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개헌보다 개혁철학을 정립해야(주섭일 2004.04.30)

지역내일 2004-04-29 (수정 2004-04-30 오전 10:41:59)
개헌보다 개혁철학을 정립해야
주섭일 본지 고문

4.15총선 후 정치변화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거대 집권당으로 부상한 열린우리당이 서민대중의 고통을 외면하고 개헌을 주장하는가 하면 당의 정체성을 ‘실용주의’로 포장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민의는 정치싸움을 영원히 끝내고 고달픈 국민의 삶을 잘 챙겨달라는 것이다. 당연히 민생문제가 모든 논의와 의제설정의 제1순위에 올라야 함에도 ‘당선자 연찬회’에서 민생은 완전히 실종되었다. 정치권은 그들만을 위한 토론에 열중할 뿐이며 국민과는 먼 이야기만 난무한다. 걸핏하면 지도부가 민생투어를 했지만 표를 얻기 위한 쇼였음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의 이슈설정이 잘못 되었다. 부자10대 빈자90의 사회라는 신자유주의의 폐단, 경제침체의 터널, 자살속출의 카드신용불량자, 독거노인의 비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음, 대학졸업=백수라는 청년실업, 1가구당 3천만의 가계부채와 실패한 부동산대책,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내수불황과 교육파탄 등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문제는 토론의 밖에 버려져 있다. 민생은 사회갈등 문제이며 정치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총선에서 갈등해결방안을 각 정당이 제시해야 함에도 탄핵바람으로 정책경쟁은 존재하지 않았다. 열린우리가 횡재했음으로 이제 민생에 집중해야 함에도 개헌과 ‘실용주의’ 같은 한가한 소리나 하니 실망이다.
대통령임기 4년 중임제 개헌에 열린우리가 불지른 것은 낡은 정치의 재판이 아닌가. 정치권은 걸핏하면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중임개헌을 주장하기 일쑤였다. 장영달 의원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다음 대선부터는 국회의원선거와 같이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장 김근태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동의했다니 17대국회는 개헌타령으로 법석을 떨 전망이다.

무이념 무철학 ‘중도 실용주의’로 개혁 불가능
한나라 박근혜대표가 ‘4년 중임제가 내 소신’이라고 맞장구를 쳤고 민주노동당도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를 이미 주장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개헌타령을 하느냐는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벌써부터 총선민의를 배반했다는 분노의 소리마저 들린다. 열린우리에게는 마이동풍인 모양이다.
우리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치의 오만을 다시금 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개헌은 열린우리의 20년 장기집권 플랜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유권자를 권력으로부터 소외시킨다는 18세기 루소의 명언이 상기되는 대목이다. 더욱 열린우리는 무이념, 무철학, 무가치의 ‘실용주의’를 표방했다. ‘개혁적’이라는 형용사를 부쳤지만 일종의 위장이다. ‘실용주의’로는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행동하지 않고 가만있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중도주의의 정치행태이다. 열린우리의 ‘실용주의’는 중도라는 편의주의로 오해받기 알맞다.
개혁을 위해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사회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벌을 개혁해야 하며 사회갈등의 완화를 위해서는 합리적 소득분배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정치행동은 ‘실용주의’로는 불가능하다. 기존질서를 변화시킨다는 확실한 의지와 철학, 이념과 가치관의 정립이 필연적이다. 혁명시대는 갔다.
그래서 이제 개혁이 최후의 수단이다. 개혁담당세력은 적어도 온건진보이념의 정치집단이라야 한다. ‘실용주의’는 우파의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정책집행에 ‘실용주의’가 유효하지만 국가와 사회를 경영관리하고 사회구조혁신에는 유효하지 않다. 독일우파 전총리 콜은 통일과정에서 서독의 사회보장제도를 동독에 그대로 이전해 동독국민의 기본 생존권을 보장해 주었다. 우파이념에 반하지만 통일을 위해 채택한 콜의 ‘실용주의 정책’이었다.

경제는 시장기능 사회는 국가관리 시스템을
그래서 열린우리에게 국가경영과 관리를 위한 ‘온건진보의 길’을 권고한다. 부유세로 무상의료 무상교육, 재벌해체와 사적소유권제한 등 민주노동당 공약을 열린우리는 채택할 수 없다. 사회주의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경제를 시장원리에 맡기면서 사회만은 국가가 사회적으로 관리한다는 중도좌파이념은 개혁과 잘 맞아 떨어진다.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사회적 약자인 노인, 서민, 빈민, 영세상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장애인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것이 온건진보의 철학이며 이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주도해 시장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실용적 정책’이다. 그래서 중도좌파의 논리는 좌우날개로 나는 개혁의 도구인 것이다.
“이념은 행동에 필연적 토대이다. 현대복합사회에서 이념의 ‘레페랑스’를 사용하지 않고 어느 정당도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없다” 프랑스석학 피에르 브레숑의 말이다. 개헌논의로 정쟁에 휘말리기 보다는 사회갈등을 효율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이념과 철학, 새 가치관의 정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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