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 온 국민을 두려움과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국민들 뇌리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초 범죄발생일인 86년 9월부터는 무려 18년여의 세월이 흘렀고 마지막 범죄발생일로부터는 13년여가 지났다.
경찰은 지난 5월 말에서야 화성시 태안읍 범죄현장에 설치되었던 특별수사본부를 철수했다. 사건은 화성경찰서 형사계로 이관됐으나 긴급현안만으로도 수사인력이 부족한 경찰의 손은 이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떠난 상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 ㄱ씨는 “성폭행과 함께 벌어진 살인사건이란 공통특성을 보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10년 넘게 해결 못한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는 수사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범행동기가 불분명한 연쇄적·엽기적 범죄경향이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대책마련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동기 범죄 증가 추세=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발적 폭력사건은 모두 27만260건이 발생했다. 올 5월에는 2만2727건이 발생했다. 하루에만 700여건이 넘는 사건이 매일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따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우발범에 포함, 집계되는 ‘무동기(묻지마) 범죄’도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
무동기 범죄란 범죄 동기가 불분명하고 피해자와 범인 사이의 인과관계도 찾기 어려운 범죄유형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 2월 초 발생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도 그 한 예다. 경찰은 농수로에 시체를 유기한 것이나 피해자의 옷이 벗겨지고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진 점 등이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여중생 엄 모양(15)양이 피살체로 발견된 지 4개월을 넘긴 지금도 수사는 초기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남부지역 일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부녀자 피습사건’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신림동에서 벌어진 사건은 4월 22일 서울 고척동으로 이어지고 지난달 9일 서울 보라매공원과 지난달 13일 서울 대림동으로 r계속됐다. 이 사건으로 3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약 4km 반경 이내의 거리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린 상태로 발견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돈을 빼앗긴 흔적이 없다. 일단 경찰은 사건 별로 수사본부를 설치해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네 사건 모두 범행동기를 찾기 힘들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문 수사인력 양성 필요= 이러한 무동기범죄 발생이 증가추세에 있자 경찰 일각에서는 새로운 범죄흐름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 수사요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지역 일선서 형사과장 ㅇ씨는 “낙후된 과거 수사수법에만 의지해서는 미제사건만 쌓일 따름”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유형의 범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사할 수 있는 프로파일러를 양성할 단계에 와있다”고 주장했다.
프로파일링(profiling)은 아무런 단서 없이 범죄현장 조사·감식을 통해 범인의 프로필을 추적해 용의자를 압축, 범인검거에 조력하는 최첨단 수사기법이다.
그는 “철학, 법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을 섭렵한 수사관만이 프로파일링을 구사할 수 있다”며 “프로파일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급히 양성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동기범죄는 대부분 수사초기단계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강하다.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용의자 압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국경찰청과 같이 영구미제사건 전담반을 편성, 사건해결이 장기화되면 전담반에 사건을 이관시키자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화성경찰서 관계자는 “태안에서 철수한 후로도 조직구조나 인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강력계에서 사건을 맡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달려드는 다른 시급한 요구에 매달리다보면 십수년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붙들 여유가 전혀 없다”며 “따로 전담반을 편성하지 않는 이상 사건에서는 거의 손을 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면 인터뷰 수사 등을 구사할수 있는 최신의 과학수사 인력을 양성하여 현장실무에 이용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미국 FBI에서는 미제사건의 약 60% 정도에서 최면수사 기법을 사용해 좋은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최면 수사관만이 양성되고 있어 이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경찰은 지난 5월 말에서야 화성시 태안읍 범죄현장에 설치되었던 특별수사본부를 철수했다. 사건은 화성경찰서 형사계로 이관됐으나 긴급현안만으로도 수사인력이 부족한 경찰의 손은 이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떠난 상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 ㄱ씨는 “성폭행과 함께 벌어진 살인사건이란 공통특성을 보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10년 넘게 해결 못한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는 수사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범행동기가 불분명한 연쇄적·엽기적 범죄경향이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대책마련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동기 범죄 증가 추세=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발적 폭력사건은 모두 27만260건이 발생했다. 올 5월에는 2만2727건이 발생했다. 하루에만 700여건이 넘는 사건이 매일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따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우발범에 포함, 집계되는 ‘무동기(묻지마) 범죄’도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
무동기 범죄란 범죄 동기가 불분명하고 피해자와 범인 사이의 인과관계도 찾기 어려운 범죄유형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 2월 초 발생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도 그 한 예다. 경찰은 농수로에 시체를 유기한 것이나 피해자의 옷이 벗겨지고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진 점 등이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여중생 엄 모양(15)양이 피살체로 발견된 지 4개월을 넘긴 지금도 수사는 초기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남부지역 일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부녀자 피습사건’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신림동에서 벌어진 사건은 4월 22일 서울 고척동으로 이어지고 지난달 9일 서울 보라매공원과 지난달 13일 서울 대림동으로 r계속됐다. 이 사건으로 3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약 4km 반경 이내의 거리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린 상태로 발견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돈을 빼앗긴 흔적이 없다. 일단 경찰은 사건 별로 수사본부를 설치해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네 사건 모두 범행동기를 찾기 힘들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문 수사인력 양성 필요= 이러한 무동기범죄 발생이 증가추세에 있자 경찰 일각에서는 새로운 범죄흐름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 수사요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지역 일선서 형사과장 ㅇ씨는 “낙후된 과거 수사수법에만 의지해서는 미제사건만 쌓일 따름”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유형의 범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사할 수 있는 프로파일러를 양성할 단계에 와있다”고 주장했다.
프로파일링(profiling)은 아무런 단서 없이 범죄현장 조사·감식을 통해 범인의 프로필을 추적해 용의자를 압축, 범인검거에 조력하는 최첨단 수사기법이다.
그는 “철학, 법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을 섭렵한 수사관만이 프로파일링을 구사할 수 있다”며 “프로파일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급히 양성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동기범죄는 대부분 수사초기단계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강하다.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용의자 압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국경찰청과 같이 영구미제사건 전담반을 편성, 사건해결이 장기화되면 전담반에 사건을 이관시키자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화성경찰서 관계자는 “태안에서 철수한 후로도 조직구조나 인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강력계에서 사건을 맡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달려드는 다른 시급한 요구에 매달리다보면 십수년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붙들 여유가 전혀 없다”며 “따로 전담반을 편성하지 않는 이상 사건에서는 거의 손을 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면 인터뷰 수사 등을 구사할수 있는 최신의 과학수사 인력을 양성하여 현장실무에 이용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미국 FBI에서는 미제사건의 약 60% 정도에서 최면수사 기법을 사용해 좋은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최면 수사관만이 양성되고 있어 이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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