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참여’를 웰빙행정 지표로
양천구, 노인 87% 복지카드 소유 … 강서구, 지역미디어센터로 주민 참여 확대
지역내일
2004-05-11
(수정 2004-05-11 오후 12:12:51)
행복한가 불행한가를 가리는 데 절대적 기준은 있을 수 없다. 스스로를 어떤 기준에 맞추느냐에 따라 자신이 행복한가 아니면 불행한가를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잘 산다’는 개념의 ‘웰빙’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준에 맞추느냐에 따라 잘 사느냐 못 사느냐를 구분 지을 수 있다.
강서구 공우홍 기획재정국장은 이를 적절히 빗대 표현했다. 그는 오래 전 관악구에서 새내기 공무원을 시작할 때 현장방문을 위해 폭 1m가 될까말까한 좁다란 산동네 골목길을 따라 산허리에 오를라치면, 때맞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지금이야 어느 집이나 에어콘 아니면 선풍기가 놓여있지만 그때만 해도 모두가 부채로 무더운 여름을 지내던 탓이었다.
공 국장은 “아무리 성능 좋은 에어콘 바람을 쐐봐도 그때 그 바람만큼 살맛 나지는 않는다”며 “웰빙에 절대치나 절대기준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서울 서남부에 위치한 양천구와 강서구는 자체 재정이 그리 넉넉지 않다.
빠듯한 예산으로 이리 저리 쪼개쓰는 형편이다. 그러나 ‘웰빙 행정’에 대한 의지만큼은 어느 자치구 못지 않다.
양천구는 복지 부문을 특화시켰다.
구청장이 복지학 분야의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복지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천구가 추구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 노인·장애인이 혜택 초점 = 양천구는 지난해 복지카드제를 도입,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제도는 복지카드를 지닌 노인들이 음식점과 이·미용업, 목욕업, 안경·세탁·제과업 등의 업소를 이용할 경우 20∼30%의 할인혜택을 주기 위해 시행됐다. 5월 현재 양천구 전체노인 2만6146명 가운데 87%인 2만2736명이 복지카드를 갖고 있으며 이 제도에 참여하는 업소만도 911곳에 달한다.
목12동에 거주하는 신민정 할머니(68)는 “가정의 달 5월이라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가족과 옛정이 그리운 게 노인네들 심정”이라며 “복지카드제로 얼마만큼 돈을 아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늙은이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씨가 고맙다”며 복지카드제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추재엽 구청장은 “해가 거듭할수록 노인들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며 “요즘 사회적 문제의 상당수는 노인경시풍조가 더해지는 데 따른 것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인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행정 초점은 장애인 복지에도 모아진다. 장애인 재활보조기구 수리센터 2곳을 지정, 저소득장애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의 경우 20만원 이하 수리비 전액을, 일반장애인의 경우 10만원 이하 수리비의 50%까지 지원하고 있다.
한편 다음달 완공되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복지메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정2동에 지하2층 지상3층 연면적 5480㎡ 규모로 들어서는 복지관에는 각종 재활치료실과 인공암벽장, 취업정보실 생활훈련실 등이 들어선다.
◆ 강서구, 지역미디어 통한 참여 웰빙 = 강서구는 구민이 직접 나서는 참여행정에 웰빙을 접목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지역영상미디어센터를 건립, 14일 개관식을 갖는 강서구는 주민이 직접 제작한 영상물을 미디어센터를 통해 방영해 주민과 주민사이, 주민과 제작자 사이에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디지털캠코더를 활용, 간단한 행사 촬영부터 단편영화, 다큐멘터리까지 직접 제작할 수 있어 미디어 활용 능력을 키우는 교육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미디어의 대상이었던 시민들이 미디어의 조작·제어를 통해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미디어센터를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대상화함으로써 무엇이 보다 나은 삶이고 행복한 삶인지 사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구청 역시 열린행정과 참여행정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서구는 구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립극단을 창단, 첫 공연을 선보인다. 지난해 4월 선발된 연극 동아리반 16명이 강도높은 훈련을 거친 끝에 오는 14일 강서구민회관 대강당에서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란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 정신·신체 단련 웰빙도 = 지난해 크게 유행했던 ‘몸짱’ 바람을 타고 시행된 강서구의 ‘구민 살빼기 운동’은 본래 의미의 웰빙 시초였다. ‘날씬한 강서구민 건강한 우리강서’라는 구호 아래 구민들은 ‘1인 1운동 갖기’ ‘균형 잡힌 영양섭취’ 등을 실천, 비만으로 인한 질병에 대해 경각심을 높였다. 이 사업을 주관한 강서구 보건소는 지난해 11월 전국보건교육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 구민 건강을 지키는 첨병임을 인정받았다.
구 보건소는 2002년부터 구민의 운동실천률과 적정체중 인구비율을 각각 2% 포인트 높이는 것을 목표로 비만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금까지 전체 구민의 10%에 가까운 5만778명에 대해 비만도·혈압·혈당측정 등 비만 스크리닝을 실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양천구는 도덕성·인간성을 회복해 건강한 삶을 만들자는 정신적 웰빙운동을 준비중이다. ‘디스(THIS)’로 명명된 이 운동은 ‘고마움(Thanks)’ ‘건강함(Health)’ ‘편리함(Internet)’ ‘즐거움(Smile)’을 추구하는 양천구민의 생활운동이다.
