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한국 사회 이념의 위치
장행훈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겸임교수
4.15 총선은 한마디로 선거 혁명이었다. 4.15 총선 결과에 대해서 훗날 역사가들이 6·10 항쟁에 못지않은 큰 변화를 가져온 혁명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보수당이 선거에서 크게 패하고 중도 진보를 지향하는 여당이 국회에서 제1당이 된 것,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이 마침내 국회에 진출한 일 들은 우리 정치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온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한국 사회의 이념의 중심이 진보쪽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선거 결과가 보여준 것이다. 총선으로 나타난 모든 혁명적 변화는 이러한 이념 스펙트럼의 반영일 뿐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이념 논쟁을 벌인 것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보수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은 이념 판도의 변화를 우려의 눈으로 본다. ‘좌파’세력의 부상이 불안한 것이다. 보수 신문은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의 이념 성향이 ‘중도진보’가 56% ‘진보’가 6% ‘중도’가 28% ‘중도 보수’가 10%로 나타났고 ‘보수’는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당선자 중 90%가 보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놀라운 변화다. 박근혜 대표까지 한나라당이 보수(保守) 이념을 보수(補修)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보수 정당의 이념도 ‘진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념은 각자가 사회와 세계를 보는 하나의 창이며 가치 기준이다. 이 창과 가치 기준은 가정환경 교육 종교 신분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를 바르게 보려는 각자의 노력에 따라 각자의 이념이 변화하고 수정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사회의 이념도 변한다. 변화하는 이념에 적응하지 못하면 흔히 말하는 수구(守舊)가 되고 이념 대립의 원인 된다.
정치권 진보세력 부상 좌우이념 논쟁 확산
세대간의 갈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런 갈등은 사회 통합에도 저해 요인이 된다. 이념의 생산자이며 대변인이기 마련인 언론과 지식인의 역할이 새롭게 강조되는 때이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지 2백년이 넘었다. 혁명의 주동 세력인 부르주아 계급이 주창한 자유와 평등 특권폐지는 당시로는 혁명적인 이념이었지만 오늘날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진리이고 상식으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지난 2백년 간 서구에서 일어난 수많은 혁명으로 시민의 자유와 인권 노동권 복지가 확대됐다. 혁명이 일어날 때 마다 거기에는 강력한 반혁명 수구세력의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수구 세력의 저항은 결국 다수 시민의 합리적인 개혁의 요구를 막지 못했다. 국민이 투표로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제도가 정착하면서 다수 국민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의 주도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반세기 역사를 돌아보면 그것은 혁명과 반혁명이 연속된 격동의 역사였다. 이승만 체제는 독립국가를 세우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서 주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왜곡된 민주제도였다. 이것을 무너뜨린 것이 4·19혁명이다. 그러나 혁명은 1년 만에 5·16이라는 반혁명 보수세력에 의해 좌절되고 87년 6월 항쟁이 성공할 때까지 4반세기 동안 국민은 군부독제의 탄압을 견디어야 했다. 그 후 들어선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은 5공의 연장이거나 5공 세력과 손을 잡은 정권이었다.
김대중 정부부터 보수 세력이 이데올로기 문제를 제기한다. DJ의 북한 화해 정책이 반공 세력의 반발을 산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등장은 대통령의 가족적 배경과 친 노조 정책으로 보수 세력의 색깔론 공격을 격화시켰다. 보수 신문들이 여기에 가세했다.
보수세력 ‘왼쪽’으로 옮겨야 사회통합된다
총선으로 나타난 한국사회 이념의 주류는 서구 사회와 비교해서 아직도 그렇게 왼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 일부 노조의 과격한 투쟁 방식이 국내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의 행동으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 위치를 단정하는 것은 왜곡이다. 가장 왼쪽에 위치한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모델이 서구 사회민주주의이다. 우리의 이념의 위치를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 세력의 위치에서 보지 말고 냉전 종식 이후 크게 달라진 시대정신의 입장에서 관찰하면 보수 진영의 우려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보수 쪽이 이데올로기의 위치를 옮길 때다.
