취하고 현장상황을 판단하는 부서이다. 검거와는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가사 크리스티와 셜록 홈즈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윤 과장은 감식계에서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분주해졌다.
“날로 스피드화, 강력화, 광역화하는 범죄추세를 두 발로 뛰기만해서는 따라잡을 수 없다. 머리를 써야 한다.”
윤 과장은 일선 수사형사들이 무조건 발로 뛰는 탐문수사를 벌인다면 인력측면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이지만 강력반 형사가 100명을 쫓아다니기 전에 10명의 용의자로 압축해주면 수사 효율성은 10배로 높아질 터라고 생각했다 .
그는 이를 위해 감식반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조직과 인력을 정비했다.
몽타쥬 작성과 거짓말탐지기 이용 방안을 정비하고 수법범죄를 영상시스템에 담아서 동일유형 범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서울청에만 앉아있지 않고 서울청의 감식반 직원들과 함께 일선서를 돌며 지문채취, 사진촬영, 현장 감식 등의 방법을 지도, 교육함으로써 감식반이 자리잡도록 힘을 썼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과학수사의 대가’‘현장감식의 귀재’라는 별칭을 얻었다.
◆‘프로파일러’ 양성해야=감식계가 제자리를 잡자, 그는 서울청 감식계를 과학수사계로 개칭했다. 또한 높아진 과학수사반의 위상에 걸맞도록 인력을 충원하고 업무를 확대, 개편했다.
하지만 그는 조직체계의 개혁만으로는 미래형 범죄를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고민했다. 성폭행과 함께 벌어지는 살인사건이라는 공통적 특성을 보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윤 과장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10년 넘게 해결 못하는 것은 그만한 수사관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이젠 ‘프로파일링’을 구사할 수 있는 전문 수사관(프로파일러)을 양성할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링은 아무런 단서가 없이 범죄현장만 보고도 용의자를 압축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최첨단 수사기법이다. 그는 ‘프로파일링(profiling)’을 연구하고 현실화시킨 존 더글러스의 책, ‘마음은 사냥꾼’을 처음 보았을 때 “바로 이것이다”고 무릎을 쳤다.
그는 “철학, 법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을 통달한 수사관만이 프로파일링을 구사할 수 있다”며 “프로파일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급히 양성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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