항상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며 첨단 문물을 이용, 정보를 습득하는 한편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로운 생활을 지향한다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양천구는 ‘디스운동 30대 실천프로그램’을 선정, 다음달 말까지 이를 널리 알리는 시작단계를 거친 후 올해말까지 역동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성숙단계인 내년부터는 구민 삶에 자연스럽고 조용히 스며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강서구 공우홍 기획재정국장은 이를 적절히 빗대 표현했다. 그는 오래 전 관악구에서 새내기 공무원을 시작할 때 현장방문을 위해 폭 1m가 될까말까한 좁다란 산동네 골목길을 따라 산허리에 오를라치면, 때맞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지금이야 어느 집이나 에어콘 아니면 선풍기가 놓여있지만 그때만 해도 모두가 부채로 무더운 여름을 지내던 탓이었다.
공 국장은 “아무리 성능 좋은 에어콘 바람을 쐐봐도 그때 그 바람만큼 살맛 나지는 않는다”며 “웰빙에 절대치나 절대기준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서울 서남부에 위치한 양천구와 강서구는 자체 재정이 그리 넉넉지 않다.
빠듯한 예산으로 이리 저리 쪼개쓰는 형편이다. 그러나 ‘웰빙 행정’에 대한 의지만큼은 어느 자치구 못지 않다.
양천구는 복지 부문을 특화시켰다.
구청장이 복지학 분야의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복지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천구가 추구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 노인·장애인이 혜택 초점 = 양천구는 지난해 복지카드제를 도입,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제도는 복지카드를 지닌 노인들이 음식점과 이·미용업, 목욕업, 안경·세탁·제과업 등의 업소를 이용할 경우 20∼30%의 할인혜택을 주기 위해 시행됐다. 5월 현재 양천구 전체노인 2만6146명 가운데 87%인 2만2736명이 복지카드를 갖고 있으며 이 제도에 참여하는 업소만도 911곳에 달한다.
목12동에 거주하는 신민정 할머니(68)는 “가정의 달 5월이라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가족과 옛정이 그리운 게 노인네들 심정”이라며 “복지카드제로 얼마만큼 돈을 아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늙은이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씨가 고맙다”며 복지카드제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추재엽 구청장은 “해가 거듭할수록 노인들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며 “요즘 사회적 문제의 상당수는 노인경시풍조가 더해지는 데 따른 것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인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행정 초점은 장애인 복지에도 모아진다. 장애인 재활보조기구 수리센터 2곳을 지정, 저소득장애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의 경우 20만원 이하 수리비 전액을, 일반장애인의 경우 10만원 이하 수리비의 50%까지 지원하고 있다.
한편 다음달 완공되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복지메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정2동에 지하2층 지상3층 연면적 5480㎡ 규모로 들어서는 복지관에는 각종 재활치료실과 인공암벽장, 취업정보실 생활훈련실 등이 들어선다.
◆ 강서구, 지역미디어 통한 참여 웰빙 = 강서구는 구민이 직접 나서는 참여행정에 웰빙을 접목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지역영상미디어센터를 건립, 14일 개관식을 갖는 강서구는 주민이 직접 제작한 영상물을 미디어센터를 통해 방영해 주민과 주민사이, 주민과 제작자 사이에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디지털캠코더를 활용, 간단한 행사 촬영부터 단편영화, 다큐멘터리까지 직접 제작할 수 있어 미디어 활용 능력을 키우는 교육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미디어의 대상이었던 시민들이 미디어의 조작·제어를 통해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미디어센터를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대상화함으로써 무엇이 보다 나은 삶이고 행복한 삶인지 사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구청 역시 열린행정과 참여행정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서구는 구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립극단을 창단, 첫 공연을 선보인다. 지난해 4월 선발된 연극 동아리반 16명이 강도높은 훈련을 거친 끝에 오는 14일 강서구민회관 대강당에서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란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 정신·신체 단련 웰빙도 = 지난해 크게 유행했던 ‘몸짱’ 바람을 타고 시행된 강서구의 ‘구민 살빼기 운동’은 본래 의미의 웰빙 시초였다. ‘날씬한 강서구민 건강한 우리강서’라는 구호 아래 구민들은 ‘1인 1운동 갖기’ ‘균형 잡힌 영양섭취’ 등을 실천, 비만으로 인한 질병에 대해 경각심을 높였다. 이 사업을 주관한 강서구 보건소는 지난해 11월 전국보건교육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 구민 건강을 지키는 첨병임을 인정받았다.
구 보건소는 2002년부터 구민의 운동실천률과 적정체중 인구비율을 각각 2% 포인트 높이는 것을 목표로 비만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금까지 전체 구민의 10%에 가까운 5만778명에 대해 비만도·혈압·혈당측정 등 비만 스크리닝을 실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양천구는 도덕성·인간성을 회복해 건강한 삶을 만들자는 정신적 웰빙운동을 준비중이다. ‘디스(THIS)’로 명명된 이 운동은 ‘고마움(Thanks)’ ‘건강함(Health)’ ‘편리함(Internet)’ ‘즐거움(Smile)’을 추구하는 양천구민의 생활운동이다.
항상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며 첨단 문물을 이용, 정보를 습득하는 한편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로운 생활을 지향한다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양천구는 ‘디스운동 30대 실천프로그램’을 선정, 다음달 말까지 이를 널리 알리는 시작단계를 거친 후 올해말까지 역동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성숙단계인 내년부터는 구민 삶에 자연스럽고 조용히 스며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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