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난자 242개’의 진실은(정달영 2004.05.24)

지역내일 2004-05-24 (수정 2004-05-24 오전 10:42:46)
‘난자 242개’의 진실은
정달영 언론인

‘윤리’ 같은 단어가 주의를 끌기는 역부족인 이 시대다. 세상 살기 바빠서 만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갑자기 웬 윤리?” 반문하기 십상일 것이다. 막말로, 윤리가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라고밖에 할 수 없다. 개발-성장 지상주의 논리가 여전히 압도하는 우리 사회를 탓할 수도 없다.
그래서일 것이다. ‘한국생명윤리학회’라는 이름의 학술단체가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들어준 세상의 귀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성명서 제목부터 튀는 데 없이 점잖았다. ‘의학과 생명과학 기술은 생명윤리 기준에 부합하여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역시 윤리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성명서 내용은 치명적일 만큼 날카롭다. 최근 세계 과학계에서 센세이셔널하게 주목받은, 그리하여 국내에서는 정부 차원의 ‘노벨상 수상 후원’까지 논의되는 우리 학자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해 몇 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특히 연구윤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장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알려져 있듯이 이미 배아복제 연구의 세계적 스타인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교수 팀은 지난 2월, 세계최초로 사람의 난자를 이용한 인간배아 복제를 통해 줄기세포를 얻어냈다는 깜짝 놀랄 연구 성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생명윤리학회의 성명서
생명공학 기술을 미래의 국가발전 동력으로 추진한다는 정부의 야심은 물론 경제 불황에 허덕이는 국민도 함께 고무하는 낭보였다. 이 연구가 거둘 것으로 보이는 성과의 핵심은,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여는 가능성, 그 희망이다.
성명서는 그러나 “마치 당장 온갖 난치병을 치료할 듯이 연구결과를 과장하여 환자들에게 합리적인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환상을 심어주는 분위기는 윤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매우 우려하고 개탄할 일”이라고 연구진에게 경고한다. 이제부터 시작일 뿐, 앞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명서는 연구의 주역인 황우석-문신용 두 교수에게 ‘진지한 석명’과 공개토론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첨부했다. 4개항의 질의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1항인 ‘연구에 사용된 242개 난자의 출처’다. 이 부분은 ‘사이언스’와 함께 또 하나의 권위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지의 데이비드 시라노스키 기자가 심층탐사기사 ‘위기에 몰린 한국 복제 연구자들’에서 집요하게 추적 보도한 것이다.
질의서는 1), 네이처 5월 6일자 보도대로 이 연구에 참여한 여성 연구원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한 것이 사실인가. 2), 난치병환자의 가족 친척 등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 있는 사람에게서 난자 기증을 받았는가. 3), 기증을 받는 과정에서 기증자에게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자발적 동의(voluntary informed consent)를 얻었는가. 얻었다면 증거를 제시할 수 있나. ‘네이처’ 기자에게 동의서 양식의 공개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다.
이밖에도 난자채취 연구 계획을 수행한 한 대학병원의 기관 심사위(IRB)에서의 심사 승인의 적절성 여부, 연구비 출처, 연구자의 충전성(充全性) 및 논문 저자 기재 문제 등을 묻고 있다. 전문적인 분야의 일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일의 고비고비에서 생명윤리의 잣대가 작동하고 있느냐 여부와 투명성이 관건이다.

‘윤리’ 없이 과학기술 없다
연구에 사용된 242개의 난자는 ‘16명의 자발적인 공여자’에게서 채취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아마도 과배란을 위해 호르몬 주사를 기꺼이 맞은 사람들이다. 외국의 연구자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부분은 ‘16명이나 되는 난자 공여자’다. 그들은 과배란 유도를 통해 월경 주기당 12-20개의 난자를 공여했을 것이다. 논문 공저자의 하나인 미국 미시간 주립대 교수도 “그것은 고통스러운 시술이며, 위험하다. 미국 같았으면 결코 그런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상한 과학’의 저자, 생물학자이며 시인이기도 한 전방욱 교수(강능대, 현재 캐나다 캘거리 대학서 과학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우리 정부와 언론에 의해 한 과학자가 우상화하고 과학 자체가 신화화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연구 주제의 하나다.
특히 우리 언론은 외국 언론이 ‘성과’와 ‘우려’를 동시에 말할 때 ‘우려’를 빼고 ‘성과’만을 과대포장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 후원회 같은 소동은 “그런 왜곡의 정점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일는지 모른다. 밥이 못된다고 해서 윤리가 헛소리인 것은 아니다. 윤리 잣대 없는 과학의 질주는 파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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