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 체제 속에서 전개되는 가운데, 노사관계가 기업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본지는 당면 노사협상의 핵심 쟁점을 살펴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노사합의를 도출하는 동시에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쟁점별로 분석한다.
<편집자 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문제가 올해 노사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노사가 조금씩 양보를 통해 이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이 문제가 17대 국회에서 여야간 핵심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사정이 시급히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은 물론 상품 및 서비스 품질의 저하와 이에 따른 기업경쟁력의 약화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기회의 부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고통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신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현대판 ‘신분제’로까지 불리는 이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노동시장내에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한 기회의 핵심은 고용과 임금 등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부당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비정규직 노동자 5000명의 직장이동을 추적한 결과, 5년 뒤에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비율이 6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야말로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주엽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노사를 불문하고 자기 기득권에 집착하는 사회적 풍토가 강하다”며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도 “비정규직의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아웃소싱 등 다양한 형태의 변형이 양산된다”며 “사용제한도 중요하지만 균등대우가 차별을 해소하는데 보다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재계와 정부 등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연공급에서 직무급 등으로의 전환을 통한 임금체계의 재편이다.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은 “능력과 기여에 따른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연공급 임금체계의 비효율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직무급 임금체계가 보편화돼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크지 않다.
노사 한발씩 양보로 약자구제 필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해소에서 노사 당사자의 노력도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기존 정규직 노조의 양보와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산업노조는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이를 비정규직에 돌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노사대타협안이 제기한 바 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9만5000여명에 이르는 은행권 정규직 종사자들의 임금을 5%만 양보하면, 4만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1인당 무려 연간 600여만원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러한 노조의 취지는 내부 논의과정에서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무산됐으며, 올해도 정규직 노조원 임금인상 10.7%를 놓고 노사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노총이 단위노조 대표자 1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02명이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활동은 이해하지만 동참은 어렵다”고 답한 것처럼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장화익 노동부 비정규대책과장은 “비정규직 문제에서 노·노간 갈등과 차별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현대중 사내하청 노동자 출신 박일수 씨의 분신과정에서 터진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갈등과 대립도 이러한 취지에서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는 무엇보다도 사용자측의 배려와 양보가 더욱더 절실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IMF이후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소사장제, 분사, 아웃소싱 등 다양한 형태의 몸짓 줄이기에 나섰다.
한국의 대표적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전자 등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산업의 경우 사내하청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조정을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근 노사간 마찰이 있었던 한 조선업체의 경우 정규직과 맞먹는 규모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을 통해 작업강도가 높은 힘든 일에 대체 투입시키면서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는 극단적인 차별을 보였다.
노동부 장화익 과장은 “비정규직 사용의 원래 취지는 경기변동의 유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고용조정이 목적”이라며 “하지만 최근의 사용자들은 고용조정과 비용절감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의 당초 채용목적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기업들이 이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금호타이어 노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합의한 배경중 하나도 노동부가 올 초 이들 사업장의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서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것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안전망과 주거·교육부담 완화
정부는 최근 ‘기간제 근로자 보호입법’ 제정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입법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조선업체의 불공정 하도급 등에 대한 대대적 실태조사를 천명하고, 강력한 단속을 다짐하고 있다.
장화익 노동부 과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원·하청 관계 등을 노동법상 규율하기가 쉽지 않다”며 “불공정 하도급 관계의 조사 등을 통해 압력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입법조치와 엄격한 단속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많다.
안주엽 연구위원은 “어차피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용자들이 법망을 피해가는 것은 쉽다”며 “보다 근원적으로 시장에서의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과 주거비·교육비 등 노동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문호 금융노조 정책본부장은 “정규직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고 싶어도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양보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임금 외에는 특별한 가처분 소득이 없는 노동자들의 경우 천장부지로 치솟는 주거비용과 사교육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인상에 비타협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으며, 해마다 임금상승률을 놓고 노사간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백만호기자 hoebaik@naeil.com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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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문제가 올해 노사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노사가 조금씩 양보를 통해 이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이 문제가 17대 국회에서 여야간 핵심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사정이 시급히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은 물론 상품 및 서비스 품질의 저하와 이에 따른 기업경쟁력의 약화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기회의 부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고통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신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현대판 ‘신분제’로까지 불리는 이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노동시장내에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한 기회의 핵심은 고용과 임금 등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부당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비정규직 노동자 5000명의 직장이동을 추적한 결과, 5년 뒤에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비율이 6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야말로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주엽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노사를 불문하고 자기 기득권에 집착하는 사회적 풍토가 강하다”며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도 “비정규직의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아웃소싱 등 다양한 형태의 변형이 양산된다”며 “사용제한도 중요하지만 균등대우가 차별을 해소하는데 보다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재계와 정부 등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연공급에서 직무급 등으로의 전환을 통한 임금체계의 재편이다.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은 “능력과 기여에 따른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연공급 임금체계의 비효율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직무급 임금체계가 보편화돼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크지 않다.
노사 한발씩 양보로 약자구제 필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해소에서 노사 당사자의 노력도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기존 정규직 노조의 양보와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산업노조는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이를 비정규직에 돌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노사대타협안이 제기한 바 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9만5000여명에 이르는 은행권 정규직 종사자들의 임금을 5%만 양보하면, 4만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1인당 무려 연간 600여만원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러한 노조의 취지는 내부 논의과정에서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무산됐으며, 올해도 정규직 노조원 임금인상 10.7%를 놓고 노사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노총이 단위노조 대표자 1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02명이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활동은 이해하지만 동참은 어렵다”고 답한 것처럼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장화익 노동부 비정규대책과장은 “비정규직 문제에서 노·노간 갈등과 차별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현대중 사내하청 노동자 출신 박일수 씨의 분신과정에서 터진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갈등과 대립도 이러한 취지에서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는 무엇보다도 사용자측의 배려와 양보가 더욱더 절실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IMF이후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소사장제, 분사, 아웃소싱 등 다양한 형태의 몸짓 줄이기에 나섰다.
한국의 대표적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전자 등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산업의 경우 사내하청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조정을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근 노사간 마찰이 있었던 한 조선업체의 경우 정규직과 맞먹는 규모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을 통해 작업강도가 높은 힘든 일에 대체 투입시키면서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는 극단적인 차별을 보였다.
노동부 장화익 과장은 “비정규직 사용의 원래 취지는 경기변동의 유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고용조정이 목적”이라며 “하지만 최근의 사용자들은 고용조정과 비용절감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의 당초 채용목적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기업들이 이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금호타이어 노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합의한 배경중 하나도 노동부가 올 초 이들 사업장의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서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것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안전망과 주거·교육부담 완화
정부는 최근 ‘기간제 근로자 보호입법’ 제정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입법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조선업체의 불공정 하도급 등에 대한 대대적 실태조사를 천명하고, 강력한 단속을 다짐하고 있다.
장화익 노동부 과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원·하청 관계 등을 노동법상 규율하기가 쉽지 않다”며 “불공정 하도급 관계의 조사 등을 통해 압력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입법조치와 엄격한 단속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많다.
안주엽 연구위원은 “어차피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용자들이 법망을 피해가는 것은 쉽다”며 “보다 근원적으로 시장에서의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과 주거비·교육비 등 노동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문호 금융노조 정책본부장은 “정규직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고 싶어도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양보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임금 외에는 특별한 가처분 소득이 없는 노동자들의 경우 천장부지로 치솟는 주거비용과 사교육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인상에 비타협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으며, 해마다 임금상승률을 놓고 노사간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백만호기자 hoebaik@naeil.com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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