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

“외국작 수입 앞서 우리 창작품 질 높여야”

지역내일 2004-06-21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현대화에 가장 중요한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해외 대형 수입작들이 흘러 넘치는 등 우리의 공연예술계가 상업주의에 눌려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립극장이 기초공연예술의 상징적 중심체로 자리잡아 나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김명곤(52·사진) 극장장은 “공연예술계는 지금 해외 히트작품을 들여와 돈벌이하는데 몰두해 있다”고 비판한 뒤 “영상산업과 대중문화산업이 전세계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예술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상업주의와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우리의 창작품을 해외에 더 많이 수출할 수 있도록 작품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문화산업 제일주의가 기초예술을 소외시키고 상처를 주었다”며 “기초예술이 가진 정신적 가치를 단순한 상품적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기초예술의 위기는 “일제와 미군정, 군부독재정권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중 하나”이며 “그들의 가치관에 의해 짓밟힌 문화예술의 위상을 새롭게 세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립극장은 올해 초부터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윤택)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안숙선)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현자) 국립관현악단(예술감독 최상화) 등 산하 4개의 전속단체에 단장제를 없애고 예술감독 단일체제로 바꿨다.
이에 대해 김 극장장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공연 집중도가 향상되는 등 책임 있는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율성을 보다 많이 주는 방향으로 운영”하다보면 작품의 수준도 점차 높아지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완전한 독립은 “시기상조”라면서 “전통국악이나 창극 연극 무용 등은 아직 시장경쟁력이 약해 자유경쟁 체제 속에 던져지면 상업성에 치우쳐 본래 기능이 흐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립극장을 재단법인화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상업화로 본래 사명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의 책임운영기관 제도를 잘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책임운영기관의 위상에 걸맞도록 인사 예산 조직 등에서 타 국가기관과는 달리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0년 극장장으로 취임할 당시 7.5%에 머물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17%로 2배 이상 높아졌다. 관객수도 2002년 50만, 2003년 7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임기 3년의 극장장을 다시 맡게 된 그는 4년 6개월 동안 책임운영기관의 수장을 맡으면서 CEO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치게 돈벌이를 강조하거나 재정자립도 문제를 따지다보면 상업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게된다”며 “입장료 대관료 임대료가 올라 결국 관객과 예술계에 피해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수준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 많은 관객이 오게 하고 좋은 작품을 올리는 것이 극장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공연을 마친 국립무용단의 ‘코리아판타지’나 유럽 중남미 일본 등 해외 순회공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창작 국악뮤지컬 ‘우루왕’처럼 예술성 높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우리 작품들이 해외로 보다 많이 수출되고 국제무대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직접 극본·연출한 총체극 ‘우루왕’은 올해 튀니지의 카르타고 페스티벌에 초청된 상태고 국립무용단은 호주와 뉴질랜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국립극단의 ‘귀족수업’은 가을에 프랑스 초청공연을 준비중이며 국립창극단의 ‘제비’도 내년 일본 공연을 추진하는 등 창작물과 기획작품들의 세계무대 진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국립극장은 현재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야외 문화광장의 8월초 개장을 시작으로 대극장인 해오름극장이 9월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되면 한 달 동안 시험가동을 거쳐 10월 29일 정식으로 재개관할 예정이다.
재개관을 기념해 11월부터 내년 7월까지는 ‘평화와 상생의 페스티벌’을 마련한다. 터키 국립극장 초청공연, 독일 드레스트너 합창단 공연을 비롯해 국악 대향연, 전속단체 기념공연, 우루왕 특별공연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터키 러시아 일본 등 해외 국립극장과의 교류에서도 외국 작품들을 사들이는 것보다 우리의 창작품들을 수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김 극장장은 이번 재개관 페스티벌에서도 해외 초청공연보다는 자체 창작공연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김 극장장은 “앞으로의 과제는 소프트웨어의 리모델링”이라면서 남은 임기동안 “작품의 질을 향상시켜 극장의 겉과 속을 통일시키는 일에 매진해 국립극장이 수준 높은 예술작품 선보이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국립극장 건너편의 자유센터를 매입, 제2 국립극장으로 조성해 장충동 일대를 문화벨트로 만드는 사업이나 지방 국립극장의 건립, 전문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 공연예술아카데미의 설치, 공연사료박물관 설립 등 국립극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성사시켜 국립극장을 공연예술의 메카로 만드는 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김명곤(52) 국립중앙극장장

서울대 독어교육과 졸업.
명창 박초월의 제자로 판소리 익힘.
1983년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으로 영화 데뷔.
1986년 극단 아리랑 운영 등 민족극 운동.
영화 ‘서편제’(1993년 임권택 감독) ‘영원한 제국’(1995년 박종호 감독) 등에 출연.
2000년 1월∼현재 국립중앙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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