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날’과 ‘어린이 날’

지역내일 2004-05-03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신록이 푸르른 5월은 ‘어린이 날’이 있어 더더욱 신록과 같은 아이들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 축구를 세계 4강에 우뚝 서게한 히딩크 감독의 나라 네덜란드에도 ‘여왕의 날(Queen’s Day)’이란 기념일이 있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란 점에서 우리의’어린이 날’과 비슷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네덜란드 어린이들에게 여왕의 날은 ‘생산자’가 되어 돈을 버는 날이다.
전국에 마을 단위로 벼룩시장이 열려 이날 어린이들은 최고경영자가 된다. 그래서 이 날이 되면 모든 상점은 문을 닫고 거리는 꼬마 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게 된다.
이 날을 위해 네덜란드의 어린이들은 1년 내내 벼룩시장에 내다 팔 물건을 준비한다. 그리고 손님의 눈을 끌기 위한 복장과 도구를 갖추고, 물건에 가격을 매기고, 호객 행위도 하고, 흥정도 하면서 물건을 판다.
어른들도 이날 만큼은 어린이를 어엿한 상인으로 대접해 준다. 어린이들의 관심도 대단하다. 이 날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매우 수치스러운 일로 여길 정도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1길더(Guilder: 네덜란드의 화폐단위)를 놓고서도 최선을 다해 흥정을 벌이고 그러면서 단 한푼의 돈을 벌기가 얼마나 힘든 가를 경험한다.
이렇게 하루 해가 질 때쯤이면 네덜란드 정부에서는 거리악대를 동원하여 수고한 어린이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비록 하루동안의 이벤트지만 아이들은 이날의 경험으로 돈의 소중함과 노동의 가치는 물론 경제의 기본 틀을 익히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는 네덜란드의 어린이들은 이렇게 여왕의 날을 통해 어릴 때부터 뚜렷한 경제 관념을 익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린이 날’은 ‘소비의 날’이다. “무엇을 살까?”,“어디로 놀러 갈까?”하는 즐거운 상상에 아이들은 어린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평소에도 ‘소비자’인 아이들에게 ‘어린이 날’은 더욱 많은 소비를 허용하고, 권장하는 날이다.
이렇게 우리는 아이들을 철저히 소비자의 세계에 가두어 왔다. 금융교육에서 우리 부모들이 극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아이들을 소비의 주체로만 인식한다는 것이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신용불량자 문제도 결국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기 보다 열심히 고기만을 챙겨준 부모들의 당연한 업보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소비자’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는 아이에게‘생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조금만 부모가 관심을 갖는 다면 생활주변에서 얼마든지 ‘꺼리’를 찾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어린이 벼룩시장이나 바자회 등이 그것이다. 내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남에게는 아주 가치 있는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현장을 체험하면서 아이는 물건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흥정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게 되고, 돈의 귀중함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에게 ‘생산자’의 위치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씌워놓은‘소비자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전혀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직접적인 체험 활동을 통해 건전한 경제 의식을 심어주어야만 돈만 쓰는 소비자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생산자, 기업가의 시각을 가진 ‘균형감각을 갖춘 경제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금융교육 TF팀 박철 전문연구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