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영의 개척자, 윤리경영의 전도사로 불리는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을 만났다. 그가 도입한 ‘4조 4교대’ 근무제도는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 사례이자 기업활동에서 환경부담을 줄이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그는 전문경영인으로만이 아니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생명의 숲’ ‘서울그린트러스트’ 등 환경 관련 NGO 단체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편집자 주
4조 4교대로 환경부담이 줄어드나.
100명씩 3개 조가 주간에만 근무하면 공장이 3개 필요하다. 그러나 4개 조가 1개 공장에서 4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 공장을 1곳만 돌리면 된다. 기계·토지·건물 등 고정자산 비용이 2/3 이상 줄어든다.
기계 1대 더 만들고 공장 더 짓고 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와 비용이 들지 않나. 모두 환경에 부담을 주는 거다.
4조 4교대를 하면 노동자들은 연간 180일만 출근하면 된다. 그것도 주야 교대로. 300명이 270일 출퇴근하는 것보다 400명이 180일 출퇴근하면 교통량도 30% 이상 줄어든다.
2조 2교대나 3조 3교대로도 24시간 가동은 가능한데.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로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주당 44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 노동자가 867만명, 56시간이 넘게 일하는 최장시간 근로 노동자도 276만명이나 된다.
산재사고도 너무 많다. 2002년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소 10조 이상이다.
이렇게 오래 노동하는 사람이 어떻게 학습이나 자기 혁신 기회를 가질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잘 나가는 회사나 가능한 근무형태’라는 말도 있다.
유한킴벌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금은 62.1% 정도의 시장점유율로 동종업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런 혁신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95년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19.9%에 불과했다.
경쟁사가 67.5%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고 유한킴벌리는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었다. 4조 4교대는 이런 시점에서 도입됐다.
혁신 시스템 도입 후 조금씩 점유율이 높아져 2000년부터는 우리가 앞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 부문 시장점유율, 고객만족도에서 1위, 환경·안전·품질·생산성 모든 부문에서 초일류기업이 됐다.
일반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사람은 되도록 적게 쓰고 공장은 키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 세월이 지나면 땅값이 오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기계 사고 공장 짓고 하는 일이 많으면 아는 사업자들끼리 서로 인심 쓸 일도 늘어난다.
그러나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수록 그만큼 환경에 부담이 된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기업가로서 한국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나.
섬유산업을 예로 들자면 한국이 아날로그 방식의 밀라노를 추월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나 디지털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다. 첨단 나노 염료 기술도 갖고 있고, 연간 1만명 이상의 대졸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잠재적 디자인 인력 강국이다.
우리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대량인쇄는 중국에서 하면 된다. 한국은 수십만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수십만 고급 디자이너가 필요한 나라다.
현대사회에서 섬유제품은 디자인과 브랜드 값이지 옷감이나 바느질 값이 아니다.
UNEP 제주총회 때 퇴퍼 사무총장이 유한킴벌리 디지털 날염기술을 극찬했는데.
물을 전혀 쓰지 않고 날염이 가능한 청정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날염 시스템으로 옷감 샘플 100가지를 뽑으려면 700장의 스크린, 700장의 필름, 700장×7도 인쇄 등 수많은 자재가 필요하고 오염물질도 다량 배출된다. 디지털 날염은 이 모든 공정을 다 생략하고 모니터에서 작업 후 출력만 하면 된다.
섬유산업은 샘플 뽑고 디자인 개발하는 기획단계에서 20%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체 섬유산업의 매출이 50조라면, 샘플링 작업이 10조 이상이다.
디지털 날염이 어떻게 한국 섬유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최소한 현재 기술로도 10조 이상의 샘플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장에서는 가장 유리한 생산방법이 될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면 비싸지지 않나.
5000원짜리 넥타이 사서 며칠 쓰다가 버리면 결국 환경오염이 된다. 비싸더라도 최소한 2~3년은 쓸 수 있는 제품이 친환경적이다.
컴퓨터나 전화기,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튼튼하고 업그레이드가 잘 되도록 만들어서 오래 써야 한다.
유한킴벌리가 숲 가꾸기 등에 열심이지만 결국 나무 잘라낸 펄프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비판도 있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산 펄프는 싸지만 천연림을 베어낸 제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 구조재용 목재 생산 후 부산물로 나오는 펄프만 사용한다. 화장지 계열은 전량 폐지로 생산한다. 총 원가에서 펄프는 5% 미만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펄프 200만톤 중 2만톤 정도만 우리가 쓰고 있다.
종이 기저귀나 생리대 대신 천 기저귀나 생리대를 쓰자는 운동에 대해서는.
모든 운동에는 상대적인 면이 있다. 천으로 된 제품을 쓰면 세탁을 해야 하고 그만큼 수질에 나쁜 영향을 준다. 천 생리대의 경우 여성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있고.
