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학교, KAIST와 연 100명 입학 협약
교수 파견받아 심화학습 … 5학기 이상 과학영재교육 전념
지역내일
2004-04-22
(수정 2004-04-22 오후 3:53:44)
과학고가 흔들리고 있다. 과학영재교육보다는 입시에 매달려야 소위 명문대를 가기 때문에 주말이면 과학영재들이 학원가를 전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산과학영재학교는 과기부의 막대한 예산지원 등을 받으며 전국의 영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본지는 과학영재학교 사례에서 과학고 회생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부산시 당감동에 국내 유일의 과학영재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인다는 이곳은 지난해 봄 첫 신입생 144명을 맞으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영재학교는 부산교육청 소속의 공립학교지만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교육부가 지정한 영재학교를 부산교육청과 과기부가 협약을 맺어 운영하는 형태의 유일한 학교다.
이 덕분에 과학영재학교는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물론 1, 2학년도 응시할 수 있으며 합격자는 중학과정 졸업이 인정된다. 학생수는 학년 당 8개학급, 144명으로 학급당 학생수는 18명이며 전체 정원도 432명에 불과하다.
◆ 독특한 선발방식 = 이 학교의 선발방식은 독특하다. 과학영재고의 학생선발방식은 과학영재성의 판별을 위해 학생기록물 평가, 창의적 문제 해결력 검사, 과학 캠프 등의 3단계 전형 절차를 거친다.
1단계 전형은 학생기록물 평가로 학교장, 영재교육기관 등의 추천서 등 제출된 서류로 심사를 한다. 1단계 전형에서는 1500명 이내에서 선발한다. 2단계 전형은 수학·과학 분야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며 입학 정원의 1.5배수 이내로 뽑는다. 마지막으로 3단계 전형은 3박4일간의 과학 캠프를 열고 과학적 문제 해결력, 창의성, 인성 등을 면접과 행동관찰을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원 이내로 최종 선발한다.
선발일정은 6월에 원서접수한 뒤 9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마무리 된다. 그러나 합격자들은 이후 입학 때까지 학사 및 진로지도, 사이버 교육, 인성·창의성 검사 및 특강, 영어 집중교육, 국내 우수대학 과학캠프 참여 등 ‘신입생 사전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학교는 이를 통해 신입생들의 정규 교육과정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
올 신입생들의 경우 총 1606명이 지원해 1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남학생은 124명(86.1%)이고 여학생은 20명(13.9%)이다. 또 학년별로는 중학교 1학년이 1명, 2학년 26명, 3학년 116명, 중학 졸업생 1명이 입학했다.
한 학년 2학기제를 원칙으로 무학년 졸업학점제로 운영되며 영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정보과학 등 7개 필수 과목에 대해서는 PT(학급배치시험)제를 실시해 성적이 좋을 경우 해당 과목 학점을 인정하고 AP(심화배치)제를 통해 상급 학교 과목을 조기 이수하면 조기졸업은 물론 대학에 진학해서도 관련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학생들의 수업료와 기성회비, 기숙사이용료 등은 일반고교와 같다. 그러나 부산지역 기업체와 상공인들이 일괄 장학혜택을 주기로 해 전원이 사실상 무료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해외연수는 국비로 지원되며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태국 등 학술교류협약을 맺은 국가에 연수를 갈 수 있다.
◆ 과학고와 다르다 = 이 학교 문경근 교감은 “과학영재학교와 일반 과학고는 전혀 다르다”며 “과학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과학영재학교”라고 말했다. 또 “91년 부산과학고로 출발할 때 이 학교에서 근무했다”며 “그러나 다시 돌아온 학교는 과거 과학고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문 교감이 말하는 과학영재학교의 경쟁력은 제대로 된 과학영재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것.