이념 논쟁에서는 그 심판관을 자처하는 언론과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념 논쟁은 잘못하면 사회를 분열시킬 뿐 이로울 것이 없다. 총선으로 드러난 다수 국민의 이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바탕 위에서 사회 통합을 이루고 사회의 번영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대책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장행훈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겸임교수
4.15 총선은 한마디로 선거 혁명이었다. 4.15 총선 결과에 대해서 훗날 역사가들이 6·10 항쟁에 못지않은 큰 변화를 가져온 혁명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보수당이 선거에서 크게 패하고 중도 진보를 지향하는 여당이 국회에서 제1당이 된 것,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이 마침내 국회에 진출한 일 들은 우리 정치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온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한국 사회의 이념의 중심이 진보쪽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선거 결과가 보여준 것이다. 총선으로 나타난 모든 혁명적 변화는 이러한 이념 스펙트럼의 반영일 뿐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이념 논쟁을 벌인 것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보수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은 이념 판도의 변화를 우려의 눈으로 본다. ‘좌파’세력의 부상이 불안한 것이다. 보수 신문은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의 이념 성향이 ‘중도진보’가 56% ‘진보’가 6% ‘중도’가 28% ‘중도 보수’가 10%로 나타났고 ‘보수’는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당선자 중 90%가 보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놀라운 변화다. 박근혜 대표까지 한나라당이 보수(保守) 이념을 보수(補修)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보수 정당의 이념도 ‘진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념은 각자가 사회와 세계를 보는 하나의 창이며 가치 기준이다. 이 창과 가치 기준은 가정환경 교육 종교 신분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를 바르게 보려는 각자의 노력에 따라 각자의 이념이 변화하고 수정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사회의 이념도 변한다. 변화하는 이념에 적응하지 못하면 흔히 말하는 수구(守舊)가 되고 이념 대립의 원인 된다.
정치권 진보세력 부상 좌우이념 논쟁 확산
세대간의 갈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런 갈등은 사회 통합에도 저해 요인이 된다. 이념의 생산자이며 대변인이기 마련인 언론과 지식인의 역할이 새롭게 강조되는 때이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지 2백년이 넘었다. 혁명의 주동 세력인 부르주아 계급이 주창한 자유와 평등 특권폐지는 당시로는 혁명적인 이념이었지만 오늘날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진리이고 상식으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지난 2백년 간 서구에서 일어난 수많은 혁명으로 시민의 자유와 인권 노동권 복지가 확대됐다. 혁명이 일어날 때 마다 거기에는 강력한 반혁명 수구세력의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수구 세력의 저항은 결국 다수 시민의 합리적인 개혁의 요구를 막지 못했다. 국민이 투표로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제도가 정착하면서 다수 국민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의 주도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반세기 역사를 돌아보면 그것은 혁명과 반혁명이 연속된 격동의 역사였다. 이승만 체제는 독립국가를 세우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서 주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왜곡된 민주제도였다. 이것을 무너뜨린 것이 4·19혁명이다. 그러나 혁명은 1년 만에 5·16이라는 반혁명 보수세력에 의해 좌절되고 87년 6월 항쟁이 성공할 때까지 4반세기 동안 국민은 군부독제의 탄압을 견디어야 했다. 그 후 들어선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은 5공의 연장이거나 5공 세력과 손을 잡은 정권이었다.
김대중 정부부터 보수 세력이 이데올로기 문제를 제기한다. DJ의 북한 화해 정책이 반공 세력의 반발을 산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등장은 대통령의 가족적 배경과 친 노조 정책으로 보수 세력의 색깔론 공격을 격화시켰다. 보수 신문들이 여기에 가세했다.
보수세력 ‘왼쪽’으로 옮겨야 사회통합된다
총선으로 나타난 한국사회 이념의 주류는 서구 사회와 비교해서 아직도 그렇게 왼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 일부 노조의 과격한 투쟁 방식이 국내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의 행동으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 위치를 단정하는 것은 왜곡이다. 가장 왼쪽에 위치한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모델이 서구 사회민주주의이다. 우리의 이념의 위치를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 세력의 위치에서 보지 말고 냉전 종식 이후 크게 달라진 시대정신의 입장에서 관찰하면 보수 진영의 우려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보수 쪽이 이데올로기의 위치를 옮길 때다.
이념 논쟁에서는 그 심판관을 자처하는 언론과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념 논쟁은 잘못하면 사회를 분열시킬 뿐 이로울 것이 없다. 총선으로 드러난 다수 국민의 이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바탕 위에서 사회 통합을 이루고 사회의 번영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대책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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