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경찰관 영등포서 김응만 경사

“세상에 대해 할 말 많았어요”

지역내일 2004-05-11 (수정 2004-05-12 오전 11:35:42)
영등포 경찰서 조사계 김응만 경사(55·사진).
그는 독특한 사나이다. 경찰관과 시인이 그의 두 가지 직업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 일이 그에겐 가장 소중하다. 80년 8월부터 경찰 생활을 시작했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정년퇴임을 얼마 안 남겨둔 적잖은 나이다. 경찰 생활 초기엔 진급도 빨랐지만 나중에는 운이 지독히도 안 따랐다. 95년에 경사 달고 10년 가까이 그대로다.
경찰청장 표창 등 각종 수상만 24회에 달하지만 승진 운은 없다. 그래도 편법을 쓰거나 다른 방법을 택하진 않았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경찰관 범죄 소식은 그를 안타깝게 한다. 그는 “자기 주관이나 철학 없이 직업으로만 경찰관을 하기 때문”이라면서 “예전에 비해 요즘 젊은 세대가 사명감이 부족한 것 같다”고 충고했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부터다.
93년에 <문학세계>를 통해 정식 등단했으니 시인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94년에는 시집도 냈다. 현직에 있으면서 쓰는 시이기에 곳곳에 경찰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양천경찰서 신정2파출소 근무 때 야간 순찰을 돌면서 쓴 시의 제목은 ‘야경꾼’이었다.
또 양천구 목5동에서 방범 근무하면서 지었던 ‘파리공원’이라는 제목의 시는 현재 파리공원 휴게실에 전시돼 있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문인협회원, 양천문학회 부회장, 공무원문학회, 경찰문학회 감사 등 다양한 이력도 붙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위직 경찰관 20년에 시인 10년이 그의 인생 이력서의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는 공무원의 고뇌와 서민의 아픔이 배어있다.
세상을 향한 쓴 소리에도 거침이 없다. 최근에 지은 ‘작은 칼이 시가 되는 이유’라는 시만 봐도 “평생 말단에 연금 고갈이니 공적자금 유용 국민부담이니…(중략)… 서민 생계유지비가 기업에 모이고 그 돈은 정치에 주고…(중략)…사람 죽겄소” 등 적나라한 표현들이 곳곳에 있다.
최근엔 소설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미 중편 소설은 하나 완성했다.
‘물은 수직으로 흐리려 하지만’이란 제목으로 행정공무원이 겪는 애환이 담겨있다.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 장편소설도 하나 준비 중이다. 글을 쓰는 것이 그의 일이고 범죄자를 찾아내는 것이 또한 그의 일이다.
그는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글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하급 공무원이 세상을 향해 할 말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정재철 기자
2004년 5월 11일자·8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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