문 교감은 “일반 과학고는 3학기를 마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조기 졸업해 진학한다”며 “그러나 우리 학교는 5학기는 마쳐야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문제는 과학고의 3학기까지의 교육과정은 본격적인 영재교육인 심화학습단계에 들어가기 전”이라며 “결국 과학고에 와서 제대로 된 과학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반 과학고 과정으로 선발한 이 학교 3학년들도 대부분 조기졸업하고 24명만이 남아있다. 이들도 대입을 위해서는 수능 공부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과학수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과학고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학영재학교는 카이스트와의 협약을 통해 매년 100명을 진학시키기로 했다. 나머지도 수시전형 등을 통해 포항공대, 서울대 등에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카이스트는 대부분 예비 신입생인 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의 심화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10명의 교수를 파견하고 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다. 일반 과학고의 인건비를 제외한 운영예산이 10억원 안팎인데 비해 과학영재고의 경우 60여억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첨단시설을 확충하고 우수교사를 확보하며 일반 과학고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 불안한 과학고들 = 사정이 이러다 보니 기존 외국어 고등학교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과학영재학교의 모집단위가 전국의 전체 중학생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의 부산행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신입생을 출신지로 구분하면 경기출신이 5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출신은 16명 등 외지학생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들은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기존 과학영재학교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서울교육청의 경우, 한성과학고를 2008년까지 이전하고, 소수정예화 하는 등 ‘카이스트’처럼 운영되는 ‘기숙형 과학고’로 전환해 이공계 영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 특목고 정상화 추진 = 위기는 비단 과학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들이 동반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이 때문에 대원외고, 민족사관고 등 일부학교들은 아예 유학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학반 운영에서 이들 학교들이 성과를 내면서 다른 학교들도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육부도 과학고 운영방식 개선 등 특목고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오는 8월까지 개선안을 마련, 교육혁신위원회와 협의해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사전전제 없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검토하는 것”이라며 “교육혁신위가 추진하고 있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개선안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 성적을 비교해 내신 성적을 매기는 이른바 ‘비교내신제’의 도입으로의 회귀는 일반고 학생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도입이 쉽지 않다.
또한 교육부는 과학고 파행의 원인 중 하나를 지나치게 좁은 ‘진학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이공계대학의 과학고생에 대한 입학정원보다 두 배가 많은 과학고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목고는 당초 평준화제도의 보완을 위해 특정분야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영재를 육성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나 특목고는 고급 입시기관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개선방안으로 특목고가 이름그대로 특수목적을 위한 고등학교로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이에 반해 부산과학영재학교는 과기부의 막대한 예산지원 등을 받으며 전국의 영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본지는 과학영재학교 사례에서 과학고 회생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부산시 당감동에 국내 유일의 과학영재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인다는 이곳은 지난해 봄 첫 신입생 144명을 맞으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영재학교는 부산교육청 소속의 공립학교지만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교육부가 지정한 영재학교를 부산교육청과 과기부가 협약을 맺어 운영하는 형태의 유일한 학교다.
이 덕분에 과학영재학교는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물론 1, 2학년도 응시할 수 있으며 합격자는 중학과정 졸업이 인정된다. 학생수는 학년 당 8개학급, 144명으로 학급당 학생수는 18명이며 전체 정원도 432명에 불과하다.
◆ 독특한 선발방식 = 이 학교의 선발방식은 독특하다. 과학영재고의 학생선발방식은 과학영재성의 판별을 위해 학생기록물 평가, 창의적 문제 해결력 검사, 과학 캠프 등의 3단계 전형 절차를 거친다.
1단계 전형은 학생기록물 평가로 학교장, 영재교육기관 등의 추천서 등 제출된 서류로 심사를 한다. 1단계 전형에서는 1500명 이내에서 선발한다. 2단계 전형은 수학·과학 분야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며 입학 정원의 1.5배수 이내로 뽑는다. 마지막으로 3단계 전형은 3박4일간의 과학 캠프를 열고 과학적 문제 해결력, 창의성, 인성 등을 면접과 행동관찰을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원 이내로 최종 선발한다.