소각이나 매립의 경우에도 종이 제품보다는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에 훨씬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편집자 주
4조 4교대로 환경부담이 줄어드나.
100명씩 3개 조가 주간에만 근무하면 공장이 3개 필요하다. 그러나 4개 조가 1개 공장에서 4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 공장을 1곳만 돌리면 된다. 기계·토지·건물 등 고정자산 비용이 2/3 이상 줄어든다.
기계 1대 더 만들고 공장 더 짓고 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와 비용이 들지 않나. 모두 환경에 부담을 주는 거다.
4조 4교대를 하면 노동자들은 연간 180일만 출근하면 된다. 그것도 주야 교대로. 300명이 270일 출퇴근하는 것보다 400명이 180일 출퇴근하면 교통량도 30% 이상 줄어든다.
2조 2교대나 3조 3교대로도 24시간 가동은 가능한데.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로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주당 44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 노동자가 867만명, 56시간이 넘게 일하는 최장시간 근로 노동자도 276만명이나 된다.
산재사고도 너무 많다. 2002년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소 10조 이상이다.
이렇게 오래 노동하는 사람이 어떻게 학습이나 자기 혁신 기회를 가질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잘 나가는 회사나 가능한 근무형태’라는 말도 있다.
유한킴벌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금은 62.1% 정도의 시장점유율로 동종업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런 혁신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95년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19.9%에 불과했다.
경쟁사가 67.5%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고 유한킴벌리는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었다. 4조 4교대는 이런 시점에서 도입됐다.
혁신 시스템 도입 후 조금씩 점유율이 높아져 2000년부터는 우리가 앞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 부문 시장점유율, 고객만족도에서 1위, 환경·안전·품질·생산성 모든 부문에서 초일류기업이 됐다.
일반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사람은 되도록 적게 쓰고 공장은 키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 세월이 지나면 땅값이 오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기계 사고 공장 짓고 하는 일이 많으면 아는 사업자들끼리 서로 인심 쓸 일도 늘어난다.
그러나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수록 그만큼 환경에 부담이 된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기업가로서 한국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나.
섬유산업을 예로 들자면 한국이 아날로그 방식의 밀라노를 추월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나 디지털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다. 첨단 나노 염료 기술도 갖고 있고, 연간 1만명 이상의 대졸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잠재적 디자인 인력 강국이다.
우리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대량인쇄는 중국에서 하면 된다. 한국은 수십만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수십만 고급 디자이너가 필요한 나라다.
현대사회에서 섬유제품은 디자인과 브랜드 값이지 옷감이나 바느질 값이 아니다.
UNEP 제주총회 때 퇴퍼 사무총장이 유한킴벌리 디지털 날염기술을 극찬했는데.
물을 전혀 쓰지 않고 날염이 가능한 청정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날염 시스템으로 옷감 샘플 100가지를 뽑으려면 700장의 스크린, 700장의 필름, 700장×7도 인쇄 등 수많은 자재가 필요하고 오염물질도 다량 배출된다. 디지털 날염은 이 모든 공정을 다 생략하고 모니터에서 작업 후 출력만 하면 된다.
섬유산업은 샘플 뽑고 디자인 개발하는 기획단계에서 20%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체 섬유산업의 매출이 50조라면, 샘플링 작업이 10조 이상이다.
디지털 날염이 어떻게 한국 섬유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최소한 현재 기술로도 10조 이상의 샘플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장에서는 가장 유리한 생산방법이 될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면 비싸지지 않나.
5000원짜리 넥타이 사서 며칠 쓰다가 버리면 결국 환경오염이 된다. 비싸더라도 최소한 2~3년은 쓸 수 있는 제품이 친환경적이다.
컴퓨터나 전화기,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튼튼하고 업그레이드가 잘 되도록 만들어서 오래 써야 한다.
유한킴벌리가 숲 가꾸기 등에 열심이지만 결국 나무 잘라낸 펄프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비판도 있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산 펄프는 싸지만 천연림을 베어낸 제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 구조재용 목재 생산 후 부산물로 나오는 펄프만 사용한다. 화장지 계열은 전량 폐지로 생산한다. 총 원가에서 펄프는 5% 미만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펄프 200만톤 중 2만톤 정도만 우리가 쓰고 있다.
종이 기저귀나 생리대 대신 천 기저귀나 생리대를 쓰자는 운동에 대해서는.
모든 운동에는 상대적인 면이 있다. 천으로 된 제품을 쓰면 세탁을 해야 하고 그만큼 수질에 나쁜 영향을 준다. 천 생리대의 경우 여성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있고.
소각이나 매립의 경우에도 종이 제품보다는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에 훨씬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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