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실적경쟁, 국민피해로 이어져

경찰 평가점수 높은 사건에만 ‘올인’ … 주민안전 예방범죄 ‘실종’

지역내일 2004-05-31 (수정 2004-05-31 오후 1:26:43)
경찰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민생침해범죄 소탕 100일 계획’이 지난 26일 종료됐으나 지나친 경쟁이 국민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찰 스스로 정한 ‘민생침해범죄 소탕 100일 계획’(2월 17일∼5월 26일) 기간에도 현직 경찰관들이 연루된 범죄가 끊이지 않아 경찰 수뇌부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취급받는 상황이 계속되면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적도 중요하지만 자체 사고 줄이기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경찰청은 지난 24일 전국 경찰서장 등 330여명이 모여 ‘자정결의 및 혁신지속을 다짐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하루하루 지뢰밭을 밟고 가는 심정”이라며 “요즘 밤중에 한번은 경찰 때문에 잠이 깬다”고 경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워크샵이나 이벤트성 작전보다는 시민안전과 범죄 예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00작전 00계획하면 국민 치안 만족도가 높아가야 하는 데 오히려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다”며 “그 이유는 계도나 범죄예방보다 마구잡이식 단속 위주가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억울한 시민 양산할 수 있어= 당초 경찰은 이번 100일 계획의 배경으로 부천 초등생 및 포천 여중생 피살사건 해결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사건들은 미제로 남았다.
경찰 관계자도 이날 “이 사건들을 아직 해결하지 못해 국민과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스럽다”며 사과했다. 이뿐만 아니라 3만3523명의 검거자 중에는 2만1400명이 단순절도범, 5057명이 갈취범 등으로 나타나 검거 실적을 올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준다.
경찰의 ‘00일 계획’에 대해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도한 실적경쟁이 억울한 시민을 양산할 수 있는 만큼 대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1990년대에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린 미국 뉴욕경찰처럼 장비 지원과 권한 등을 늘린 뒤 지역별로 책임을 묻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00일작전’민생치안 손놨다=“100일 작전 동안 실적에 매달리다 보니 아무래도 배점이 높은 가출청소년 관련 성범죄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사실이죠.”
서울 A경찰서 김 모(36)경사는 ‘민생침해범죄소탕 100일 작전’동안 강력사건 예방이나 강·절도사건 수사 등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고 했다. 가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원조교제 등 성 매매범을 검거하면 실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쪽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다.
A경찰서 형사과장은 “강력반마다 형사들이 건수를 올리기 위해 가출소녀 성범죄 피해상황을 알아보려고 컴퓨터 앞에서 채팅을 하며 앉아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지에는 공감이 가지만 전 경찰이 거기에 매달릴 만큼 가출과 성범죄가 1순위로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반해 100일 작전의 긍정적 성과에 시각을 맞추는 견해도 있다.
D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조폭이나 그 관련자들을 대거 검거하는 기회가 언제 있겠냐”며 “굳이 이벤트로 평가절하하지 말고 100일 작전의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승진 제대로 운영해야= 경찰 전문가들과 일선 경찰관들은 심사승진이 제대로 운영되면 무리한 실적 위주 작전은 없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사승진이란 일선 경찰서에서 서장이 자신의 직원들을 평가해 승진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인사권이 있는 상사가 시키는 승진을 의미하는데, 경찰관들에 보장된 승진 기회 가운데 이 심사승진이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심사승진은 객관적인 평가 척도보다 상사의 주관적인 평가가 핵심이다. 상사에게 잘 못 보이면 승진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상사와 어떻게든 한번이라도 더 자리를 갖고 눈에 띄는 순서대로 승진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일선서 모 형사반장은 “많은 일을 하는 반장들보다 서장과 술 한번 더 먹는 반장들이 심사승진에 도움이 된다”며 “엄청나게 생색나는 일 아니면 찾아서 일하지 않는 것이 경찰들 정서”라고 덧붙였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00일 작전 등 무리한 실적위주 작전을 펴는 것은 경찰이 평소에 능동적으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짜낸 고육지책”이라며 “업무에 능동적이지 않은 것은 열심히 일만 한다고 평가를 잘 받고 승진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경찰관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객관적인 평가 척도를 만들어 심사 승진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면 실적 위주의 작전은 자연히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량·박정미·김남성 기자 br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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