선발일정은 6월에 원서접수한 뒤 9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마무리 된다. 그러나 합격자들은 이후 입학 때까지 학사 및 진로지도, 사이버 교육, 인성·창의성 검사 및 특강, 영어 집중교육, 국내 우수대학 과학캠프 참여 등 ‘신입생 사전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학교는 이를 통해 신입생들의 정규 교육과정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
올 신입생들의 경우 총 1606명이 지원해 1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남학생은 124명(86.1%)이고 여학생은 20명(13.9%)이다. 또 학년별로는 중학교 1학년이 1명, 2학년 26명, 3학년 116명, 중학 졸업생 1명이 입학했다.
한 학년 2학기제를 원칙으로 무학년 졸업학점제로 운영되며 영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정보과학 등 7개 필수 과목에 대해서는 PT(학급배치시험)제를 실시해 성적이 좋을 경우 해당 과목 학점을 인정하고 AP(심화배치)제를 통해 상급 학교 과목을 조기 이수하면 조기졸업은 물론 대학에 진학해서도 관련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학생들의 수업료와 기성회비, 기숙사이용료 등은 일반고교와 같다. 그러나 부산지역 기업체와 상공인들이 일괄 장학혜택을 주기로 해 전원이 사실상 무료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해외연수는 국비로 지원되며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태국 등 학술교류협약을 맺은 국가에 연수를 갈 수 있다.
◆ 과학고와 다르다 = 이 학교 문경근 교감은 “과학영재학교와 일반 과학고는 전혀 다르다”며 “과학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과학영재학교”라고 말했다. 또 “91년 부산과학고로 출발할 때 이 학교에서 근무했다”며 “그러나 다시 돌아온 학교는 과거 과학고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문 교감이 말하는 과학영재학교의 경쟁력은 제대로 된 과학영재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것.
문 교감은 “일반 과학고는 3학기를 마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조기 졸업해 진학한다”며 “그러나 우리 학교는 5학기는 마쳐야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문제는 과학고의 3학기까지의 교육과정은 본격적인 영재교육인 심화학습단계에 들어가기 전”이라며 “결국 과학고에 와서 제대로 된 과학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반 과학고 과정으로 선발한 이 학교 3학년들도 대부분 조기졸업하고 24명만이 남아있다. 이들도 대입을 위해서는 수능 공부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과학수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과학고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학영재학교는 카이스트와의 협약을 통해 매년 100명을 진학시키기로 했다. 나머지도 수시전형 등을 통해 포항공대, 서울대 등에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카이스트는 대부분 예비 신입생인 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의 심화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10명의 교수를 파견하고 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다. 일반 과학고의 인건비를 제외한 운영예산이 10억원 안팎인데 비해 과학영재고의 경우 60여억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첨단시설을 확충하고 우수교사를 확보하며 일반 과학고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 불안한 과학고들 = 사정이 이러다 보니 기존 외국어 고등학교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과학영재학교의 모집단위가 전국의 전체 중학생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의 부산행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신입생을 출신지로 구분하면 경기출신이 5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출신은 16명 등 외지학생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들은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기존 과학영재학교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서울교육청의 경우, 한성과학고를 2008년까지 이전하고, 소수정예화 하는 등 ‘카이스트’처럼 운영되는 ‘기숙형 과학고’로 전환해 이공계 영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 특목고 정상화 추진 = 위기는 비단 과학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들이 동반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이 때문에 대원외고, 민족사관고 등 일부학교들은 아예 유학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학반 운영에서 이들 학교들이 성과를 내면서 다른 학교들도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육부도 과학고 운영방식 개선 등 특목고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오는 8월까지 개선안을 마련, 교육혁신위원회와 협의해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사전전제 없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검토하는 것”이라며 “교육혁신위가 추진하고 있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개선안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 성적을 비교해 내신 성적을 매기는 이른바 ‘비교내신제’의 도입으로의 회귀는 일반고 학생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도입이 쉽지 않다.
또한 교육부는 과학고 파행의 원인 중 하나를 지나치게 좁은 ‘진학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이공계대학의 과학고생에 대한 입학정원보다 두 배가 많은 과학고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목고는 당초 평준화제도의 보완을 위해 특정분야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영재를 육성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나 특목고는 고급 입시기관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개선방안으로 특목고가 이름그대로 특수목적을 위한 고등학교로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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