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주의 변하는가

지역내일 2004-04-27 (수정 2004-04-27 오후 8:06:23)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북한 돕기 운동’이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사회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가 대북 문제에 한목소리를 냈던 경험이 한국사회에서 흔치 않았던 만큼 그 의미가 자못 크게 다가오고 있다.
이것은 또 87년 6월 항쟁으로 촉발되고 월드컵과 촛불집회로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가 근간으로부터 변화되고 있다는 측면과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휘날리며’를 관객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조선·동아 등으로 대변되는 보수세력의 용천 참사를 둘러싼 발 빠른 대응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것은 지난 95년 북한이 사상유래 없는 물난리를 겪었을 때 김대중 정부가 대북 지원책을 내놓자 보수세력이 일제히 전쟁물자 전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보수세력의 대북 인식이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정부 표현 거부감 없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북한정부’라고 하지 않고 굳이 ‘북한당국’이라고 쓸 만큼) 수구적이었나?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을 정부라고 표현하는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우리 동료의원들이 그동안 정부라는 표현을 많이 써왔던 아니냐.”
지난 25일 한나라당이 용천역 참사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김형오 사무총장이 ‘북한정부’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기자들이 해명을 요구하자 김 총장이 이처럼 발언했다. 김 총장의 이 코멘트는 한나라당이 내부에서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짐으로 받아들여져 주목을 받았다.
이날 한나라당은 용천역 참사에 대해 당 공식입장으로 “희생자와 피해 주민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하며, 북한정부에도 심심한 위로와 함께 조속한 피해복구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26일에는 박근혜 대표가 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시대에 맞춰서 과거를 스스로 고쳐나가고, 개혁하고 잘못된 것을 고치는 모습이 보수”라며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남북한의 평화정착과 공동발전이라는 두 가지 분명한 목표가 있고, 이를 위한 신뢰구축을 위해 인도적인 지원이나 교류에 대해 한나라당도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나가야 한다”고 말해 변화된 당내 기류를 분명히 했다.
한편 앞서 23일자 조선일보는 ‘북 용천 사고 구호에 관민 모두 관심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는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다는 자세로 식량·의약품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단을 직접 파견하는 등 지원 준비에 나서고, 국민들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활동을 펴나가야 한다”고 밝히며 보수세력이 가져야할 용천 참사에 대한 관점을 제공했다.
◆냉전의식 해체= 이런 보수세력의 대북 인식 변화에 대해 학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가지면서도 여전히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주류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냉전분단체제가 해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용천 참사를 통해) 보수세력이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시각보다는 정치와 인권을 나누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지금은 민간차원에서 대북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별문제 없지만 정부가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때 절차상 사소한 잘못이라도 있게 되면 보수세력이 다시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공회대 사회운동연구소 조현연 소장은 “보수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체질개선을 통해 합리적 보수로 가려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존 기득권 보수에 의한 관성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결국 내부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 소장은 또 “지금 북한 돕기 운동도 2002년 서해교전 사태와 같은 군사적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신대 백준기 교수는 “용천 참사에 대해 미국이 신속하게 지원결정을 내린 것은 답보상태에 있는 북미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려는 측면이 있고, 이런 미국의 의도를 조선일보가 먼저 읽었고 보수세력가 그 뒤를 따르는 것”이라며 “한국의 보수세력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조짐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