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 성장’ 고착화되나
수출위주 성장으로 고용창출 안돼 … LG연구원 “청년실업 5년 안에 안풀려”
지역내일
2004-04-30
(수정 2004-04-30 오후 4:39:43)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 체제 속에서 전개되는 가운데, 노사관계가 기업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본지는 당면 노사협상의 핵심 쟁점을 살펴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노사합의를 도출하는 동시에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쟁점별로 분석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 실업률은 3.8%로 전체 실업자는 87만9000명에 달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8.8%로 전달에 비해 0.3% 줄었지만 여전히 43만5000여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정부는 매년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2008년까지 150만개의 일자리를 신규로 창출하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더 이상 이러한 정부발표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장기적인 일자리 대란이 구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 구조화되나
지난해 우리경제는 3%가 넘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자리는 3만개가 줄었다는 정부발표가 나오면서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이같은 통계는 경제의 고용흡수력을 나타내는 고용탄성치(GDP증가율 대비 취업자수 증가율)가 IMF 이전 0.33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0.16으로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경제성장률이 1%가 증가할 때 95년도의 경우 신규 일자리가 6만3870개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에는 3만6450개인 절반으로 급락했다.
그나마 지난해의 경우 GDP 성장률의 대부분을 수출이 차지하면서 고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마땅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지난 8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5.2%에서 6%로 올려 잡으면서, 신규고용도 37만명에서 55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은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며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며 “분배확대를 통한 내수 확대 및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청년실업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 이유로 최근 몇 년 동안 줄어들던 청년층 인구가 2008년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청년층의 학력수준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일자리는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노동시장내에서 신규 고용이 창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몇 년새 우리기업들의 신규투자는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환경과 IMF이후 기업의 내실경영이 확대되면서 무리한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 졌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산업용기계와 자동차 등에 대한 투자가 부진해 6.8%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분기 전체로는 3%가 감소했다.
도소매 판매가 0.9%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내수부진에 허덕이면서 기업들이 국내 신규투자를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면서 국내 산업의 공동화까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 6700여명을 신규채용 했으며, 해외에서 9000여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LG전자도 지난해 해외에서 3800명을 채용한 반면 국내에서는 2000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LG전자는 전체 인력구성에서도 해외인력이 3만3000명으로 국내의 2만7000명보다 무려 6000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도 지난 7일 슬로바키아에 11억 유로(1조5400억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지에서 2400여명의 신규일자리를 만든다.
이처럼 대기업의 해외투자가 높아지면서 이들을 떠받치고 있는 중소 부품업체들의 해외이전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98년 125건 5570만 달러에 달하던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도 지난해에는 1035건 4억7700만달러로 급증했다.
지난 26일 기업은행이 발표한 ‘중소기업 해외진출 확대와 제조업 공동화’ 보고서에서 따르면, 조사대상 중소기업 391곳 중 절반(51.2%)이 ‘1~2년 내에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부터 개성공단의 입주가 시작되면 중소기업의 공장이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일자리대책 실효성 있나
정부는 올해들어 ‘일자리 창출’을 최대의 화두로 삼고 있다. 각 부처는 연초 줄줄이 일자리 대책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취업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을 5%로 정하고 연간 30만개 총15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추가로 50만개의 일자리를 채워 총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다.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성장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도 불투명하다”며 “불확실한 성장률에 기대어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무리하게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에서 임시방편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공공부문의 고용 경직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국민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편집자>
지난달 실업률은 3.8%로 전체 실업자는 87만9000명에 달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8.8%로 전달에 비해 0.3% 줄었지만 여전히 43만5000여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정부는 매년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2008년까지 150만개의 일자리를 신규로 창출하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더 이상 이러한 정부발표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장기적인 일자리 대란이 구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 구조화되나
지난해 우리경제는 3%가 넘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자리는 3만개가 줄었다는 정부발표가 나오면서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이같은 통계는 경제의 고용흡수력을 나타내는 고용탄성치(GDP증가율 대비 취업자수 증가율)가 IMF 이전 0.33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0.16으로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경제성장률이 1%가 증가할 때 95년도의 경우 신규 일자리가 6만3870개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에는 3만6450개인 절반으로 급락했다.
그나마 지난해의 경우 GDP 성장률의 대부분을 수출이 차지하면서 고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마땅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지난 8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5.2%에서 6%로 올려 잡으면서, 신규고용도 37만명에서 55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은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며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며 “분배확대를 통한 내수 확대 및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청년실업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 이유로 최근 몇 년 동안 줄어들던 청년층 인구가 2008년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청년층의 학력수준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일자리는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노동시장내에서 신규 고용이 창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몇 년새 우리기업들의 신규투자는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환경과 IMF이후 기업의 내실경영이 확대되면서 무리한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 졌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산업용기계와 자동차 등에 대한 투자가 부진해 6.8%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분기 전체로는 3%가 감소했다.
도소매 판매가 0.9%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내수부진에 허덕이면서 기업들이 국내 신규투자를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면서 국내 산업의 공동화까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 6700여명을 신규채용 했으며, 해외에서 9000여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LG전자도 지난해 해외에서 3800명을 채용한 반면 국내에서는 2000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LG전자는 전체 인력구성에서도 해외인력이 3만3000명으로 국내의 2만7000명보다 무려 6000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도 지난 7일 슬로바키아에 11억 유로(1조5400억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지에서 2400여명의 신규일자리를 만든다.
이처럼 대기업의 해외투자가 높아지면서 이들을 떠받치고 있는 중소 부품업체들의 해외이전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98년 125건 5570만 달러에 달하던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도 지난해에는 1035건 4억7700만달러로 급증했다.
지난 26일 기업은행이 발표한 ‘중소기업 해외진출 확대와 제조업 공동화’ 보고서에서 따르면, 조사대상 중소기업 391곳 중 절반(51.2%)이 ‘1~2년 내에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부터 개성공단의 입주가 시작되면 중소기업의 공장이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일자리대책 실효성 있나
정부는 올해들어 ‘일자리 창출’을 최대의 화두로 삼고 있다. 각 부처는 연초 줄줄이 일자리 대책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취업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을 5%로 정하고 연간 30만개 총15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추가로 50만개의 일자리를 채워 총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다.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성장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도 불투명하다”며 “불확실한 성장률에 기대어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무리하게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에서 임시방편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공공부문의 고용 경직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국민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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